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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레즈비언 삶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세상의 모든 흐름은 젊음, 역동성, 생동감과 같은 살아 숨 쉬는 것에만 주목하고 있진 않은가?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워져 있는 존재들 중에서도 여성, 레즈비언의 삶에 관심을 두고 그녀들의 고통과 사회적 편견과 부조리함을 폭로한다. 과연 감독이 영화 ‘우리, 둘’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의 화려한 데뷔작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우리, 둘’은 제46회 세자르 영화제 데뷔작품상을 수상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 11개 부문 수상, 2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우리, 둘’로 제46회 세자르 영화제 데뷔작품상을 수상하고 제78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한 해에 등장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신인 감독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위치를 선점한 메네게티 감독은 본인 스스로를 시네마 키드로 포장하지 않는다. 16세 전까지는 영화관에 가지 않았을 정도로 영화와는 거리가 있던 청년. 그랬던 그가 영화광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뉴욕으로 떠난다. “새로운 것에 굶주렸고 세계를 여행하고 싶었”지만 그가 주로 배회했던 곳은 학생 영화 세트장 이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온 그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본격적으로 촬영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며 커리어를 쌓아갔다. 2012년, 서른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만든 단편 영화 ‘L’Intruso’는 프랑스 앙제에서 열리는 ‘Premier Plans Festival(프랑스 앙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이후 한 편의 단편을 거쳐 ‘우리, 둘’을 만들기 전까지 그는 느린 호흡이지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깨닫고 차근차근 감독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 감독의 발걸음의 속도가 ‘우리, 둘’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집착을 통해 표현되는 니나의 두려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니나와 마도(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메네게티 감독은 그 동안 자신이 만들어 온 모든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삶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을 대하는 존재들의 이중적 태도를 다뤄왔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감독의 작품 세계는 ‘우리, 둘’에서도 잘 엿보인다.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도(마틴 슈발리에)는 20년 째 사랑을 이어온 연인이다. 그녀들은 파리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로마로 떠나 그곳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자신들 만의 삶을 꾸려나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모든 계획은 마도에게 병환이 생기며 어그러진다. 니나는 질병 속에서 고통 받는 마도 곁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세상이, 주변 사람들의 편견이 그녀들을 함께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마도를 향한 니나의 열망은 타인에게 위험한 집착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더욱 니나가 마도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경계한다. 과연 무엇이 니나로 하여금 강한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하도록 만든 것일까? 어쩌면 20년 간 함께 해온 삶의 동반자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극심한 외로움이 그녀로 하여금 극단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메네게티 감독은 니나를 통해서 그녀가 느끼는 아픔을 관객들 또한 중요하게 돌아보도록 요구한다. 바로 니나의 고통은 영화 속 만의 고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마도의 아픔 일상을 함께 보내는 마도와 니나(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은 더디지만 조금씩 신장해왔다. 한국의 열악한 성소수자 인권 실태를 고려했을 때 한편으로 미국과 유럽은 마치 유토피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서구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관객이라면 ‘우리, 둘’은 사뭇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두 레즈비언 여성들의 삶도 한국의 성소수자가 겪어야 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지 못하는 마도(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니나와 마도는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로마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가족이 없는 니나는 로마로 떠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딸과 아들, 모든 삶의 터전이 파리에 남아 있는 마도에겐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 마도는 딸 앤(레아 드루케)과 프레드릭(제롬 바랑프랭)에게 니나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려 하지만 말하지 못한다. 자녀들 앞에서 머뭇거리는 그녀의 주저함에는 20년 동안 스스로를 숨기며 살아야 했을 레즈비언으로서의 고통이 담겨져 있다. 가까운 가족에게 조차도, 어쩌면 가장 가깝기에 더욱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을 20년 동안이나 홀로 품고 살아야 하는 고통이란 어떤 것일까? 마도가 겪어왔던 아픔들은 어느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는 크기와 깊이를 지녔다는 것 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멜로와 스릴러 사이에서 전해져 오는 긴장감의 정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채 아픈 마도 곁을 지키는 니나 (사진 출처: 영화 ‘우리, 둘’ 메인 예고편) 메네게티 감독은 마도의 곁을 지키려는 니나의 행동을 철저히 스릴러적 감각으로 재현해낸다. 현관의 도어 뷰로 바라보는 왜곡된 풍경. 그 풍경을 통해 니나는 마도의 집을 감시하고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엿본다. 마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는 한 그녀는 마치 스파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현실을 이루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작업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곧 니나의 긴장감이기도 하다. 마도의 애인임을, 그래서 자신이 그 곁을 지켜야 함을 당당히 밝히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지만 니나는 그럴 수 없다. 자신의 커밍아웃이 혹여라도 마도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기꺼이 긴장감을 감내해낸다. 그리고 날카롭게 날선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교란시키며 끝까지 마도 곁을 지켜나간다. 니나의 긴장감은 절대 장르적 긴장감으로 소모되어서는 안 되는 실존적 통증이다. 영화를 보며 그녀의 긴장감을 함께 느끼도록 요구하는 감독의 의도 또한 바로 관객들이 그녀들의 실존적 통증을 느끼고 깨닫기 위함이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니나와 마도(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우리, 둘’의 원 제목은 ‘Deux’, ‘둘’이다. 숫자이기도 한 둘 앞에 ‘우리’라는 단어를 붙이고, 그 사이에 쉼표를 넣은 한국어 제목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우리지만, 둘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관계. 둘임에도 우리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현실. 현재, 이 땅에서, 레즈비언, 여성들이, 더 나아가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둘’을 보고 어떤 감정들을 느꼈다면 그 감정들이 지금, 여기에, 살아 숨 쉬고 있는 감정들임을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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