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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조 버드와 스테이시 클라우센의 섬세한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10월 21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레위기> 리뷰 영화 <레위기> 메인 포스터 성서의 ‘레위기’에는 동성애를 다루는 두 개의 구절이 담겨 있다.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행위니라’(18장 22절), ‘누구든지 여자와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꼭 죽일지니 자기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20장 13절). 동성애 관계를 맺으면 죽여도 된다는 레위기의 구절들은 오랜 시간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여겨져 왔다. 성서 해석학은 성서에 담긴 성소수자 혐오 구절들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실천하며 성소수자를 향한 기독교 내부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주류 기독교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성소수자 정체성을 ‘죄’로 낙인찍는다. 영화 <레위기>는 기독교의 성소수자 혐오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갈등의 감정을 공포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무엇이 영화 속 젊은 두 청년의 삶을 파멸로 이끌고 있는지, 파멸의 과정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견디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인물들의 의지는 어디서 비롯되는지, <레위기>가 펼쳐 놓는 황량하고 서늘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동윤 영화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 연출, 시나리오, 영상문화이론 전공 경력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2007), <오이시맨>(2008) 시나리오 집필춘천SF영화제 프로그래머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함께 한국퀴어영화사 연작 시리즈 책임 편집 (2019~2023) 저서 『A Collection of Korean Queer Cinema』(2023)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공포 집을 찾아온 라이언과 방충망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나임 호주의 작은 마을, 같은 학교에 다니는 라이언과 나임은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며 둘만의 은밀한 시간들을 누린다. 교회가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지 못한 채 외딴곳에서 만남을 이어간다. 말수도 적고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이 서툴기만 한 나임에게 라이언은 세상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다. 지리멸렬한 삶이지만 라이언과의 관계가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임은 라이언이 목사 아들 헌터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질투심에 둘의 관계를 폭로한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목사는 아들과 라이언의 성 정체성을 바꾸기 위한 구원 치유 의식을 개최한다. 의식이 끝난 뒤, 헌터와 라이언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되고, 그들을 도우려던 나임까지 구원 치유 의식을 당하자 이들의 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공포 속으로 휘말린다. 죄책감이라는 내면의 감옥 사랑하는 자의 얼굴로 다가온 괴한으로부터 도망치는 나임 사랑하는 대상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레위기>의 상상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이 내면에 품고 있는 ‘죄책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성서의 구절들을 바탕으로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있는 기독교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 기도와 신앙생활을 통해 시스젠더(태어날 때 지정받은 생물학적 성별과 본인이 스스로 인식하고 정체화하는 심리적·사회적 성별(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이성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서에 언급된 성소수자 혐오 구절들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믿으며, 시스젠더 이성애 정체성을 벗어난 모든 존재를 죄로 규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구원의 길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기독교인들에게 동성애는 고쳐야 하는 질병과 다르지 않다. 만약 죄를 지었다면 신 앞에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죄에서 벗어날 수 있듯이, 동성애 또한 같은 방식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믿음이다. 구원이라는 이름의 폭력 구원 치유 의식을 받는 라이언과 헌터 <레위기>는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전환치료’ 행위로 서사화한다.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는 개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성애 또는 시스젠더로 바꿀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시행되는 모든 비과학적 치료 행위를 일컫는다. 동성애적 욕망과 신체적 고통을 연결시켜 동성에 대한 끌림이 발생할 때마다 혐오감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것이 이 치료의 주된 목적이다. 성소수자로서의 욕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로써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기획 자체가 갖는 폭력성은 한 존재를 무참히 짓밟는다. 라이언과 나임, 헌터가 겪어야 하는 분열증적 증상은 이러한 기독교의 폭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들이 겪는 구원 치유 의식은 단지 영화 속의 일이 아니다. 지금 현재, 이 땅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레위기>가 표현하는 공포가 사실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고통을 부정함으로써 얻은 평안 교회에서 간증하는 나임 엄마 본래 기독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종교였다. 세상이 부와 명예, 권력과 힘의 논리로 좌우될 때 기독교의 신은 세상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에게 빛이 되어 주며 그들이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기독교가 체제의 주류 종교가 되었을 때 제도 속에서 기독교는 힘을 얻었고, 이로써 사랑의 종교가 아닌 죄의 종교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놓고 인간적 욕망을 세속적 가치로 폄하하며 부정하게 만듦으로써 기독교는 사람들을 통제했다. 나임의 엄마가 얻은 위로는 자신의 과거 삶을 부정함으로써 성취한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죄책감과 두려움은 오히려 자신의 신앙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나임의 엄마가 구원 치유 의식이 아들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면서도 아들을 고통 속에 밀어 넣은 것은 현실의 극심한 고통이 신앙심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임의 엄마에게 현실은 고통, 기독교는 기쁨과 회복을 의미한다. 고통을 멀리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나임의 엄마는 이를 위해 현실을 부정하고 판타지의 세계 속으로 아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공포를 통과해 사랑을 선택하기 공포의 환영 속에서 서로를 두려워하면서도 함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나임과 라이언 나임의 엄마는 종교적 판타지 안에 머물기를 선택하지만 나임은 그로부터 벗어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기를 선택한다. 사랑하는 라이언과 함께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욱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라이언과 함께 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결국 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기독교의 본질이기도 하다. 세상을 위해 본인을 희생한 예수의 삶을 본보기 삼아 실천하려는 기독교적 가치는 특정 대상을 혐오로 낙인 찍고 죄책감을 안겨주려는 모든 행위보다 앞선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던 나임이 용기 있게 라이언과의 삶을 선택한 것은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존엄성을 해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행복을 획득한 듯 보이는 나임 엄마의 삶보다 끊임없이 주변을 맴도는 공포의 환영들 속에서도 사랑하는 자와의 삶을 선택한 나임의 삶이 더욱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은 여기에 있다. 나를 혐오하는 삶은 어떤 방식으로도 절대 긍정할 수 없다. 자기 혐오에서 벗어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의 불가능성,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공포를 <레위기>는 적극적으로 대면하기를 요구한다. 공포를 직면함으로써 공포를 유희하는 것이야말로 공포 장르의 기획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레위기>야말로 공포 장르에 충실한 공포영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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