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는 오벤터스?! 스팍랩 길현배 대표

창업을 결심하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그 시작점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상 속에서, 혹은 일을 하다 마주한 불편함이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는 것. 스팍랩도 마찬가지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대부분인 요즘, 트렌드 변화가 빠른 패션이나 화장품 등의 제품은 드라마가 제작되는 동안 새 상품이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PPL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스팍랩이 이를 해결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한 것! 하지만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데에는 오벤터스가 결정적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SF를 좋아하는 개발자에서 창업자로!

스팍랩 길현배 대표가 회사 로고가 붙어 있는 벽을 배경으로 팔짱을 끼고 서있는 모습. 길현배 대표 왼쪽에는 스팍랩 로고와 그 아래 CJ ENM 로고가 있다.
지난 9월 스팍랩을 설립한 길현배 대표

Q. 사명을 보고 처음에는 스파크랩(Spark Lab)인줄 알았다. 스팍랩(Spock Lab)은 어떤 뜻인가.

스팍랩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변환돼서 스파크랩이 나오긴 하더라.(웃음) 스팍랩은 영화 ‘스타트랙’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스팍’에서 따왔다. 과학 쪽으로 능력이 탁월한 인물인데, 그 인물처럼 능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업이 되자는 뜻으로 지었다.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런 취향이 반영된 이름이다.

Q. 창업 이전, 오랜 기간 개발자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딥러닝, 인공 지능 이런 말이 지금처럼 알려지기 전부터 이 분야와 관련된 일을 했다. 컴퓨터 비전 분야 일은 10년 정도했다. 초반에는 사람 몸에 센서를 붙여 동작을 인식하고 컴퓨터로 이를 구현하는 부분을 담당했다. IoT 분야에서는 가전이나 노트북에 있는 카메라로 표정이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했는데, 이때 영상 처리,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그렇게 개발자로 근무하던 중, 나름대로 시장을 구상하고 개발한 것이 영상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제품을 바꿔 주는 PPL 교체 솔루션 ‘싸이클롭스’다.

Q. ‘싸이클롭스’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개발했나.

등이 따스우면 안 된다. 회사에 다니고 있으면 개발에 집중이 잘 안되더라. 그래서 이불 밖으로 나왔다.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개발에만 매달렸다. 이전부터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동료의 창업이었다. 미국에서 근무할 때 동료가 퇴사 후 두 달 만에 실리콘밸리에서 잘 나가는 회사의 오너이자 투자자가 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가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탈 투자자인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이라는 책을 추천해 줬는데, 그걸 읽고 창업을 하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준 오벤터스

길현배 대표가 회의실에 앉아 노트와 노트북을 앞에 두고 무언가 설명하는 모습.
오벤터스를 통해 ‘싸이클롭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길현배 대표

Q.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싸이클롭스’라는 아이템은 어떻게 구상했는지 궁금하다.

후보 아이템은 많았다. 요즘 무인 점포가 많지 않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도난을 방지하는 보안 솔루션도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분야는 기존의 머신 비전 업체가 가진 기술력으로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다. 즉, 시장 선점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식으로 뺄셈을 계속 하다가 보니 남은 게 브랜디드 콘텐츠 PPL시장이었다. 기존에도 비슷한 솔루션이 있긴 하지만, 사물을 추가하는 것만 가능한데 비해 스팍랩의 싸이클롭스는 사물을 추가하고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오벤터스 4기로 선발돼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드라마 대상 PoC(Proof of Concept : 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성능을 검증하는 것)를 3회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Q. 그럼 오벤터스에 지원할 때에는 예비 창업자였던 건가.

맞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지원할 수 없다. 스팍랩은 예비 창업자긴 했지만 이미 ‘싸이클롭스’라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었고, 시장을 찾는 단계였다. 그러던 중 오벤터스 모집 공고를 봤고 예비 창업자도 참가가 가능하다고 해서 지원서를 낸 거다. 도전의 의미로 지원했는데, 4기로 선발돼 운 좋게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PoC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여신강림', '간 떨어지는 동거', '빈센조' 드라마에 등장하는 PPL 제품을 교체하기 전과 후를 좌우로 비교한 이미지. 첫번째 이미지는 '여신강림'의 한 장면으로,  화장품 제품을 들고 있는 손이 보인다. 그 왼쪽에는 제품이 교체된 이미지가 있다. 
그 아래는 '간 떨어지는 동거'의 한 장면. 어지럽게 놓인 술상이 보이는데, 왼쪽에는 술상 구석에 아무것도 없는데 오른쪽 이미지에는 구석에 테라 캔이 보인다. 
세 번째 이미지는 '빈센조'의 한 장면. 송중기가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왼쪽에는 골드 컬러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데, 오른 쪽에는 핑크색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
▲ (변경 예시) 단 몇 초면 제품 교체가 가능한 스팍랩의 PPL 교체 솔루션 (출처: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 ‘여신강림’, ‘간 떨어지는 동거’, ‘빈센조’)  

