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소타 CJ제일제당 식품미주법인, 이재현 회장의 방문이 있었던 지난 26일 경영진 간담회 자리에는 흥미로운 이력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코카콜라에서 25년, 크래프트 하인즈에서 16년. 미국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들을 거쳐 CJ의 품으로 온 임원들이었습니다.
그날 이들이 꺼낸 이야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였습니다.
“코카콜라에서는 손을 들지 않았어요”
더그 해링턴(Doug Harrington, 리테일 세일즈 총괄)이 CJ에 합류한 것은 불과 7개월 전의 일입니다. 코카콜라에서 보낸 25년과 비교하면 아직 신참내기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 동안 그가 가장 강하게 느낀 차이는, 전략도 슬로건도 아닌 아주 단순한 장면 하나였습니다.
“코카콜라에서는 손을 들어 누군가를 돕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CJ는 다릅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멀리 갈 필요가 없어요.”
리더십 그룹뿐만 아니라 모든 단계에서 손을 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 글로벌 1위 음료 기업에서 25년을 보낸 임원이 7개월 만에 발견한 CJ의 진짜 차별점은, 거대한 전략도 화려한 비전도 아닌 ‘손을 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재현 회장이 내내 강조한 ‘원팀(One Team)’의 모습이, 이미 미주 조직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언이기도 했습니다.

“제 딸이 저의 K인플루언서입니다”
카리 지머(Kari Ziemer, HR 총괄)는 슈완스에서만 15년을 보낸 베테랑입니다. 그녀는 그날 간담회에서 자신의 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2019년 슈완스가 인수되던 해, 제 딸은 11살이었습니다. 그때 딸이 ‘BTS’라는 작은 그룹을 처음 얘기했는데, 지금은 17살이 됐습니다. 아침에 K팝을 들으며 일어나, 하교 후에는 매일 K드라마를 봅니다. 최애 작품은 <사내맞선>. 저녁이 되면 한국 마스크팩을 붙이고 다시 K팝으로 하루를 닫습니다. 이제 엄마인 저에게 알려줍니다. 무엇을 발라야 하는지,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카리의 이야기는 CJ가 그리는 ‘K라이프스타일의 글로벌 일상화’ 비전과 가장 정확히 일치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CJ는 단순한 식품 회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기업임을 현지 구성원들에게 재차 정의했는데, 카리 딸의 하루는 그 정의가 미국 가정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가장 정확한 증거였습니다.
카리는 “이것이 다음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며,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및 전 세계가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슈완스에 입사한 15년간 많은 변화를 봤지만, 지금만큼 회사의 미래가 기대된 적은 없었다”는 찐소회를 전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제 동료가 가장 사랑했던 말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페데리코 아레올라(Federico Arreola, Head of Asian Cuisine)에게서 나왔습니다. 크래프트 하인즈에서 16년을 보내고 CJ에 합류한 그입니다.
그날 R&D 시식 자리에서 ‘크런치 타임(Crunch Time)’이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전자레인지 5분으로 완성되는 풀사이즈 피자. 회장이 한 조각을 맛본 뒤 짧게 말했습니다. “이게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페데리코는 회장의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이재현 회장님의 어록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제 동료가 가장 사랑하던 말이기도 합니다. ‘경쟁사가 따라올 의지를 잃을 만큼 빠르게 달려라.'”
크래프트 하인즈에서 16년을 보내며, 그는 1등 자리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를 CJ로 이끈 결정적 이유였고, 크런치 타임이 마침 그 말의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독보적 기술력과 시장 자체의 판을 바꾸려는 의지, 그래서 경쟁자가 따라오려는 마음 자체가 흔들릴 만큼 거리를 벌여 놓는 것. 그것이 바로 이재현회장이 말하는 초격차의 의미인 것입니다.
페데리코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재현 회장이 그 말을 다시 이어받았습니다.
경쟁사가 따라올 의지를 잃을 만큼 빠르게 달리려면 강력한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 CJ가 영위하는 피자, 디저트, K푸드 카테고리에서는 세계 어떤 식품 기업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어 네슬레를 같은 기업을 뛰어넘고 글로벌 No.1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카콜라에서 온 사람, 크래프트 하인즈에서 온 사람, 슈완스에서 15년을 보낸 사람. 이들은 이미 원팀으로 No.1 식품 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미 손을 드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미 K라이프스타일이 미국 가정의 일상 안으로 들어와 있었으며, 이미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