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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각각 2017년, 2019년에 국내 관객을 만났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타이페이 스토리’(1985)에 이어 ‘공포분자’(1986)가 드디어 오는 9일 정식 개봉한다. 이제야 비로소 대만 감독 에드워드 양의 이른바 ‘타이페이 3부작’을 한 자리에 펼쳐놓을 수 있게 되었다. 드넓게 펼쳐진 세 작품의 관계망 안에서, 에드워드양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의 대만을 보며 느꼈을 어떤 정념들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열린 것이다. 박지한 | CGV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영화가 선물해준 빛나는 순간을 나눕니다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 ‘하나 그리고 둘’의 조나단 창과 함께 사진을 찍은 에드워드 양(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에드워드 양의 한자 이름은 양덕창(楊德昌). 1947년에 태어나 2007년 사망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대만으로 이주했다. 흔히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혹은 대만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외성인’인데 중국본토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외성인’과 원래 대만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본성인)간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외성인들이 겪는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상실감은 이른바 대만 뉴웨이브 영화에서 주요한 테마이다.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의 배경이자 계엄의 원인이 되는 2.28 사건은 외성인 세력인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본성인과 갈등하면서 발생한 대만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 외성인과 본성인의 대립적 개념, 혹은 그것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은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작동한다. 에드워드 양은 대만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USC 영화과에 입학했으나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졸업해 미국에서 꽤 오랫동안 컴퓨터 관련업에 종사하다 1980년대가 되어서야 대만으로 돌아가 영화계에 투신한다. 에드워드 양의 공식적인 영화 데뷔작은 1982년작 옴니버스 영화 ‘광음적고사’(종종 ‘세월의 이야기’로 제목을 표기한 사례도 보인다.)에 실린 단편 ‘갈망’이다. 그리고 에드워드 양은 이때를 계기로 대만의 영화인들이 선언한 ‘새로운 대만영화’ 선언. 즉 대만 뉴웨이브. 혹은 ‘신랑차오’(新潮流) 운동의 핵심인물로 부상한다. ‘광음적고사’부터 시작한 감독의 영화적 특성은?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인 ‘해탄적일천’ 스틸(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광음적고사’에 실린 에드워드 양의 작품은 단편이기 때문에 에드워드 양의 정식 장편 극영화 데뷔작은 1년 뒤 1983년에 개봉된 ‘해탄적일천’이다.(이 작품은 왕가위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도일의 첫 장편영화 촬영작품이기도 하다) ‘해탄적일천’은 주인공이 남편의 실종을 겪고, 오빠의 옛 여자친구였던 피아니스트를 만나 벌어지는 심리드라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동양문화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느슨하나 확실한 억압(결혼, 가족관계에서의 역할 등)들을 제시하고 이것들에 어떻게 저항해 나갈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해탄적일천’의 문제의식. 즉 점점 서구화, 근대화 되는 대만이라는 공간 안에서 여전히 관습과 인습으로 구축되는 인간관계, 혹은 개인에게 요구하는 전근대적 가치들에 현대인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가는지는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3부작에서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237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타이페이 3부작 중 한 편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어린 시절 장 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보너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압도적인 상영시간으로 인해(237분) 영화 그 자체보다는 어떤 ‘신화’와 ‘전설’에 더 가깝게 취급된 경향이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대만 영화는 허우 샤오시엔의 작품을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소개되지 않았다. 이 두 가지가 겹쳐지면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말 그대로 ‘죽기전에 봐야 할 영화’의 목록에 올랐다. 이 작품이 가장 먼저 정식으로 소개된 것도 이 신화가 된 영화의 정체를 마주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직전 작품이 바로 ‘공포분자’이다. 그리고 이 두 작품 사이에는 5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에드워드 양의 1980년대 영화들은 동시대의 대만을 마주하는 작품들이었고,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1950년대의 대만으로 갑자기 역행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이후의 에드워드 양은 다시 현대의 대만으로 (‘독립시대’ ‘마작’) 되돌아온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에드워드 양이 세계적 유명세와 ‘작가’적 위치를 명실공히 다지게 되었으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에드워드 양의 영화에 있어서 형식적으로 조금은 이질적인(주제의식과 태도에 있어서는 궤를 같이하나) 면이 있다. 따라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보고 나서 그의 1980년대 영화 ‘타이페이 스토리’나 ‘공포분자’, ‘광음적고사’를 보는 체험은 꽤나 신선하다. 에드워드 양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통해 강력한 ‘재현’의 힘을 보여준 감독이나, 동시에 현대의 대만을 그린 일련의 작품들에서 ‘포착’의 힘을 여지없이 발휘한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 에드워드 양의 태도가 마치 캐릭터로 체화되어 등장하는 것 같은 인물이 ‘공포분자’ 속의 ‘카메라를 든 소년’이다. ‘공포분자’ 미스터리의 정조를 지층에 깔고 전개되는 이야기 제작한지 34년 만에 국내 개봉하는 ‘공포분자’ 포스터(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공포분자’의 이야기는 아주 짧게 요약할 수 있다. 한 소녀가 장난전화를 걸고, 이 장난전화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들이 비극에 내몰린다. 요약한 이야기를 보면 이 영화는 ‘스릴러’의 구조를 띄고 있다. ‘공포분자’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자신의 입으로 자기가 쓴 소설이 ‘일본 추리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고 설명한다. 그러고 보면 ‘공포분자’는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들, 이를테면 마쓰모토 세이초 등이 자주 전개하는 플롯인 다중인물이 하나의 점으로 규합되는 이야기의 구조를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공포분자’에 등장하는 소설가가 쓴 극중 소설 ‘공포분자’이 영화 안에서 영화가 구축한 영화 안의 ‘진실’과 영화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 허구의 시간대를 계속 혼란 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을 미루어 보면, ‘공포분자’는 미스터리의 정조를 지층에 깔고 전개되는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극중 소녀(왕안)의 장난전화를 받으며 일상의 균열이 생긴 소설가 주울분(무건인). 그녀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설정은 영화의 주제의식을 명료하게 한다.(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미스터리를 구성하면서 에드워드 양은 겹겹이 둘러친 장치들을 통해 관객이 이야기에 기꺼이 접근하고 몰입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연시킨다. 초반 30여분 간 영화는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개연성과 어떤 연속성의 측면에서 등장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기 쉽지 않다. 또한 앞서 언급한 등장인물이 극중에서 쓴 소설과 실제 영화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뒤섞이며 어떤 것이 이른바 ‘실체적’ 진실인지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어떤 지점은 명료해지고, 어떤 지점은 끝까지 설명되지 않는 잉여로 남는다. 게다가 마지막에 가면. 관객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본인이 직접 ‘선택’ 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다. 그 선택에 따라서 영화는 온전한 절망의 영화 일수도, 혹은 미약한 희망의 영화 일수도 있다. 에드워드 양은 15년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것은 관객의 자유에 맡기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쪽을 선택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에는 ‘공포분자’를 보기 어려웠지만 이제 우리는 에드워드 양이 ‘공포분자’를 통해 만들어낸 시험대에 기꺼운 마음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직접 확인할 차례다. Ps. 영화속에서 친숙한 음악과 목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방 안에 울려퍼지는 Platters의 는 제작 시기로 보면 반대지만, 우리에게 소개된 순서대로 보면 허우 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를 떠올리게 한다. 또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스토리’에서는 직접 배우로 출연하기도 한 대만 가수 채금의 노래가 엔딩에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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