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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물을 영화로 만드는 건 제작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문제적’ 상황이 ‘영화적’ 상황으로 흥미진진하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물이 아직 동시대에도 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라면, 더욱이 아직 생존해 있는 인물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문제적’ 상황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문제적’ 상황으로 다가오기 때문. 바로 오는 7일 개봉 예정인 <그때 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문제적 남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주인공이라고? 거장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인생 3부작 마지막 <그때 그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그 문제적 상황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 83세로 건재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그때 그들>의 주인공으로 소환해 영화 속 인물로 재창조 해냈다. 실비오가 어떤 인물인가! 이탈리아 총리를 세 번 역임했으며, AC밀란의 구단주임과 동시에 이탈리아 최대 언론 그룹인 피닌베스트 그룹의 총수이기도 하다. 부와 권력을 모두 갖췄지만 미성년자 성매매와 온갖 추문, 망언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실비오를 영화화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도전적인 시도를 파올로 감독은 <그때 그들>을 통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기만의 시선으로 성공적으로 이뤄낸다. 날카롭고 차가운 메스로 실비오의 치부를 가차 없이 해부해내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도려내야 했던 암덩어리를 단호히 잘라내는 감독의 연출력은 영화를 넘어서서 이탈리아 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문제적 인물로서의 실비오를 흥미로운 영화적 인물로 재탄생시킨 <그때 그들>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실재 인물들 사이의 먼저 살펴봐야 한다. 언론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그때 그들>은 이탈리아 최악의 이슈메이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다룬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밀라노에서 은행원인 아버지 밑에서 출생한 실비오(토니 세르빌로)는 밀라노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한 뒤 건설업에 뛰어 들었다. 학창 시절부터 밴드를 결성해 나이트클럽 또는 크루즈 무대 에서 콘트라베이스 주자로 활동했을 정도로 흥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쇼맨십을 적극 활용해 아파트 분양권을 따내고 이를 통해 재벌의 길로 들어선다. 재력을 갖춘 그는 방송 진출을 통해 또 다른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엿보고 밀라노의 한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하지만 지역에 한정된 케이블 방송사의 영향력이란 미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77년 민영방송 금지조항이 위헌 판결로 폐지됨에 따라 그의 방송사는 공영방송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법적인 제약들을 넘어서기 위해 많은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실비오는 정치를 함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AC밀란 구단주로서 축구 경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지지도 또한 변화한다는 걸 알고는 축구를 통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무능력하고 때로는 천박하며 심지어 스스로의 문제를 세상에 과시까지하는 논쟁적 인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총선에서 3선까지 할 수 있었던 중요한 비결 중 하나가 언론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실비오의 또 다른 자아, 세르조 모라 음악과 몽타주를 통한 인생의 헛됨, 젊음의 덧없음, 자본주의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감독의 독보적 연출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적극적으로 드러난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실비오를 통해서 정치계에 입문하려 했던 세르조 모라(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는2010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게 성매매 여성을 연결해준 혐의를 받았던 사업가 지암폴로 타란티니를 캐릭터화 한 인물이다. 모델을 매니지먼트 하는 세르조는 자신이 관리하는 여성들을 통해서 실비오에게 접근할 계획을 세운다. 이때 여성들을 묘사하는 영화적 태도는 철저히 광고 CF와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 형식을 취한다. 화려하고 과장된 이미지와 강렬한 음악의 활용은 세르조 뿐만 아니라 실비오의 세계가 일종의 물신주의로 가득 찬 시공간임을 폭로한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과 욕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파올로 감독이 <그레이트 뷰티> 등 이전 작품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던 감각적인 연출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음악과 몽타주를 통해서 인생의 헛됨, 젊음의 덧없음, 자본주의의 천박함을 드러냈던 파올로 감독은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지닌 감독임에 틀림없다. 실비오 저격수, 베로니카 라리오 실비오에 대비되는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는 베로니카(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실비오에겐 두 명의 공식적인 아내가 있었는데, 영화는 두 번째 아내였던 베로니카 라리오(엘레나 소피아 리치)를 비중 있는 인물로 등장시킨다. 한때 배우였던 그녀는 실비오와 20살 가까이 차이 나지만 미성년자 성매매 등 여러 혐의들에도 불구 그와 24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 했다. 총리 아내로서 국가와 대중이 강요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적인 행사에 남편과 동행하지 않기로 유명 했고, 특히 낙태 문제와 배아 실험 문제와 같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우회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관이 확실하고 타인의 시선에도 흔들림 없던 그녀의 당당한 태도는 <그때 그들>에서 실비오를 정면으로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활용된다. 권력을 움켜 쥔 그의 말 한 마디에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은 실비오 앞에서 쉽게 자신의 속내를 꺼내지 못한다. 오직 그의 아내, 베로니카만이 실비오의 민낯을 철저히 까발릴 수 있다. 그래서 베로니카의 대사들은 때로 강한 청량감으로 관객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감독은 바로 이 지점을 적극 활용해 이탈리아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는데, 대중이 실비오에게 갖고 있던 여러 애증의 관계를 베로니카와 실비오의 관계로 대치시켜 표현해내기도 한다. 베로니카가 영화 내내 보여주는 무기력한 태도는 실비오에 의해 몰락해버린 이탈리아 경제와 도덕성에 지쳐버린 대중들을 반영한 것이다. 더불어 영화 마지막 베로니카의 선언은 이탈리아 대중들이 실비오에게 전한 선언이자 감독이 영화를 통해 대중의 속내를 폭로한 대목이기도 하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독의 답변은? “당신은 하나의 공연에 끝없이 매달려서 연기를 계속할 뿐이야.”(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때 그들>은 원래 1, 2부로 나뉘어져 이탈리아에서 개봉 했다. 전체 길이가 3시간 40분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지만 1부가 개봉했을 당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뒤를 이어 흥행 2위를 했을 정도로 이탈리아 대중의 많은 인기를 받은 작품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개봉했던 2018년은 이탈리아 총선이 있던 해였고, 정권에서 퇴출당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비공식적으로 다시 정계 복귀를 선언한 해이기도 했다. 당신은 감독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었는가?(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그런 문제적 인물을 동시대에 영화로 표현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전한다.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과연 문제적 남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누구인가?’ 감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상징과 단선적이지 않은 서사, 과장된 이미지와 음악의 활용을 통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실비오란 인물을 새롭게 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관객들이 가져야 할 정치적 안목에 대한 주체성을 독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언론이 만들어내는 가상의 이미지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본 모습을 목도케 하고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는 감독의 태도는 미디어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이 시대에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얘기했듯이 <그때 그들>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인생 3부작 중 <그레이트 뷰티> <유스>에 이은 마지막 작품이다. 세 작품 모두 다소 불친절한 이미지 과잉으로 인해 피로감을 얻을 수 있고, 화면 안으로 들어가 하나씩 음미할 정도의 적극적인 해석을 강요(?)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판단의 기준을 관객의 몫으로 돌리는 감독의 영화에 도전할 가치는 있다. 만약 <그때 그들>를 관람할 예정이라면 전작을 보고 극장으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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