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 뚜레쥬르, 더플레이스 등 외식 점포에는 많은 장애인 사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식기세척기를 가동하거나 기물을 정리하는 단순 업무부터 대면 서비스까지 각 점포에서 꼭 필요한 업무들을 맡고 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의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애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CJ뉴스룸이 지난 7일 CJ푸드빌에서 장애인 채용 업무를 맡고 있는 인사운영팀 이하은 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장애인 사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법
지난해 CJ푸드빌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4.8%를 달성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이 숫자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상시근로자 수 대비 장애인 근로자 수 비율을 말해요. 저희의 경우 지난해 기준 4.8%였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민간 기업의 장애인 법정 의무 고용률은 3.1%예요. CJ푸드빌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법으로 정해진 비율을 훌쩍 뛰어넘을 뿐 아니라 동종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CJ푸드빌에서 일하는 장애인 사원들은 매월,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점포마다 최소 1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근무하고 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CJ푸드빌의 장애인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CJ푸드빌의 장애인 채용은 본사와 각 점포의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신규 점포가 문을 열거나 채용이 필요한 점포가 생기면 본사에서 장애인 고용을 제안 드려요. 인근의 장애인 복지관과 연계하거나 장애인 일자리 취업 지원센터에서 인재 추천을 받죠. 저는 이 과정에서 추천받은 인재와 점포를 연결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지원자가 확정되면 점포 현장에서 면접을 진행해요. 본인이 근무하게 될 환경에서 직접 점장님, 매니저들을 만나 어떤 업무인지 미리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간혹 바로 업무에 투입되는 걸 어려워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경우 2주 정도 직무 체험이나 실습을 통해 업무에 익숙해지는 기간을 갖기도 해요. 실습 기간엔 장애인 사원 혼자 투입되는 게 아니라 복지관의 지원 선생님이 동행하며 업무를 익히게 돼요.
장애인 사원과 함께 일하시는 점포 현장의 반응도 궁금해요.
점포에서도 장애인 사원 채용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오히려 대부분 채용을 적극 원하시는 편이에요.
초반엔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장애인 사원들의 대다수가 굉장히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거든요. 그분들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면 당황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주변에 장애인 동료들이 점점 늘고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를 확실히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차곡차곡 신뢰를 쌓는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고요. 물론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단순 업무’만 한다는 편견에 대해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장애인 직원을 돕거나 단순 업무만 한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CJ푸드빌의 장애인 사원들은 후방 지원 업무는 물론 대면 서비스까지 각자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업무를 맡고 있어요.
이런 업무 환경이 정착되기까지 각 점포는 물론 CJ푸드빌 사원들의 노력이 컸습니다. 장애 유형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각자의 특성과 성향에 맞는 업무, 적합한 직무를 꾸준히 고민해 온 덕분이죠.
CJ푸드빌에서 장애인 채용 인사 담당자로 일하는 이하은 님은 장애인 채용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장애인 직업 생활 상담원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합니다. 장애인 사원들의 업무 적응을 돕고, 직무를 수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고충을 청취하며 세심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CJ푸드빌에서 일하는 장애인 사원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장애인 사원 채용 초반엔 대부분 인력이 빕스 소속이었어요. 반복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었거든요. 빕스에서 안정적으로 근무가 이루어지는 걸 보고 다른 브랜드에서도 충분히 장애인 사원이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현재 장애인 사원들은 빕스 뿐만 아니라 뚜레쥬르, 더플레이스 등 점포에서 식기세척기 가동, 기물 정리, 빵 포장이나 진열, 정리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점포에서는 장애인 사원이 해당 직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1대1로 매칭하여 지원하고 있고요. 덕분에 장애인 사원들과 함께 어울리며 업무를 하는 환경이 더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단계입니다.
장애인 사원들이 대면 서비스 직무도 맡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3급 장애인의 경우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전방 서비스 업무까지 가능할 거란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품 진열이나 포장 업무처럼 방법과 순서가 정해진 일들이요.
뚜레쥬르 점포에서 가장 먼저 대면 서비스 업무에 장애인을 채용했고, 그분이 얼마 전 입사 2년 차를 맞았어요. 안정적으로 재직 중이시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합니다.
장애인은 다양한 업무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1.41%에 불과하다고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장애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순 업무만 할 수 있다는 편견 때문인 것 같아요. 일단 장애인을 채용한다고 하면 직무에 한계를 두고 채용을 시작하거든요.
