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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루탈리스트> 리뷰 메인 포스터 브루탈리즘. 가공하지 않은 콘크리트라는 뜻의 “béton brut”에서 유래된 건축 사조로서 콘크리트를 전면에 내세운 채 그 어떤 장식적 디자인도 허용하지 않는 모더니즘 건축의 최전선. 그래서 이전 양식의 건축가들에겐 비정하고 거칠고 야수처럼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기능주의적 요소를 극대화한 건축 양식. 브루탈리즘에 대한 대략적인 사전적 의미는 이와 같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이 단어의 의미를 전면에 내걸고 역사극의 외형을 띤 가상의 이야기를 창조해 냈다. 실제 미국의 역사적 상황을 배경에 깔고 그 위에 쌓아 올린 가상 인물들의 사건들은 철저히 감독의 의도하에 조율되어 움직인다. 저예산으로 3시간 45분의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만들면서 비스타 비전 카메라로 촬영하고 70mm 필름으로 현상하여 아이맥스에서까지 상영하고자 했던 감독의 야심은 브루탈리스트들이 이루려 했던 이상과도 일정 부분 닮아 있다. 무엇이 감독으로 하여금 지난한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도록 만들었을까? 가상의 시대극을 통해서 현시대에 전하려 했던 그의 이념은 무엇일까? 마치 건물의 구조처럼 여러 겹의 층위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완성된 <브루탈리스트>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브래디 코베 감독 : 배우에서 감독으로, 감독에서 아티스트로 건축 설계를 위해 스케치를 하는 라즐로 토스 <브루탈리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브래디 코베 감독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 속 주인공인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는 곧 감독의 페르소나이자 감독 내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코베 감독은 감독이기 이전에 배우로 먼저 카메라 앞에 섰다. 11살의 어린 나이에 아역으로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얼굴을 알렸고 2003년 캐서린 하드윅 감독의 <13세>에 출연하며 스크린으로 연기 폭을 확장했다. 이후 그렉 아라키, 라스 폰 트리에, 미카엘 하네케, 미아 한센-러브, 노아 바움백, 루벤 웨스틀룬드 감독과 같은 예술영화 감독들의 작품들에 배우로 출연하며 연기 폭을 넓혀간다. 이후 모나 파스트볼드 감독과 함께 <슬립 워커>(2014)의 각본에 참여하며 조금씩 연출에 대한 마음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10년 전에 써놓았던 각본을 다시 끄집어내어 그의 첫 데뷔작 <더 차일드후드 오브 어 리더>(2015)를 완성한다.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뒤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복스 룩스>(2018)를 연출하여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분에 선정되었고 세 번째 장편영화인 <브루탈리스트>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다. 밴 뷰런에게 의뢰받은 마가렛 리 밴 뷰런 센터 공사 모습 아이작 펠드버그 평론가와의 인터뷰에서 코베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자신의 삶에 어떤 역경을 만들어냈는지 고백한 바 있다.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할리우드 산업 시스템 내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감독들 몇몇을 제외하면 독립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매 작업 때마다 생활고를 견디며 창작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브루탈리스트>를 제작할 때도 촬영이 끝난 이후 후반작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다른 영화의 시나리오를 의뢰받아 집필해야 했고 쉬는 날이 한순간도 없을 정도로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생계를 위해 창작을 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연출은 곧 투쟁의 연속이자 자기표현의 또 다른 방식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는 매 순간들을 견뎌내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야 하는 그의 경험은 영화 속 주인공인 라즐로 토스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사상이 부재한 욕망만 남겨진 자본의 야만성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파티 참석자를 이끌고 언덕을 오르는 밴 뷰런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는 파시즘의 광기로부터 탈출하여 1947년 미국에 도착한다. 2차 세계 대전은 끝났지만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유럽인의 시선에서 미국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안전이 보장된 곳이었다.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 조카 조피아(라피 캐시디)와 헤어져 홀로 미국 땅에 도착한 토스는 사촌 몰나르의 도움으로 펜실베니아에 정착한다. 바우하우스를 졸업하고 부다페스트에서 주목받는 건축가였지만 이주민으로서 미국에 정착한 토스는 공장과 건설 현장의 노동자일 뿐이었다. 우연한 계기에 밴 뷰런(가이 피어스)을 만나 그의 과거 이력을 존중받고 다시 건축의 기회를 얻게 되기까지 토스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기보다 생존해야 하는 거친 야생이었다. 