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9일 첫 방송 예정인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으로 또 한번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삼시세끼> 시리즈. 이토록 시청자에게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제작진의 노력과 함께 방송 콘텐츠를 관리하는 그가 있기 때문이다. tvN을 포함한 CJ ENM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표출중인 방송기술 기획 담당자 Tech Creation3팀의 강민규 님을 만나봤다.
CJ ENM에서 <삼시세끼> 시리즈 제작이 가능한 이유?
한 편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PD와 작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준 높은 촬영을 위한 카메라 감독을 포함한 수많은 촬영 스탭 이하, 안정적 방송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강민규 님이 속한 Tech Creation3팀은 방송 제작에 필요한 방송기술을 기획하고 방송 프로세스를 수립•운영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2016년 CJ ENM에 입사한 강민규 님은 전기전자공학을 전공으로 했다. 그런 그에게 방송기술 기획이 낯설 수도 있을 터. 그러나 그는 대학 때부터 방송기술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기에 업무를 더욱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입사 후 본격적인 NPS(Network Production System) 기획 업무에 참여했다.
NPS란 네트워크 기반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방송 업무 프로세스는 크게 ‘촬영 > 인제스트 > 편집 > 후반작업 > 송출 > 방송’으로 나뉜다. 이때 촬영 영상과 특수효과, 자막, 녹음, 믹싱 등 후반작업, 송출에 필요한 파일을 한곳에 모아두는 곳이 필요한데, 그 저장소를 NPS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USB와 비교가 안 될 만큼의 대용량의 외장하드인 셈. 지난 2016년, CJ ENM에선 방송기술 시스템 중 하나인 NPS(Network Production System)를 새롭게 도입하며 발빠른 콘텐츠 운영에 박차를 가했다.
CJ ENM에 NPS가 처음 도입된 건 2011년.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CJ ENM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은 턱없이 부족했다. 시스템이 과부하가 걸려 하마터면 큰 방송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민규 님은 팀원들과 함께 업그레이드된 NPS를 기획했다고. 그는 여러 차례 검증을 해보며 NPS의 안정성을 테스트했고,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NPS를 도입해보기로 결정한 것. 그 시도는 적중했다.
직접 설계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촬영 스탭들의 만족도가 높았죠.
CJ ENM의 모든 콘텐츠, NPS로 통한다!
<삼시세끼 고창편>을 시작으로 CJ ENM에서는 방송 콘텐츠 제작 시 NPS를 사용하기로 했다. tvN은 물론 OtvN, OCN, OnStlye, Mnet 등 CJ ENM의 모든 콘텐츠가 NPS로 통하는 셈. 이를 위해 강민규 님은 2년 동안 NPS 시스템 점검 및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CJ ENM 공용 NPS를 도입했고, 2018년 6월에는 아카이브를 운영하며 NPS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삼시세끼 고창편>을 통해 NPS의 안정성과 업무 효율 개선 등을 높게 평가 받았지만, 촬영 스탭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터라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고. 강민규 님은 이러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 tvN 예능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2, 3>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신서유기 외전 강식당2, 3>의 경우, 8일 동안 촬영하는 카메라 수만 70대가 넘고, 카메라당 최소 8시간에서 최대 24시간 동안 촬영했다. 모든 영상 콘텐츠는 디지털 스트림 형태로 변환해서 콘텐츠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인제스트 작업을 거친다. 강민규 님은 NPS를 도입하면서 인제스트도 직접 관리한단다. 촬영을 끝마친 PD가 원본 파일을 Tech Creation3팀에 전달하면, 인제스트부터 파일 정리까지 한 뒤 PD에게 연락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NPS 도입 전, 인제스트하는 시간만 촬영일과 동일한 8일이 족히 걸렸는데, NPS를 도입하면서 시간이 반 이상 줄어들게 되었다고. 그는 며칠 밤을 꼬박 새웠던 PD들이 NPS 덕분에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단다.
강민규 님과 Tech Creation3팀은 NPS를 통해 보안에도 힘쓰고 있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모든 파일을 직접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촬영 스탭을 지정해 삭제 권한을 부여한다. 파일 분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또한 촬영 스탭이 실수로 파일을 삭제할 경우를 대비하여 삭제 후 2주까지 복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NPS를 사용하는 촬영 스탭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항상 고민한다고. 또한 그가 새로운 기술을 기획하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이를 구체화하고, 실행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협업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엔 수준 높은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공통적인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진화하는 CJ ENM의 방송기술, 다음 스텝은 5G 기술과의 융합?
CJ ENM에 업그레이드된 NPS가 도입된 지 햇수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변한 게 있다면 Tech Creation3팀 내 NPS 운영팀이 따로 생겼다. NPS를 방송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에도 활용한 것.
tvN의 디지털 스튜디오인 tvN D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데 NPS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이미 만들어진 영상을 재편집하는 매시업(Mashup)의 경우 기존 영상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업무 처리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NPS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향상되었고, 이를 통해 기존 대비 8~9배 높은 성과를 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강민규 님은 차세대 방송기술을 기획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방송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트렌드 분석과 끊임없는 연구는 필수. 타 방송사 담당자들과 정기 교류를 하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IT 및 방송 세미나와 학회에 참석하며, CJ ENM에 도입할 수 있는 방송기술을 살핀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지난 4월, 이동 통신사와 협업한 5G 특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Mnet 음악 프로그램인 ‘엠카운트다운’ 생방송 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초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뮤지션 Live’가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시스템 네트워크를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발전하는 방송기술로 CJ ENM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NPS를 거쳐 간 방송 콘텐츠만 수십 편에 달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금까지 맡은 프로그램 중 가장 촬영 분량이 많았던 tvN <대탈출>. 촬영 분량은 그만큼 스탭들의 고생과 비례하는데, 그는 NPS 도입으로 제작 환경에 긍정적 변화가 이뤄지기를, 이를 통해 시청률도 잘 나오기를 바란다. 앞으로 차세대 방송기술 도입으로 더 나은 제작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그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