Q. 스튜디오드래곤과 진행한 PoC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스튜디오드래곤과의 PoC에서는 드라마 ‘여신강림’, ‘간 떨어지는 동거’, ‘빈센조’에 등장한 제품을 교체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여신강림’에서는 뷰티 상품 패키지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미션을,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는 맥주병 라벨을 바꾸고 복잡한 술상 위에 테라 캔을 올리는 미션을 받았다. ‘빈센조’에서는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것까지 작업했다. 그 결과 AI를 활용한 영상 내 사물 교체·추가 기술을 토대로 스튜디오드래곤에서 해당 기술과 연계한 상품을 기획하여 사업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Q. 보통은 CG로 작업하지 않나. 싸이클롭스를 이용했을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

가편집본이 나오고 종합편집본을 만드는 데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의 기간이 있다. 그 사이 사람을 투입해서 PPL을 교체하는 것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반면 싸이클롭스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솔루션 개발을 하면서 싸이클롭스와 사람을 대결시킨 적이 있는데, 속도와 작업 결과물에 차이가 있었다. 약 한 달간 4~6년차 그래픽 디자이너 6명 960시간을 들여 900프레임, 32초 분량을 작업했고, 싸이클롭스는 720시간 만에 1,800프레임, 60초 분량의 작업을 했다. 통상 제품 노출 시간이 2초인 것을 감안했을 때 사람은 16개 정도, 싸이클롭스는 30개 작업이 가능한 거다.

“Be learning machine”. ‘끊임없이 학습하는 기계가 되어라’

길현배 대표가 2021 O!VentUs DemoDay 대상 1,000만원이라고 적힌 판넬을 들고 수고했어,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라고 적힌 흰 벽을 배경으로 서서 미소짓고 있다.
스팍랩은 지난 10월 14일 오벤터스 4기 데모데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Q. 지난 10월 14일에 진행된 오벤터스 4기 데모데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팍랩은 아이템이 딱 하나라서 심사하는 분들이 평가하기 편하지 않았나 싶다. 실은 데모데이 발표를 하기 전까지 오벤터스 참가 기업의 규모를 잘 모르고 있었다. 발표하는 날에 PPT 자료를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그 순간 ‘아, 우리는 안되겠구나’ 싶었다. 아직 회사 규모나 체계 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기 때문에 솔루션 홍보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솔루션에 대한 기술적인 자신감은 있었지만 창업한 지 1~2달 밖에 안돼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대상을 받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

Q. 지금까지 오벤터스 참가자 중 예비 창업자는 유일한데. 대단하다.

처음에는 큰 회사랑 일을 하려면 조직도 있어야 하고 규모도 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솔루션만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 기회를 줬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오벤터스가 열려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예비 창업자가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게 생겼다. 여기서 안 좋은 선례를 남기면 예비 창업자에게 주어졌던 기회의 문이 닫히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무실 한 가운데 길현배 대표의 자리가 있고, 길현배 대표가 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짓고 있다.

Q. 책임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투자자 미팅이 많이 잡혔다. 제일 큰 혜택은 자신감을 얻었다는 거다. 또, 팀원과 협업을 한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서로간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한데, 이번 수상이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앞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도 괜찮겠다는 에너지도 많이 얻었다.

Q. 앞으로 스팍랩을 어떤 회사로 이끌어가고 싶은지 궁금하다.       

일단, 기술적으로는 드라마뿐 아니라 유튜버, 트위치 스트리머 등 개인도 이용할 수 있는 PPL 교체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런 목표를 하나씩 이뤄 가면서 Kpop 아이돌 그룹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재능이 뛰어난 개개인이 모여 매니지먼트, 프로듀서와 협업해 세계적인 그룹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비즈니스는 개인이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 간의 조화, 협업이 끊임없이 반복돼야만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

“Be learning machine”. ‘끊임없이 학습하는 기계가 되어라’는 스팍랩의 철학이다. 수많은 오답 속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인공지능처럼, 실패하더라도 이를 두려워하기보다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자는 것. 스팍랩의 길현배 대표는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오벤터스 참여도, 지금의 스팍랩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패와 성공을 발판으로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스팍랩.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응원한다.

‘CJ 오벤터스(O!VentUs, Open+Venture+Us)’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CJ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식품, 물류,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 분야에서 CJ 계열사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과제를 함께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술 및 사업화 연계 협업을 진행하는 등 이들의 성장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CJ는 2019년부터 오벤터스 1~4기 과정을 통해 총 29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이 중 9개社는 CJ계열사(프레시웨이, 대한통운, ENM, 파워캐스트, 올리브네트웍스)와 후속 사업을 진행하는 등 연계 성과를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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