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진의 라이브톡’ 100회의 의미는? CJ CGV 이원재, 윤진호 님

‘감독은 왜 이 장면을 넣었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처럼 간혹 극장에서 영화를 본 뒤 지적 호기심이 마구 분출될 때가 있다. 이때 생각나는 프로그램 하나! 바로 ‘이동진의 라이브톡’이다. CJ CGV의 극장 생중계 영화 해설 프로그램인 ‘이동진의 라이브톡’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참여했을 정도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애정에 힘입어 지난 13일, 드디어 100회를 맞이했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100회와 지금까지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담당자인 CJ CGV 편성전략팀 이원재, 윤진호 님은 각자 명징한 답변을 전했다.

’이동진의 라이브톡’의 시작은 ‘시네마톡’

'이동진의 라이브톡' 담당자인 윤진호 님(왼쪽), 이원재(오른쪽)님이 CGV명동역라이브러리 내 강연 공간에 앉아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담당자인 CJ CGV 편성전략팀 이원재 님(우), 윤진호 님(좌)

Q. 지난 13일, ‘이동진의 라이브톡’이 100회를 맞이했다. 작년 3월 열리기로 했던 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1년 2개월 만에 진행된 것인데, 그만큼 관객들이 많이 기다렸을 것 같다.

이원재(이하 ‘이’): 정말 오래 기다렸다는 게 느껴진 현장이었다. 코로나19로 ‘이동진의 라이브톡’ 주 상영관인 CGV압구정에 80여 명의 관객이 앉아 있었지만, 현장 열기는 만석과 다름이 없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이 무대 위로 오르자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올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윤진호(이하 ‘윤’): 영화 ‘노매드랜드’ 상영을 마친 후 80여 분 동안 라이브톡이 이어졌는데,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 분도 중간에 나가는 분 없이 집중한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보니 그만큼 관객들이 ‘이동진의 라이브톡’을 많이 기다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Q. 8년간 총 99편의 영화(100회 포함)를 통해 14만 명 이상의 관객이 ‘이동진의 라이브톡’에 참여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됐나?

이: CGV 무비꼴라쥬(現 CGV아트하우스) 시절, 영화를 매개체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각종 영화제에서 하는 관객과의 대화나 평론가들이 나와 감독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리고 2009년 CGV압구정에서 이동진 영화평론가, 김영진 영화평론가(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와 함께 시네마톡 자리를 마련했다. 예상보다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고, 다수의 영화 평론가를 더 섭외한 후, 각기 다른 지역의 CGV 지점에서 진행했었는데, 이동진 평론가님은 CGV압구정에서 시네마톡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네마톡의 인기가 널리 퍼지면서 각 지역 관객들이 서울로 올라와 참석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각 지역 관객들도 시네마톡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시 CGV에서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했던 시스템을 활용해 전국 CGV에 동시 중계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와의 협의와 더불어 내부 기술 및 시스템 등을 점검한 후 2013년 ‘홀리 모터스’로 대망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담당자인 윤진호 님이 프로그램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진호 님은 ‘이동진의 라이브톡’을 찾았던 관객에서 이젠 담당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Q. 윤진호 님은 60회 이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관객으로서 ‘이동진의 라이브톡’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담당자가 된 이후 달라진 점도 있을 것 같다.

윤: 좋은 영화를 보면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은 큰데,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도움을 준 게 ‘이동진의 라이브톡’이었다. 라이브톡은 궁금한 부분을 해소하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영화의 다른 면을 알게 된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관객에서 담당자로 변경된 후에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보단, 관객들이 어떤 걸 기대할지, 어떻게 하면 더 프로그램이 더 발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이제 무대 대신 관객을 보니까 예전 보다는 충분히 즐기지는 못하는 건 아쉽다.(웃음)

100회를 맞이한 라이브톡, 그 동력은?

'이동진의 라이브톡' 100회 진행을 맡은 이다혜 기자(왼쪽)와 이동진 영화평론가(오른쪽)가 노매드랜드 현수막을 배경으로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100회 진행을 맡은 이다혜 기자와 이동진 영화평론가

Q. 아마도 그런 담당자들의 고민이 100회까지 올 수 있는 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고민의 시작은 영화 선정부터인가?

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수입, 배급사에서 선 제안이 온 영화를 체크하는데, 개봉은 언제 하는지, 아카데미 시상식 등 특정 이슈에 맞물리는지를 검토하고,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이 사전 시사로 해당 영화를 본 후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는 작품인지 확인한다.

영화가 정해지면 붐업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데, 라이브톡 일정과 더불어 해당 영화 수입, 배급사와의 마케팅 관련 논의에 들어간다. 여기서 선정 영화 포스터 등 기존 제공 경품들도 정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국 18개 극장에 무리 없이 정상적으로 송출할 수 있는 기술 점검, 홍보 마케팅 등의 업무가 진행되는데, 기간만 따지면 영화마다 다르지만, 약 한 달 정도 걸린다.

Q. 아무래도 100회라는 점에서 영화 선정에 고심이 좀 많았을 것 같다. 지난해 아쉽게도 열리지 못했던 100회 라이브톡에서는 1회 때 선보였던 ‘홀리 모터스’를 정하며 그 의미를 더했는데, 이번 ‘노매드랜드’는 어떻게 선정되었나?

윤: 아무래도 ‘노매드랜드’가 작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수작이고, 아카데미 시즌에 맞춰서 준비한 작품인데, 워낙 프란시스 맥도맨드 주연작이라서 기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4월 개봉 시기에 맞춰 3월부터 준비하게 되었다.

