유튜브 채널 ‘디글’에 접속하면, 처음엔 거대한 콘텐츠 ‘저장소’와 마주한 것처럼 느껴진다.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 ‘호텔 델루나’, ‘빈센조’, ‘악마판사’처럼 tvN, OCN 등에서 방영된 인기작들을 다시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단순한 저장소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분명히 본 작품들임에도 전혀 다른 콘텐츠처럼 느껴진다. 이전 작품과 동일하지만, 차이가 동시에 드러나며 새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 재미에 빠진 구독자들이 무려 114만명에 달한다. 업로드 되는 영상마다 조회 수는 수십만, 수백만에 달한다.
김희경|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자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 산업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다.
과거의 콘텐츠도 다시 보게 하는 콘텐츠 발전소
디글을 중심으로 ‘구작(舊作) 라이브러리’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콘텐츠를 편리하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채널과 플랫폼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으며, 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홍수’라 표현할 정도로 매일같이 신작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과거 콘텐츠를 모아둔 채널이 생기고 사람들은 이를 즐기고 있다니. 그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잊고 있었던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다는 낭만적인 요인만은 아닌 것 같다. 추억만으로 인기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법이니까.
원인은 채널과 플랫폼의 새로운 차원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콘텐츠 저장소에 그치지 않고 ‘발전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콘텐츠를 담아만 두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또한 신기한 현상이다. 이전과 동일한 작품을 다시 스트리밍 하는 것인데, 저장소가 아닌 발전소의 역할을 할 수 있다니. 그 비결은 무엇일까.
콘텐츠 역주행의 비결은 ‘시간’
이곳에서 새로운 ‘조합’이 이뤄지고 있는 덕분이다. 디글의 다양한 영상들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디글에선 온갖 콘텐츠의 변주가 일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작품을 회차별로 핵심만 편집해 모아놓은 ‘정주행리스트’가 있다. 그리고 작품 속 한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로 탈바꿈 시킨 ‘Shorts’, BGM을 바꿔 같은 장면도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도록 편집한 ‘브금의 중요성’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스크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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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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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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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께 옛날 이후 송도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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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나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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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 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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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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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게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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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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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문 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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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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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이곳에서 끔찍한 범행이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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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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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여기와 있어요 다시 전했다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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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 노 감싸 주므로 할수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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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등은 어찌 없잖아요 말하지 여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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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감사 정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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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작성하신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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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출 앞으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3화까지 달려가게 만드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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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종이 끝냈습니다 예수 번스 절 처리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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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하 란 신부 소라 들여온 좀 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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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11강 타선 흉기 7가 사람이 왜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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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면 구석은 면하게 해 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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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했고 썩어빠진 놈들을 절대 이길 수가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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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척하는 거 없습니다 그걸 처벌 표현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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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 w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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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 없는 전쟁터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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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oq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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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알차서 사람을 죽이고 카메라 앞에 일부러 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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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이건 단지 게임을 지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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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또 다시 플레이 버튼 우드를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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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잡겠습니다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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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에 수배 이니까 제 모든 걸 걸고 반드시 퍼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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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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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볼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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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가장 애들이 좀 장면을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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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x 의 짐 쓰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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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에 미제라블 애 이런 말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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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완전 무결 할 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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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골탕 금 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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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디글은 ‘디글페이크스튜디오’를 통해 2~3편의 각기 다른 작품과 캐릭터를 조합해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빈센조’의 송중기와 ‘비밀의 숲’의 조승우가 만난 ‘빈센조의 숲’이라는 영상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강렬한 두 캐릭터가 불러일으키는 팽팽한 긴장감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던 긴장감과도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이 작품의 누적 조회 수는 6만 뷰가 넘는다. ‘호텔 델루나’, ‘어느 날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구미호뎐’의 초인적 존재들을 한데 조합한 영상도 ‘어벤져스’와 같은 캐릭터의 성찬을 선사한다. 이 영상의 누적 조회 수도 10만 뷰에 육박한다.
이 강력한 힘을 가진 조합. 그렇다면 무엇이 결합된 것일까. 이미 완료형이 된 콘텐츠. 이 기본 재료에 시간, 그리고 시선이 더해진 것이다.
시간은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가치를 가진 행운과 같다. 1999년 작품을 2021년에 보면, 그 작품엔 20년이 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더해져 재생되는 식이다. 다시 이를 마주한 세대는 그 시간과 함께 쌓인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기반으로 감상을 한다. 이들 뿐 아니라 작품을 처음 본 세대는 낯설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물론 과거 작품인 만큼 다소 거칠고 불완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미학이 되어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된다. OTT 티빙 등에서 구작들이 신작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순위 역주행을 이뤄내는 것은 이 시간의 미학 덕분이다.
콘텐츠를 빛내는 새로운 시선
시선의 개입은 이 연결이 더욱 빛날 수 있게 해준다. 이 시선은 두 주체들로부터 비롯된다. 우선 1차적 시선은 ‘방송국 놈들이 덕질하는 채널’이란 디글의 소개말에 잘 나타나 있다. 콘텐츠를 잘 알고 즐겨온 요즘 전문 인력들의 해석이 들어간 것이다.
이는 콘텐츠 시장에 혁신의 전통 방식이 접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996년 스티브 잡스는 미국 IT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들은 실제로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아니, 창의적인 사람들이 한 일이 없다니 무슨 말인가 싶다. 잡스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들은 그저 뭔가를 보았을 뿐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것은 그들에게 명백히 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합성할 수 있었다.” 뭔가를 발견하고 연결한 사람들, 이들의 시선이 더해진 편집과 자막 등이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이전과는 다른 역할로 중무장한 새로운 주체가 2차 시선을 더한다. 온라인에서 놀이를 하듯 콘텐츠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시청자들이다. 이들은 TV에서만 작품을 접할 땐 능동적인 개입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온라인, 특히 유튜브 채널들이 생겨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시각각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젠 구독,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은 물론 댓글을 재밌게 달며 콘텐츠의 퍼즐을 완성하는 명실상부한 최종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그렇게 구작 라이브러리는 과거를 품고, 현재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정지된 개념의 저장소가 아니라,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강력한 동력으로 돌아가는 발전소로 기능하는 것이다. 뜨거운 화력을 뿜어내며 돌아가는 발전소의 터빈 소리가 오늘도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