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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튼 아카데미> 리뷰 <바튼 아카데미> 메인 포스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튼 아카데미>는 아카데미 주요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소식으로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네브래스카>(2013) 이후 오랜만에 다시금 그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준 작품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바튼 아카데미>의 매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본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상처 입은 자들의 쓸쓸한 크리스마스 오붓하게 자신들 만의 크리스마스 만찬을 나누는 폴과 털리, 그리고 메리 1969년에서 1970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이한 바튼 아카데미는 집으로 갈 수 없는 학생 다섯 명과 그들을 관리할 선생, 주방장만을 남겨두고 문을 닫는다. 새하얀 눈밭으로 변해버린 교정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이들은 명절날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외로움, 원치 않는 이들과 명절을 보내야 한다는 괴로움을 끌어안고 서로를 향해 날 선 감정들을 쏟아 놓는다. 학생들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역사 선생 폴 허넘이 자신들의 관리 담당 선생이란 사실에 치를 떨지만 폴은 아이들의 투덜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양의 과제와 엄격한 규율로 학생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옥죈다. 홀로 남겨진 채 외롭게 성당에 앉아 생각에 잠긴 털리 이때 다행히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으니, 바로 항공사 사장인 한 학생의 아버지가 모든 아이들을 스키 리조트로 초대한 것. 드디어 서로를 향한 의무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며 학생과 선생 모두 기쁨의 환호를 외치지만 딱 한 명의 학생이 부모와 소식이 닿지 않아 함께하지 못하게 된다. 그는 바로 아버지의 질병으로 가정이 깨어진 아픔을 감춘 채 학교 내 문제아로 낙인찍힌 앵거스 털리. 나머지 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떠나갈 때 학교에 남은 털리는 폴과 함께 할 크리스마스 방학이 벌써부터 끔찍하다. 문제아 털리를 돌봐야 할 폴도 끔찍하긴 마찬가지. 이들 곁에 남은 주방장 메리 램만 묵묵히 매 끼마다 밥을 해주며 그들을 돌본다. 늦은 시간 홀로 TV를 보던 메리 <바튼 아카데미>는 이들 세 사람이 각자 뱉어내는 서툰 감정들을 촘촘히 엮어 내어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과정에 주목한다. 폴과 털리, 메리는 각자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외부자다. 그들은 각각 공동체와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어딘가에 속할 마음을 지워버린 자들이기도 하다. 오히려 살갑게 다가오는 자들을 밀어내기만 했던 그들이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 묶여 서로의 날 선 감정들을 대면해야 하는 과정들은 궁극적으로 외면해 왔던 자신의 아픔을 대면하는 과정으로 승화된다. 아픔을 경험한 자들만이 서로의 아픔을 발견하고 보듬을 수 있다는 명제는 <바튼 아카데미>의 공식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괴팍인 인물들 크리스마스 트리를 뒤늦게 구입해 식당에 장식한 폴 한 개인의 아픔을 통해서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주특기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깊은 상처를 품은 채 괴팍한 성격으로 주변인들을 밀어낸다. 아내의 죽음 이후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슈미트(<어바웃 슈미트>(2002), 이혼에 대한 상실감으로 매일 와인을 마시는 마일즈와 떨어진 인기를 외면하기 위해 수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한물간 배우 잭(<사이드웨이>(2004),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가 사실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음을 알게 되는 맷(<디센던트>(2011), 알콜중독에 알츠하이머까지, 인생의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우디(<네브라스카>(2013). 파티에 참석했다 황급히 빠져나온 폴과 털리, 그리고 메리 이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의 무게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바튼 아카데미>의 폴과 털리, 메리와 공명한다. 그들이 결국 영화 속에서 각자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괴팍하고 불손한 태도와 행동들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응시했기 때문이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고통을 어떻게든 또 다른 상처로 되돌려 주려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기란 절대 쉽지 않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상처 입은 자들이 내뿜는 날 선 감정의 칼날들이 결국엔 내 곁을 지켜달라고, 나를 이 고통 속에서 건져 달라고 애원하는 구조의 손길임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구조 요청을 귀담아들을 수 있는 자들 또한 그 고통의 크기와 깊이를 이해하고 있는 자들임을 깨닫게 한다. 1969년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바튼 아카데미>의 매력 스키장으로 떠나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털리와 그 곁을 지키는 폴 <바튼 아카데미>는 1969년 겨울의 풍경을 영화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촬영 장소와 미술, 의상 뿐만 아니라 화면의 톤까지도 정밀하게 설계한다. 촬영을 맡은 아이길 브릴드 촬영 감독은 1970년대에 상용했던 카메라 렌즈로 촬영을 했다. 비록 디지털로 촬영했지만 후반작업 과정을 통해 화면의 입자를 높여 마치 1970년대에 제작된 영화적 풍경으로 탈바꿈 시킨다. ‘바튼 아카데미’의 배경이 된 촬영지 또한 가급적 세트로 구현하지 않고 메사추세츠에서 100% 로케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앨라배마에 바튼 아카데미가 존재하지만 영화 속 바튼 아카데미는 디어필드 아카데미와 노스필드 마운트 헤르몬 스쿨, 세인트 마크 스쿨 등지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이 모든 장소는 실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학교들로 비록 바튼 아카데미는 아니지만 영화 속 바튼 아카데미와 유사한 분위기를 품고 있어 실제 학교들의 아우라가 고스란히 영화 속에 반영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복원하기 위해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인물들의 대사와 공간음을 녹음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녹음기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녹음기까지 동원하여 고전 영화의 사운드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냈다. 영화 음악은 <네브라스카>를 함께 작업했던 마크 오톤과 다시 호흡을 맞춰 1960년대 히트곡들로 넘버를 채웠다. 방학이 끝나고 위기에 놓인 털리의 곁을 지키는 메리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치밀하게 1969년 당시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했던 것은 어쩌면 지금은 잊혀지고 지워져 버린 어떤 가치들을 과거 속에서 발견하려 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총기 사고로 무고한 학생들이 희생당하고, 극심한 인종 갈등과 젠더 갈등 사이에서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관계의 파편들을 다시금 딛고 일어서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가치들을 중요하게 되새겨야 할까? <바튼 아카데미>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만의 답변일지도 모른다. 극심한 경쟁과 치열한 생존 게임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들, 따뜻한 봄을 기대하듯 <바튼 아카데미>를 통해서 한 번쯤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바튼 아카데미’는 ‘네브래스카’, ‘사이드웨이’, ‘어바웃 슈미트’ 등을 이어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2월 21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를 비롯한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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