이: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된 이후,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 ‘기생충’ ‘미나리’ 등 좋은 영화로 라이브톡을 해보고 싶었지만 타이밍이 안 맞았는데, 다행히도 아카데미 시즌에 맞춰 ‘노매드랜드’가 우리에게 찾아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100회 기념 포토북 모습으로 오른쪽에는 포토북 상자, 왼쪽에는 포토북 중 '홀리 모터스', '마더', '벌새', '기생충'의 포토카드가 놓여져 있다.
이건 소장각! ‘이동진의 라이브톡’ 1회부터 99회까지의 모든 선정작을 담은 한정판 굿즈 라이브톡 카드집

Q. 이번 ‘노매드랜드’까지 포함해 수많은 영화가 라이브톡에서 소개되었는데, 담당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무엇인가?

이: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고 고마웠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기생충’이었다. 대부분 평론가님 혼자 자리에 앉아 영화 해설을 하지만, 가끔 감독님들이 참석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기생충’이었다. 감사하게도 봉준호 감독님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었고, 지금도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벌새’ 등 독립영화가 선정됐을 때도 감독님들이 참석했는데, 라이브톡 덕분에 영화가 잘 되었고, 자신의 인지도도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람이 크더라.

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영화 ‘마더’(2017)가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좋은데 왜 좋은지 잘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평론가님의 명쾌한 해설과 숨겨진 의미를 소개하는 등 듣는 것만으로 속이 다 시원해졌다. 아마 관객분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Q. 이야기를 나눠 보니 영화 한 편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마법 같은 시간이 어쩌면 라이브톡이 1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윤: 같은 생각이다. 라이브톡 한 회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좋은 영화를 많은 관객에게 소개하고, 알리고, 나누자는 마음이 모여야 가능하다. 라이브톡이 처음 시작했을 때 여타 극장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시도한 적이 없었고, 각 지역 영화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서의 남다른 의미가 있다. 더불어 1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이동진 영화평론가님의 남다른 애정, 그리고 영화의 다양한 의미를 대중적 언어로 전달하는 그분만의 장점이 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라이브톡’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이동진의 라이브톡' 담당자인 윤진호 님이 CGV명동역라이브러리 내 강연 공간 의자에 걸터 앉아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진호 님 이하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변수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현장 행사이다 보니 변수가 많을 것 같다. 진행 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윤: 코로나19를 언급 안 할 수 없다. 최소 매달 1편씩 영화를 선정해 라이브톡을 진행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을 만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환경적 요인이 변수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더불어 전국에 영상을 송출해야 하다 보니 중간에 영상이나 음향 문제가 생길까 항상 신경을 쓴다. 다행히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변수는 시간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끝내야 하므로 시간 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초반엔 프로그램 흐름을 깰까 염려가 많았다. 평론가님에게 전광판도 써보고 메모를 해서 남은 시간을 알려드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써봤었다. 지금은 그런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확히 시간 안에 마무리된다.

Q. 이처럼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는 라이브톡, 그리고 소개되는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처럼 각자 가슴속에 품고 있는 소중한 영화나 극장의 추억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아내랑 연애 시절에 당시 CGV강변 무비꼴라쥬에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함께 봤었다. 둘 다 그 영화를 너무 좋아했고, 무비꼴라쥬라는 상영관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다.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해줬으니 말이다. 아내는 지금도 그 티켓을 갖고 있는데,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한다.

윤: 유년 시절에 아버지와 취미를 공유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데, 우연히 극장에서 단둘이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을 함께 봤다. 그걸 보고 나서 아버지와 함께 대화가 부쩍 늘었다. 그 후 아버지는 ‘매트릭스’ 시리즈를 블루레이로 구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극장에서 보낸 아들과의 시간이 좋으셨던 것 같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담당자인 윤진호 님(오른쪽), 이원재(왼쪽)님이 CGV명동역라이브러리 내 로비에서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영화가 주는 그리고 극장이 주는 긍정적 영향이 참 많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라이브톡이 오랫동안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발전시킬 계획인가?

윤: 일단 코로나19와 영원한 이별을 했으면 한다.(웃음) 라이브톡의 동력 중 하나는 영화 그 자체다. ‘기생충’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이 절묘하게 들어간 작품을 선정하면 관객들의 호응도 좋고, 그만큼 라이브톡의 지속성도 살 거라고 본다. 이를 기반으로 담당자로서 좋은 영화를 잘 포착하고, 그 영화를 라이브톡에서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우선 되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지금 보다 더 관객들과 쌍방향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특히 라이브톡 현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차별화 포인트인 각 지역 관객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라이브톡에 관심을 갖고 극장을 찾을 것 같다.

이: 라이브톡이 더 오래갈 수 있으려면 영화 산업 자체가 예전처럼 좋아져야 할 것 같다. 최근 극장 산업이 침체기인 상황에서 라이브톡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 관련 프로그램이 열리고, 이를 통해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극장을 찾으면, 이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8년이란 시간, 100회라는 숫자. 한 프로그램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수고가 뒷받침 되야 한다. 여기에 ‘이동진의 라이브톡’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노력도 포함된다. 두 담당자는 이 힘든 상황속에서도 라이브톡을 보기 위해 극장 나들이를 해준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그리고 그 감사함이 오래 이어지도록 기분 좋은 긴장과 부담을 안고 매번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101회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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