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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2018년, 생존 작가 중 최대 낙찰가를 기록했고, 최근 그의 한국 전시를 찾은 관람객의 숫자는 30만 명을 돌파했다. 피카소를 제외하고, 생전 이토록 엄청난 성공과 명성을 동시에 누린 작가가 또 있었을까? 다큐멘터리 <호크니>를 통해 작가 고유의 특별함과 예술적 원천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옥미나 | 영화 평론가 영화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배웁니다 영상으로 만나는 현대 미술의 거장, <호크니> 영화 <호크니>는 한 인간으로서의 데이비드 호크니를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호크니>는 제목 그대로 ‘데이비드 호크니’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미 너무 유명하고 친숙한 인물, 더구나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감독에게 녹록하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 게다가 데이비드 호크니에게는 고전적인 예술가의 서사에 걸맞은 지독한 가난, 가족의 불화, 무명 시절의 고통 같은 역사도 없다. 혹시 동성애자라는 꼬리표와 편견이 그를 괴롭혔던 것은 아닐까 추측할 법도 한데, 도리어 작가와 친구들은 1960년대 영국 사회가 보여주었던 관용적인 태도와 그들을 특별하고 창의적인 존재로 인정해주었던 이후 미국의 호의적인 분위기에 대해 밝은 목소리로 증언한다.  <호크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일대기를 다루지 않는다. 인생을 일직선으로 펼쳐 연대기 별로 구분하지도 않고, 뚜렷한 변화를 거듭했던 그의 작품 스타일이 개인사의 결과인 것처럼 해석하려 들지도 않는다. 대신 영화는 작가보다 작품이 더 친숙할 관객들에게 예술가를 벗어나 한 개인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 예로 금발 머리, 동그란 안경, 괴상할 정도로 독특한 옷차림 등 젊은 시절 고수했던 이런 스타일만 봐도 알 수 있다. 극중 그가 행하는 스타일은 단순히 그 시절 또래들의 취향이나 젊은 예술가의 치기가 아니라,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선택이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모든 것 영화에선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보다 많은 후일담이 담겨 있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호크니>에서 이어지는 것은 친구, 동료들의 인터뷰다. 그들이 기억하는 데이비드 호크니에 관한 사소한 에피소드부터, 그의 작품에 직접 모델이 되었던 이들이 들려주는 작품의 내막과 후일담은, 익숙하게 보아 넘겼던 작가의 그림에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보탠다. <호크니>는 친한 친구들의 가벼운 일상 잡담처럼 시작해서, 찬찬히 그의 작품으로 다가가게 만들고, 이내 데이비드 호크니가 직접 털어놓는 그림과 예술에 대한 철학을 들려준다.  미술에 대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철학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진과의 비교다. 그는 일기를 쓰듯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훗날 그림의 재료가 될 자료들을 모았다. 그러나 그는 카메라가 포착하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자 표면에 한정된 것이라면, 그 광경에 감성과 생기, 개인의 감정을 불어넣어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작가와 그림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 철학은 즐겁게 노는 것? 그야말로 ‘그림으로 즐겁게 노는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에 대한 철학의 핵심에는 ‘유희’가 있다. ‘나는 내가 좋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라는 그의 말은 유명작가의 오만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사실 호크니에게는 거들먹거림 없는 진심인 것 같다. ‘그림으로 즐겁게 논다’는 그의 변함없는 태도야말로 이젤을 고집하는 대신, 음악과 어울리는 오페라의 무대를 만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새로운 도구로 삼아 끝없이 스타일이 변화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든 삶의 태도일 것이다.  전시를 관람한 이에게도, 미처 관람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호크니>는 그의 작품과 더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친구, 동료들의 인터뷰와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호크니>의 말미에서야 이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그의 작업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하나의 사진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여러 사진을 이어 붙여 완성했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 콜라주. 기존 원근법의 규칙을 깨고, 넓은 원근법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의 시선을 담아 전체 풍경의 윤곽을 완성했던 작가의 작품 방식 그대로 말이다. 이런 부분에서 관객은 <호크니>를 통해 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미술은 경험을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 <호크니>를 본 뒤 그의 미술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데이비드 호크니가 기록하고 싶었던 일상 속 경험을 다시금 확인하며, 작품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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