하지만 지적장애도 유형별로 특성이 다 다르고, 신체장애 역시 각 장애의 특성마다 할 수 있는 업무가 정말 다양합니다.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직무에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사원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업무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공부가 많이 필요하겠네요.
맞아요. 업무를 진행할수록 더 깊이 이해하고 책임감 있는 채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년 장기근속자를 인터뷰하면서 처음 안 사실이 있는데요. 장애인 사원분들이 단순 반복 작업만 하면 지루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분들은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시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순서대로 착착 흘러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죠.
‘장애인 직업 생활 상담원’ 자격증을 따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가요?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애인 분들이 자기 능력을 100% 발휘하려면 장애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고민하고 발굴해야 해요. 마침 한국고용공단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장애인직업생활상담원 취득 과정이 있더라고요. 장애유형, 상담방법, 복지 및 서비스 등 전반적인 장애인 고용에 대한 내용을 배울 기회였어요.
자격증을 취득한 후엔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특성에 맞는 적합한 직무를 찾아드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커요. 예를 들어 저희 CJ푸드빌엔 지적장애를 가지신 사원들이 많은데요. 이분들의 장애 등급이 모두 달라요.
2급은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가능하고, 3급은 교육을 통해 조금 더 복잡하고 상호작용하는 업무까지도 가능하거든요. 이러한 정보들을 점포에 전달해 채용 후 업무 분장 시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애인 사원 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우수 인재를 채용해 해당 부서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했을 때 정말 기뻐요. 좋은 성과를 내고 역량을 마음껏 펼칠 때 채용 담당자로서 가장 뿌듯하죠.
사례 하나를 꼽자면 지난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중증 장애인 근로자 교통비 지원’ 사업을 새로 발굴해 안내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소득 중증장애인 근로자에게 출/퇴근 교통비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었는데요. CJ푸드빌에도 적용해 지원 요건에 맞는 장애인 사원들이 교통비를 100%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각 점포의 매니저분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실제 교통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도움을 주셨죠. 저소득 중증장애인 사원분들에게 조금 더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해 푸드빌이 장애인 사원들과 함께 동행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만족하는 직장을 위해
CJ푸드빌엔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장애인 사원이 많다고 들었어요.
현재 전체 장애인 사원의 30% 정도가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예요.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 덕분인 것 같아요. 어렵게 채용된 직원들이 업무에서 의미를 찾고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전국 수많은 점포에 장애인 사원들이 근무 중이다 보니 모든 점포를 일일이 찾기는 어렵지만, 매월 그분들의 근무 일수, 근무 시간 등 현황을 시스템으로 트래킹하며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새로 입사하신 분들이 너무 과도하게 많은 시간 근무하고 있지는 않은 지 확인하고요. 갑자기 근무시간이 줄어들거나 입/퇴사가 생긴 경우 점포와 소통해 이유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점포 점장님에게 수시로 직원들의 근황을 듣고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최장기 근속 장애인 사원의 업무 기간은 몇 년인가요?
빕스 1호점인 등촌점에서 21년 장기근속하신 분이 계세요. 2003년에 입사해 올해로 정확히 21년째 근속 중입니다. 비장애인에게도 2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이분과 장기근속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처음 빕스 면접 당시의 정확한 질문이나 답변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냥 행복했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마음은 지금도 같다고요.
21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세월 함께하며 가족처럼 대해주신 점장님과 매니저분들 덕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하시는 일은 식기세척기 가동인데, 순서에 맞게 착착 처리하면 무언가를 이루어 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빕스에서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장애인 사원들은 주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나요?
저희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장애인 사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곤 하는데요. 보통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당황하시는 것 같아요.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이 편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손님이 몰리는 러시타임에는 힘들어하세요. 그럴 때에는 장애인 사원 뿐 아니라 다른 직원 여러 명이 투입되어 업무를 처리하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더운 김이 나오는 식기세척기를 여름에 가동하는 것이 힘들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이분들의 고충을 듣고 통풍이 잘되는 소재의 하계 유니폼을 지급하는 등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도 궁금합니다.
빕스 등 외식브랜드에 집중된 장애인 채용을 모든 브랜드로 확산하고, 장애인 사원들이 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직무를 발굴해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CJ푸드빌은 2017년에 장애인 우수고용주로 선정되었는데요. 이후 코로나로 장애인 채용이 잠시 주춤했어요. 경기가 회복되며 장애인 고용을 다시 활성화했고 22년 2%, 23년 3% 후반대, 24년 4% 후반대로 꾸준히 상승시켜 온 부분을 조금 더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장애인 사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달릴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