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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길 원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절대 쉽지 않다. 정욱 감독의 데뷔작 영화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에 대한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고 그로부터 고뇌하고 갈등하는 ‘좋은 사람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과연 좋은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감독이 펼쳐내는 인물 군상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서사를 관통하는 두 개의 핵심 사건, 도난 사건과 교통 사고 엇갈린 진술들에 혼란스러워 하며 경찰서를 나온 경석(김태훈)(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고등학교 반에서 도난 사건이 벌어진다. 담임인 경석(김태훈)은 범인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지만 고백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때 한 학생이 범인으로 세익(이효제)을 지목하지만 결정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세익은 억울함만 호소한다. 그날 밤, 경석은 딸 윤희(박채은)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사라졌던 딸은 교통사고를 당한 채 발견된다. 사고의 유력한 가해자로 또 다시 세익이 지목되지만 그는 결백을 주장한다. 딸의 사고에 대한 책임은 이미 아빠인 경석에게도 전가된 상황. 경석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동시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려낼 수 있을까? 교사로서 짊어진 학생들에 대한 책임과 아빠로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책임 사이에서 경석은 격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그 갈등은 결국 경석에게 무엇이 좋은 사람의 조건인지를 몸소 체감하도록 만든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 선한 얼굴로 세익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석(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경석은 돈을 잃어버린 학생에게 대신 돈을 건넨다. 교사로서 돈을 잃어버린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반 아이들은 질문한다. 그 돈을 선생이 대신 내준다면, 돈을 훔쳐간 범인은 아무 책임도지지 않아도 되는 건가! 학생의 질문에 경석은 답한다. “내가 훔쳤다. 됐냐?”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을 대신 책임지겠다는 빌미로 스스로 범인이 되어버리는 경석의 행동은 교사로서 모든 책임을 짊어지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사건의 진실과 범인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을 한 순간에 은폐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경석은 학생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잘못에 대한 인정, 그리고 책임지려는 자세. 두 조건을 스스로 지키려다 역설적으로 딜레마에 빠진 경석의 상황은 과연 진정한 착한 사람은 무엇일지 관객들로 하여금 고민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에게 온당한 책임을 묻는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경석이 처한 상황을 통해서 착한 사람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인생 연기를 펼친 김태훈과 이효제 김태훈, 이효제의 연기는 ‘좋은 사람’의 동력이자, 매력이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좋은 사람’은 도난 사건과 교통사고, 두 개의 사건들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경석의 감정선을 오롯이 추적한다. 선생과 아빠라는 이중의 위치는 그에게 강한 감정의 파고를 만들어내는데, 그 원인은 전적으로 세익으로부터 출발한다. 과연 사람들의 진술처럼 세익은 진짜 범인일지, 충분히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경석은 선생으로서 세익을 지키고 보호하며 동시에 아빠로서 범인일 수도 있는 세익을 추궁해야 한다. 두 사람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미스테리 서사의 강한 긴장감은 전적으로 김태훈, 이효제에게서 발생한다. 영화 ‘좋은 사람’의 공식 포스터로, 김태훈의 표정만으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경석의 노력과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수많은 독립 및 상업영화, TV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김태훈 배우는 처음으로 공개되었던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소지섭, 강동원, 박해일까지 내노라하는 배우의 아역을 도맡으며 아역배우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던 이효제 배우는 모든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익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한 표정들을 통해서 사실적으로 표현해낸다. 두 배우가 펼쳐내는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좋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좋은 사람’의 정욱 감독은 세종대학교 영화과 졸업 후, 단편 ‘패밀리’, ‘면허시험’을 연출한 후 수년이 걸린 시나리오 집필을 거쳐 이 작품을 내놓았다. 혹독한 기간을 뚝심 있게 버텨낸 감독은 이 영화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메가박스상, 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는다.   ‘좋은 사람’은 격한 감정의 인물들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모든 카메라의 시선들 속에서 감독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감독의 중립적인 태도는 모든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들며 ‘착한 사람’에 대한 관객의 사유를 폭넓게 확장시킨다. 첫 데뷔작임에도 인물들보다 앞서지 않으며 적절히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차기작을 더욱 기대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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