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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펜서’ 메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한국에서 다이애나 스펜서는 여러모로 미지의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만큼 한국에서도 그녀의 존재를 모르는 이는 그리 많지 않겠으나, 정작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언론이 밝힌 몇 가지 사실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스펜서’는 그런 의미에서 반갑다. 어쩌면 이제라도 그녀의 속마음을 엿보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으니 말이다. ‘스펜서’가 전하는 다이애나는 어떤 모습일지 좀 더 살펴보자.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비운의 여정을 살다 떠난 다이애나 웨딩드레스를 입고 정원을 거니는 다이애나 (출처: 네이버 영화) ‘스펜서’를 이해하려면 먼저 다이애나의 실제 삶이 어떠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이애나는 스펜서 가문의 정통 후계 손인 8대 스펜서 백작과, 퍼모이 남작 가문의 5대손인 프랜시스 백작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귀족 출신으로 가문만 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 보일 수 있겠으나, 부모님의 가정폭력과 이혼,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20살이 되던 해, 찰스 왕세자와 혼인을 결정하게 되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꿨지만, 찰스의 지속적인 외도와, 규율과 규칙을 엄수해야 하는 궁중 문화에 답답함을 느끼며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는 귀족 출신의 왕세자비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분방한 횡보를 보이며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뛰어난 패션 감각과 더불어 따뜻한 미소로 왕족에 비판적인 대중들조차도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대중의 집중된 관심은 다른 왕족들의 시기와 질투로 이어졌다. 특히, 남편인 찰스는 항상 다이애나를 따라다니는 언론의 관심에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현했고, 사랑하는 아내를 괴롭히는 언론을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만 관심을 두는 언론의 시선을 질투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다이애나를 고립시키도록 만들었다. ‘스펜서’에 표현된 다이애나의 고통 만찬 자리에 가지 않고 홀로 방에 머물고 있는 다이애나 (출처: 네이버 영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은 파파라치의 극심한 집착으로 이어지며 다이애나를 괴롭혔다. 반면, 그녀를 품고 보호해야 할 왕실은 소극적인 대처로 다이애나의 내적인 어려움을 방치해버렸다. 어디서도 보호받을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심리적 불안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다. ‘스펜서’는 바로 여기에 집중한다. 이미 잘 알려진 다이애나의 환경과 삶의 조건보다는 그 순간 고통받았던 다이애나의 상태를 실존적 존재로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카메라는 줄곧 다이애나에게 집중하고 다른 인물들은 대체로 배경에 위치시킨다. 서사는 불필요한 부분은 간략하게 생략하며 오직 다이애나의 목소리와 동선만을 중심에 위치시킨다. 그 결과, 관객은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다이애나의 고통을 온몸으로 오롯이 전달받는다. 과거의 온갖 풍문에 시달려야 했던 그녀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 가녀리게 신음하고 있는 불안한 한 실존적 존재로서 그녀를 만나도록 만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재해석한 다이애나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출처: 네이버 영화) ‘스펜서’가 작년부터 여러 번 회자된 이유는 바로 크리스틴 스튜어트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가장 내밀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다이애나의 심리 깊은 곳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쓸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영화를 본 모든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다며 그녀의 연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가장 뛰어난 순간들은 다이애나의 행동을 똑같이 묘사한 부분이 아닌, 불안에 떨면서도 끊임없이 자유를 갈구하며 성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들이다. 분명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몸부림쳤다는 것을 크리스틴은 놓치지 않는다. 여성 영화 전문 감독, 제작자인 파블로 라라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는 파블로 라라인 감독 (출처: 네이버 영화) ‘스펜서’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그의 작품들은 많이 알려져 있다. 1976년 칠레 출생인 그는 산티아고의 대학에서 시청각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이후 친형과 함께 ‘Fábula’라는 영화사를 설립한다. 2005년 ‘푸가’로 데뷔하여 ‘토니 마네로’(2008), ‘포스트 모뎀’(2010)과 같은 장르 영화들을 만들었고, 이 작품들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서 칠레의 피노체트 독재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는데 특히, ‘노’(2012)는 영화, 광고 회사를 운영하는 자신의 경험이 다수 반영된 작품으로서 그의 정치적 성향을 잘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제작한 ‘글로리아’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정권에 대한 비판은 2013년에 제작한 ‘글로리아’를 기점으로 젠더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한다. 이 작품은 중년 여성의 내밀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베를린영화제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했고, 줄리안 무어의 눈에 들어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되었다. 그 뒤에 제작한 ‘판타스틱 우먼’(2017)은 칠레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를 가감 없이 표현하여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운동을 야기했다. 또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재키’(2016)는 주연배우 나탈리 포트만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시키며 화제를 낳았는데, 재클린 케네디를 존 F. 케네디의 아내가 아니라 오히려 주체적 열망을 가진, 케네디의 시대를 책임진 인물로 그려내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영화 ‘스펜서’ 메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자신의 주체적 목소리를 지닌 존재들이다. 거침없이 세상을 향해 발화하는 인물들은 아닐지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의지를 다해 현실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내려는 실존적 존재들이다. 제아무리 현실이 그녀들을 옥죄어오고, 폭력과 혐오로 불안에 떨게 만들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소리를 지우려 한다 하더라도 그녀들은 절대 자신의 욕망을 거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 욕망을 실현시키고 달성하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스펜서’에서 표현된 다이애나의 모습을 통해서 그녀를 추상적으로 이해해왔던 한국 대중 또한 이제는 새로운 영감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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