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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두산>에서 사탕을 먹거나, 수갑을 찬 채로 뛰는 장면 등에서 들리는 소리가 가짜라고? 리얼 오브 더 리얼한 소리를 만드는 폴리 아티스트 박성균 님은 관객들의 귀를 속였다고 고백한다. 근데 당혹감보다는 오히려 놀라움이 든다. 과연 어떻게 최적의 소리를 찾아 영화에 삽입했을까? 발걸음 하나에도 느낌을 담는다는 그의 소리 창조 방법을 살짝 엿봤다. 소리를 만드는 남자? <백두산>의 폴리 사운드를 담당한 폴리 아티스트 박성균입니다! 2019년 연말 개봉 이후 약 700만 관객을 동원한 <백두산>. 이병헌, 하정우 등 배우들의 호연, 백두산 폭발로 인한 재난 상황이라는 특색 있는 스토리, 백두산 폭발, 도심 붕괴 장면 등 덱스터스튜디오(Dexter studios)의 발전된 CG 기술력으로 구현한 영화의 매력이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셈이다. 이런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음향. 폭발력이 장대한 소리는 물론, 극 중 꼭 있어야 하는 일상적인 소리 등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폴리 아티스트인 박성균 님은 전자보다 후자 쪽에 속한다. 이름부터 생소한 폴리 아티스트(Foley Artist)는 대사와 음악을 제외한 모든 일상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을 맡는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동시 녹음을 할 텐데, 굳이 폴리 사운드를 녹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현장에서 대사 위주로 녹음을 할뿐더러, 사소하고 작은 소리는 촬영 공간에 따라 변질,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좀더 과장되고 큰 소리로 녹음해 영화의 몰입도를 살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한 소리를 만들어 입히는 폴리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영화 <레이더스>의 바위 굴러가는 소리(시동을 끄고 자동차를 굴린 소리)나 <파이트 클럽>의 격투 장면(생닭을 치는 소리), <엑소시스트>의 목 꺾여 돌아가는 소리(신용카드를 잔뜩 넣은 지갑을 구기는 소리) 등은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성균 님은 광고 녹음실 인턴을 경험하면서 과거 알고 있었던 폴리 아티스트란 직업에 관심이 증대됐다. 당시 다양한 사운드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가끔씩 폴리 사운드도 담당했는데, 그때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이후 영화 쪽에서 폴리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싶다는 결심을 굳힌 그는 당시 공고가 난 ‘라이브톤(LIVETONE)’에 지원했다. 라이브톤은 국내외 400여 편의 영화 음향을 제작할 정도로 국내 영화업계에서는 소리의 마법사로 통하는 회사다. 운 좋게 입사했다는 박성균 님은 <명당>을 시작으로 <기생충> <가장 보통의 연애> 등 다수의 작품을 거쳐 <백두산>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끝 장면까지 소리 창조! <백두산> 폴리 사운드 작업에 직접 사용했던 도구들 영화의 처음부터 끝 장면에 들어가는 소리를 담당했죠! 알게 모르게 영화는 폴리 사운드로 가득 차 있다. 이번 <백두산>에서는 어느 정도의 폴리 사운드를 담당했냐고 물으니 첫 장면인 제한 구역 테이프 소리부터 마지막 식사 장면까지 매 장면 소리를 창조했다고 전한다. 영화 적 특성상 화산 폭발, 도심 붕괴, 총격 장면 등은 사운드 이팩트(sound effect) 에디터가 담당한 것을 뺀 모든 소리를 그가 담당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폴리 사운드 작업은 영화 후반 작업부터 시작한다. 영화 편집본을 기준으로 감독과 회의를 한다. 이때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와 각 장면에 필요한 사운드 임팩트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후 한 팀이나 다름없는 폴리 레코디스트(폴리 아티스트가 만든 소리를 녹음하거나 믹싱하는 사람)와 함께 하루 평균 7~10분에 해당하는 소리를 완성하는 걸 목표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1차 작업 본을 완성한 후, 수정 및 추가 장면 작업 과정을 거치면 최종본이 완성된다. 작업 시간은 작품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백두산>은 6~7주 정도의 작업 시간을 거쳤다. 비록 부서졌지만 소리 하나는 끝내줬던 영화 속 총기 소품과 신는 즉시 군인이 되는 군화 소품 박성균 님의 작업 스타일은 촬영 현장에서 직접 썼던 소품을 받아서 소리를 만드는 걸 1차로 진행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소품은 더욱더 그렇다. <백두산> 경우, 두 주인공이 계속 가지고 다니는 핵폭탄 기폭장치, 북한 핵미사일 분해 시 군인들이 입었던 노란색 작업복, 총, 수갑 등 특정 소품을 받았고, 이를 활용해 소리를 만들었다. 총 경우, 쇠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회사 실장님의 의견에 제작진을 통해 부서진 총을 받았는데, 영상과 잘 어울려 기분이 좋았다고. 반대로 <백두산>에서 가장 힘들었고, 노력했던 소리는 군장 소리다. 하정우를 비롯해 다수의 군인이 나오는데, 움직일 때마다 ‘짤랑짤랑’하는 쇳소리가 난다. 이 소리를 컨트롤하기 어려워 테이크를 많이 갔다고. 각 장면에 맞는 소리를 내기 위해 장면 속 비슷한 조끼와 캔버스 등의 소품을 구입했다. 