대자본가인 뷰런의 도움으로 아내와 조카를 미국으로 불러들여 그토록 꿈에 그리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듯싶었으나 자본의 강력한 힘은 토스의 창의력을 소모시키며 점점 잠식해 간다. 미국에 온 토스의 아내 에르제벳과 조카 조피아 파시즘에 의해 무너져 내려야 했던 유럽의 전통적 가치들로부터 벗어났으나 그가 도착한 미국은 자본에 의해 개인의 취향이 특화된 국가였다. 패션 잡지를 들고 와 사진 속 가구와 똑같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몰개성화된 취향은 토스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감각을 일순간 흡입하듯 흡수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토스가 깨닫는 것은 사상이 부재한 욕망만 남겨진 자본의 야만성이었다. 왜 건축을 선택했냐는 뷰런의 질문에 토스는 정육면체를 설명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것을 만드는 것에 있다고 답한다. 그에게 시대적 이념과 사상은 매 순간 역사적 운명을 비극으로 반복하는 것들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격동의 시대가 흘러감에도 변함없이 우뚝 서 있는 건축물의 힘이다. 그에게 건축은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영원성을 담보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다. <브루탈리스트>에 등장하는 2부의 제목처럼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 바로 건축물인 셈이다.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 모든 장식을 배재하고 경시당했던 건축재료인 콘크리트를 전면에 내세운 브루탈리즘의 야수성은 라즐로 토스 캐릭터 그 자체를 대변한다. 브루탈리즘은 발표 당시에도 그 과감성으로 인해 많은 논쟁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정부의 건물은 ‘아름다워야 한다’며 행정명령을 퇴임 한 달 전 통과시킨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극단적인 단순함을 과시하는 브루탈리즘의 미학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입장과 매 순간 대립해 왔다. 최근 노들섬의 공중 보행로 건축을 맡게 된 세계적인 건축가 토마스 해더윅은 그의 책 『더 인간적인』 서문을 통해서 변화 없는 일상 속 풍경을 지배하는 건축물들을 “따분하다”는 표현으로 일갈한 바 있다. 정확히 브루탈리즘을 겨냥한 말은 아니더라도 근대 건축을 대표하는 브루탈리즘 또한 ‘따분하다’는 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고전주의자로부터도, 포스트모더니스트로부터도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브루탈리스트들의 위치는 유럽에서 벗어나 미국에 정착하며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벽 앞에 자신의 신념을 훼손당해야 했던 라즐로 토스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밴 뷰런의 서재를 리모델링한 토스 흥미롭게도 <브루탈리스트>는 건축물을 스팩터클한 이미지로 담아내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본질을 위엄을 자랑하는 건축물의 외형에서 찾지 않는다. 반대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지켜가며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그 본질을 탐구한다. 예술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브루탈리스트>에도 방황하고 갈등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예술가의 면모가 등장한다. 하지만 브래디 코베 감독은 그러한 예술가들의 갈등을 단순한 창작의 고통과 연결 짓지 않는다. 반대로 그 고통의 원인을 자본주의의 세속성에서 찾고 자본이 예술을 어떻게 훼손시키는지 해부하듯 들여다본다. 예술이 부흥하기 위해선 자본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예술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는 예술가들의 고뇌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체제와 시대적 문제일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역사의 무게를 온몸에 끌어안은 가상의 인물 건축을 위해 메모하던 라즐로 토스 전쟁을 피해 동유럽에서 이주한 난민으로서, 유대인 임에도 개신교 교회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사유하며 건축하려 했던 건축가로서, 자본의 횡포 속에서 자신의 이상향을 지켜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던 예술가로서, 라즐로 토스에게 건축은 사물의 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거주자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어쩌면 그가 건축하려 했던 건물은 절대 이 세상에서 구현될 수 없는 이데아,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디지털의 시대에 물성을 지닌 필름을 선택하고, 아이맥스 카메라가 스팩터클의 차원을 새롭게 펼쳐 놓는 시대에 70mm 필름 통을 운반하며 영화를 상영한 감독의 의지는 불가능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몸짓인지도 모른다.그러한 몸짓들이 하나둘 모여 현실의 지루함을 변혁해 나간다는 사실, 여러 시대 속에서 오해받아 왔던 모더니스트들의 고집스러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82회 골든글러브 작품상 등 3관왕, 제81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10개 부문후보에 올랐다.  ‘브루탈리스트’는 2월 12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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