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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에이전트’는 칸영화제와 골든글로브 등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은 브라질 영화다. 1970년대 브라질 군사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부패와 폭력이 일상이 된 사회를 밀도 있게 그려낸 정치 스릴러다. 7월 8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리뷰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메인 포스터. <시크릿 에이전트>라는 제목만 얼핏 봐서는 영락없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물 같다. 7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및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정보까지 듣고 나면, 이제 비로소 영화의 진짜 장르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차례다. 클레버 멘도사 필로 감독이 만든 4번째 장편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70년대 브라질을 배경으로 한 본격 정치 스릴러다. 그래서 이 낯선 영화를 본격적으로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브라질의 역사, 감독의 세계관에 대한 약간의 정보가 필요하다. 1968년생인 클레버 멘도사 필로 감독은 영화 평론가로 그의 영화 이력을 시작한다. 브라질의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단편 영화를 제작했고, 그가 만든 첫 장편 <네이버링 사운드>부터 <아쿠아리우스>, <바쿠라우>까지 작품마다 국제영화제의 주목과 열광을 받았다. 2016년 <아쿠아리우스>가 칸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당시 그는 ‘브라질 민주주의를 구하자’라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레드 카펫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느슨하게 서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네이버링 사운드>는 이웃의 소음으로 갈등이 시작되고 <아쿠아리우스>는 재개발을 앞두고 건설사 및 이웃과 불화하며 서사가 진전된다. 서부극을 차용한 미스터리 스릴러인 <바쿠라우>는 외부의 폭력에 주민들이 맞서는 과정을 은유와 풍자로 담아냈다. <시크릿 에이전트>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클레버 멘도사 필로는 집과 이웃, 땅과 마을을 거쳐 극장과 국가로 영화적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데, 그의 영화적 야심을 가늠할 근거도 여기 있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스틸컷. <시크릿 에이전트>에도 어김없이 전작의 흔적들이 드러난다.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유령들의 초상>(2023)을 이끄는 소재가 되었던 브라질 헤시피의 오래된 극장들은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서사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바쿠라우>에서 마을의 잡동사니로 가득한 허름한 박물관이 주민들의 역사와 비밀을 품고 있었던 것처럼 <시크릿 에이전트>의 도나 세바스티아나(타니아 마리아)가 꾸며둔 거실 구석 ‘작은 박물관’에 그녀의 과거와 비밀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바쿠라우>에 출연했던 다수의 배우들이 새로운 배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전작을 확인한 관객들만 누릴 수 있는 은밀한 즐거움 중의 하나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스틸컷. 브라질은 1964년 쿠데타 이후, 21년간 군사 정권의 독재가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반정부 인물 및 사회주의자들은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었으며 고문과 감금, 실종과 살해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군부 세력의 인권 유린은 자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내부에는 조직범죄와 부패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 자본가들의 욕구가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감독은 개인사의 최초 기억이 시작되는 1977년을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죠스>를 보고 싶어 안달 난 어린이 페르난두(엔조 누네스)에 자신의 유년기와 사적 기억을 새겨 넣었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스틸컷. 클레버 멘도사 필로 감독이 군부독재 시절을 다시 스크린에 불러들인 것은 ‘망각과 불처벌의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1979년 제정된 사면법은 정치적 이유로 수감 중이거나 시민권을 박탈당한 반정부 인사들의 석방이라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군부와 경찰 등 보안당국이 행한 고문, 납치, 감금, 살해, 암매장 등 인권탄압 행위에 대해서도 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결과적으로 인권탄압 가해자를 사면하는 반인권적 법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군부독재의 유산을 제대로 정리하는 대신 집단 망각에 사로잡히게 된 셈이다.  2012년 국가진실위원회가 발족되었고 지방 정부, 시민 사회 및 대학 등 연구 기관이 연계하여 브라질 영토 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인권탄압 행위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을 벌였다. 바로 그들이 마르셀로의 녹음테이프를 돌려 들었을 것이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스틸컷. <시크릿 에이전트>에는 다양한 은유와 상징, 풍자가 얽혀 있는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상어다. <죠스>가 상영되는 극장, 소년의 악몽을 유발하는 포스터. 사람들은 물 속에 들어가지 않는 한,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로부터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상어 배 속에서 실종자 사체의 일부인 ‘털 많은 다리’가 발견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상어 혹은 국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정작 신문에 실리는 것은 ‘털 많은 다리’의 활약이다. 스톱 모션으로 묘사된 ‘털 많은 다리’는 성소수자들의 밀회 현장에 출몰하여 발길질하는 것으로 검열의 작동법을 드러낸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스틸컷. 클레버 멘도사 필로 감독은 개별 사건의 인과관계나 인물들의 운명이 아니라 역사(실제로 감독의 모친은 ‘테이프로 증언을 수집’했던 역사학자다)와 기록, 기억의 관계에 주목한다. 역사를 기록한 70년대 녹음테이프의 역할은 이제 영화로 승계된다. 그래서 어른이 된 페르난두의 직업도 사뭇 의미심장하다. 건강한 이들의 헌혈로 병든 이들에게 수혈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마침내 다시 건강을 되찾게 되는 메커니즘, 그 모든 과정이 클레버 멘도사 필로 감독의 세계에서는 극장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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