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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2000년 작품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야쿠쇼 코지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제53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에큐메니칼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5월 27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포함한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유레카> 리뷰 영화 <유레카> 메인 포스터.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2000)는 아르키메데스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목욕탕에서 비중의 원리를 깨닫고 벌거벗은 채 거리를 내달리며 ‘발견’을 뜻하는 ‘유레카!’를 감탄사처럼 외쳤다는 그리스 수학자 대신, 감독은 짐 오루크(Jim O’Rourke)가 만든 1999년 동명의 앨범을 영화의 길잡이로 삼았다.  짐 오루크는 베르너 헤어조크, 올리비에 아사야스 등과 작업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사운드 트랙 제작 및 연주에 참여했다. 아오야마 신지 감독 역시 각본, 연출, 편집 외에도 영화 음악을 직접 작곡하고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니 3시간 38분 동안 화면 너머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자. 1970년 일본 적군파의 항공기 하이재킹 사건은 최근 <굿뉴스>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소재로 등장해서 익숙하지만, 영화의 시작이 되는 버스 납치 및 인질 사건은 얼핏 작위적으로 느껴질 설정이다. 그런데 실제로 1977년 10월 나가사키에서 통근 버스가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사건이 미친 사회적 충격은 이후 하세가와 카즈히코 감독의 <태양을 훔친 사나이>(1979)의 배경이 되었다. 영화가 현실을 앞선 기묘한 우연이지만 <유레카> 공개 즈음 후쿠오카에서 10대 소년이 고속버스를 납치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오야마 신지 감독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준 것은 1995년 도쿄 지하철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살포 사건이다. 옴진리교 사건을 계기로 감독은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을 세대의 고민으로 확장하게 된다. 영화 <유레카> 스틸컷. 그는 전후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정서에 골몰한다. 전쟁에 패배한 이후,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살아남은 것이 과연 잘된 일인지, 그래서 자신의 생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혼란 속에 있다는 것. 감독의 고향을 배경으로 만든 기타큐슈 3부작 <헬프리스>, <유레카>, <새드 배케이션>은 각각 아버지/국가가 남긴 부채에 대한 좌절 및 분노와 파국, 살아남은 이들의 치유와 재생 과정을 거쳐, 혈연가족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대안적인 가족공동체를 이루는 모습을 각각의 영화에 교차 등장하는 인물들과 서사를 통해 얽어낸다.  영화 <유레카> 스틸컷. <유레카>에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알레고리로 삼는 것은 서부극이다. 일련의 사건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고독한 주인공 마코토(야쿠쇼 코지)는 환영받는 대신 구설과 의심의 대상이 되며 커뮤니티에서 소외되고 불화하던 인물들(나오키/미야자키 마사루, 코즈에/미야자키 아오이)과 서로 의탁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그들은 존 포드의 황야가 아니라 일본 마을에 살고 있어서 말 대신 버스를 타고 함께 고향을 떠난다. 서부극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마코토 역시 자기 희생을 통해서만 타인의 구원을 도모할 수 있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그래서 가까워진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무덤 같은 집에 남아 침묵하는 아이들을 밖으로, 생의 가능성이 열린 공간으로 끌어내려 애쓴다.  영화 <유레카> 스틸컷. 간발의 차이로 죽음이 비켜간 아이들은 말문을 닫는다. 텔레파시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남매의 머릿속 대화를 제외하면, 그들에게 언어는 소통과 교류라는 원래의 목적을 상실했다. 사정은 감방 속 마코토도 다르지 않다. 벽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떤 잉여의 정보나 감정도 포함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혹은 나도 여기에 있다는 명징한 증거이자 확인이다. 말 대신 소리로 전하는 실존주의적 안부와 위로인 셈이다.  영화 <유레카> 스틸컷.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세피아톤의 모노크롬으로 채웠다. 그는 세피아톤의 선택을 ‘전후 세대에 대한 추도와 애도 작업’으로 설명한다. 죽음에 마땅한 아이디어는 장례식이고, 흑백의 이미지가 당연하지만, <유레카>의 서사에 중심에 놓인 것은 죽음 혹은 사건과 사고가 아니라 이후로 줄곧 이어지는 삶에 있다는 것. 그는 느린 트래킹과 롱테이크를 통해 ‘작은 이야기를 크게 말하기’를 시도한다.  영화 <유레카> 스틸컷.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가 느낌표 서너 개 달린 열광적 찬탄의 표현이라면,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는 한적하고 텅 빈 풍경 속으로 느릿느릿 나아가는 이 로드 무비의 목적을 설명하는 단어다. 살아남은 이유를 당장 말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있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를 살릴지도 모른다. 모두 살면서 ‘발견’해야 할 일이다. 말과 빛이 마침내 스며드는 영화의 엔딩을 희망으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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