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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사진 동아리 선생님이 여름 방학 숙제를 내준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하나씩 나눠주고 세상의 끝을 찍어오라는 것. 네 명의 동아리 친구들은 함께 세상의 끝을 찍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런데, 세상의 끝은 과연 있는 것일까?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끌어안고 답을 찾으려 모험을 떠난 아이들의 모습 속에는 삶의 이면을 성찰하려는 1991년생 두 젊은 감독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감독들이 이야기하는 ‘세상의 끝’은 무엇인지,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자.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세상의 끝을 찾아 떠나는 네 명의 친구들 길을 잃고 잠시 쉬어갈 곳을 찾는 아이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붙잡고 세상의 끝을 고민하던 아이들은 한 친구가 제안한 대로 1호선의 종점인 ‘신창’역으로 향한다. 물리적인 끝 지점을 상상했던 아이들은 여전히 끊기지 않은 채 이어지는 철도를 보며 실망한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철도가 끝나는 곳이 있다는 옛 신창 역사로 다시 향하지만 아이들이 마주한 풍경은 폐허가 되어버린 을씨년스러운 역사일 뿐이었다. 기대와는 다른 세상의 끝에서 아이들은 세상의 끝은 없다는 걸 깨닫는다. 대신 그 과정에서 계획과는 다른 변수로서 다가오는 수많은 종착역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 종착역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인생의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정에서 만난 특별한 순간들 길 고양이에게 음식을 주는 송희(한송희)(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종착역’을 연출한 권민표, 서한솔 감독은 영화의 중간 마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 순간에 실재 그 사진을 스틸 이미지로 삽입한다. 초점도 나가 있고, 피사체도 프레임 밖으로 밀려나 있는 미완성의 사진들이지만 세상의 끝을 찾기 위해 나간 여정에서 만난 풍경으로서 제법 그럴싸하게 다가온다. 이 사진 이미지들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었던 것은 촬영하는 순간에 욕망했던 아이들의 바람과 정반대되는 이미지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막다른 절벽처럼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세상의 물리적인 ‘끝’을 상상했던 아이들에게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낯선 풍경들은 그 자체로 당혹스러운 풍경이었다. 결국 아이들이 느끼는 당혹감은 풀기 어려운 난제(難題)로서의 ‘끝’이 되어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이어진다. 한없이 투명한 배우들의 연기 신창역을 지도에서 찾는 아이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종착역’은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네 명의 아이들을 연기한 설시연, 배연우, 박소정, 한송희 배우는 모두 자신의 실제 이름으로 극 속에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카메라에 포착된 네 배우의 연기는 지극히 자연스러움을 넘어서서 인물과 카메라 사이에 그 어떤 막도 쳐져있지 않는다 느껴질 정도로 투명한 연기를 선보인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실재적 상황 속에서 카메라의 역할은 단순한 기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듯 절대 인물들 사이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들어가지 않고 철저한 관찰자 시점으로 그들의 동선을 뒤쫓는다. 그 결과 ‘종착역’은 한국 독립영화에 또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는데까지 나아간다. 윤가은 감독이 영화 ‘우리들’을 통해서 제시했던 사실적 묘사와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종착역’은 자신들 만의 새로운 사실성을 확보해 나아간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의 끝으로의 여정이 지극히 낯설면서 동시에 한없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완전 합의를 통해 ‘종착역’을 완성한 두 감독의 여정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에 사실감을 더한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권민표, 서한솔 감독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동기들이다. 서한솔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권민표 감독이 협력하여 만든 ‘종착역’은 두 감독 모두에게 첫 번째 장편영화였지만 그렇다고 만드는 과정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커다란 갈등 없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완전 합의’라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역할을 나눠서 연출을 하기 보다는 모든 결정을 철저한 합의 과정을 통해 연출한 두 감독은 그 만큼 더욱 촘촘하고 세심한 시선들로 매 장면을 채워 나아갈 수 있었다. 연출 디테일은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에서도 잘 엿보인다. 마치 애드립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실제 시나리오에 담겨져 있는 대사 같기도 한 인물들의 말들은 묘하게 각자의 캐릭터가 지닌 개성을 부각시키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서로의 내적 갈등까지도 드러낸다. 두 감독들이 네 배우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배려하며 각 장면들을 설계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의 끝을 찾아 떠난 아이들이 만난 낯선 풍경(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과연 세상의 끝이란 존재할까? 네 아이들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세상의 끝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도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한솔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당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곳으로만 가도록 만드는 한국 사회를 도식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우리가 수없이 강요당하는 끝지점으로서의 목표란 허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네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흥미진진한 일들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두 감독이 우리에게 전하는 삶의 소중한 순간들, 영화 속 네 아이들의 여정을 통해서 각자가 걸어왔던 순간들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종착역’을 좀 더 특별하게 만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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