이후 이를 품에 안고 비비거나 흔들면서 과장된 소리를 연출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건 군화. 직접 군화를 신어 걷고, 구르는 건 기본, 각 장면에 맞게 흙, 철판 위에 올라 사실감을 더하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도 콜라를 마셨다는 후문이 자자한 리준평 콜라 흡입 장면(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영화를 본 이들은 알겠지만 <백두산>에서 재난 장면만큼 중요한 게 바로 레몬 사탕을 먹는 장면이다. 박성균 님이 개인적으로 어려워하는 작업이 바로 먹는 소리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일단 영화와 같은 음식물을 먹는 게 기본인데, 침에 섞이다 보면 장면에 맞게 소리가 나오지 않아 애를 많이 먹는 게 다반사. 특히 이번 사탕 장면은 ASMR처럼 과장되게 ‘와그작’ 씹는 것은 기본, 그 횟수를 맞춰야 했기에 타이밍도 중요했다. 더불어 극 중 약 올리면서 먹는 리준평(이병헌)처럼 그 소리를 연출해달라는 감독의 특별 주문도 있었다. 레코디스트의 의견을 반영하며 사탕 2통을 모두 사용한 끝에 누구나 들으면 사탕이 먹고 싶어지는 소리를 완성한 것. 리준평이 콜라 마시는 장면도 영화처럼 ‘추릅~~’ 소리를 과장하게 내며 콜라 2캔을 마신 후에야 완성본을 얻을 수 있었다. 진정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 폴리 아티스트로서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박성균 님 폴리 아티스트로 1년 6개월 동안 약 10 작품 (미개봉작 포함)에 참여한 박성균 님. 폴리 아티스트 선배님들에 비하면 적은 편 수지만 작품을 거듭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첫 작품인 <명당>에서는 옷을 만지거나 유기그릇을 드는 장면 등을 통해 폴리 사운드의 기본을 배웠고, 에서는 군인 소재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자신만의 도구를 축적했으며, <기생충>에서는 계단에서 달라지는 발걸음 소리를 연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기생충> 경우에는 반 지하 세트장을 찾아가 발 딛는 소리를 녹음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전문가 포스가 난다. 폴리 아티스트가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는 소리 수집이다. <백두산>과 달리 일상적인 소리가 주로 들어가는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장르일 경우에는 이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영화 속 소리를 찾기 위해 운동화 매장을 찾아 다양한 운동화를 신고 걸어보거나 생활용품점에서 이것 저것 만져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등장하는 고양이 발자국 소리는 테니스 공으로, 비둘기 소리는 얇은 빨대로 소리를 창조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 내 분리 수거함에 가서 다른 사무실에서 버린 부서진 의자나 사무용품을 녹음실로 가져와 소리를 들어보고, 퇴근길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귀를 열고 다닌다. 이처럼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엔딩크레딧에 있다. 그는 최적의 소리를 입혀 극장에 개봉하는 영화를 지켜보는 것과 더불어 엔딩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걸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자신의 첫 작품인 <명당>의 엔딩크레딧은 사진도 찍어 놓았을 정도. 그만큼 책임감도 갖는다. 완성도에 누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을 항상 갖는다고. 타 영화를 볼 때도 엔딩크레딧에 어떤 폴리 아티스트가 참여했는지 살핀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은둔의 고수들에게 매번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오는 1월 개봉 예정인 이병헌 주연의 <남산의 부장들> 작업을 마쳤고, 현재는 2월 개봉 예정작인 전도연, 정우성 주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작업 중이라는 박성균 님. 폴리 아티스트로 걸어온 기간은 짧아도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걸 무기 삼아 쉼 없이 소리를 만들고 있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폴리 아티스트에게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해요.앞으로 시행착오를 겪겠지만,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좋은 소리가 나온다는 믿음 하나로계속해서 정진할 겁니다! 폴리 아티스트는 정확한 매뉴얼이 없이 매번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창작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 고뇌가 예술가 못지않다. 박성균 님 또한 매번 고민의 벽에 부딪히지만, 일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즐겁다고. 소리를 창조한다는 특별한 이 일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시간과 노력이 다 해결해줄 거라며, 이내 3평 남짓한 녹음실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행복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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