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급변하는 국내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 그 이유는! CJ ENM IP유통본부 김종백 담당

안방극장은 옛말!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TV를 넘어 OTT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이 생기면서 유저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콘텐츠를 소비해오고 있다. 코로나19에 영향으로 이런 경향은 가속화되었는데, 이에 따라 국내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CJ ENM IP유통본부 유통전략담당 김종백 님은 생각보다 빠르게 온 변화의 원인을 소개하며, 새로운 유통 구조 확립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최근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 변화 요인은?

CJ ENM IP유통본부 유통전략담당 김종백 님이 햇살이 비치는 CJ ENM 본사 라운지 책상 모서리에 기대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IP유통본부 유통전략담당 兼) 콘텐츠국내사업국장 김종백 님

Q. OTT 등 이전과 달리 다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다. 최근 그 가속도가 더 빨라졌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다들 동일한 생각일 텐데, 당연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시간/장소 확대 이슈’가 가장 크다. 10년 전에도 모바일 시대가 오고, N스크린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며 그에 따른 준비를 했었고 코로나 전에도 대부분 디바이스로 OTT는 가능했었다. 이용빈도나 매출 등은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한꺼번에(!) 전면적(!)으로’ 와 버렸다. 젊은 이용자층이 늘었다는 것보단 시니어층도 급변화하고 있는 게 더 큰 이슈다.

Q. 이런 상황에서 IP유통본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콘텐츠 유통 업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콘텐츠 유통이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 관점에서 보면, 제작된 콘텐츠(상품)를 상품화(Packaging)하고, 서비스 플랫폼에 공급 협상 후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월 매출을 정산하고 수익배분을 받아오는 역할을 가진다.  국내에서 신규 콘텐츠가 제작되어서, 배포되는 모든 지점(사전 CLIP, 홍보영상부터 채널 본 방송 이후 다시보기 VOD, 지난 라이브러리 보기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시청자/이용자가 ENM의 콘텐츠를 접하고 유료구매하고 무료 이용하면서 즐기고 느끼고 팬이 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각 IP의 제작 이후 판매 유통거래처(유료방송, 포털, OTT)와의 연간/개별 Deal을 통해 해당 콘텐츠의 판매/유통 수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위한 과정에서 상품 정책을 수립하고, 서비스 플랫폼들과 거래구조 및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Q. 제작사, 미디어사, OTT 플랫폼을 가진 CJ ENM 내의 특수성에 따라 콘텐츠 유통 업무가 좀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CJ ENM은 콘텐츠 제작, 콘텐츠 패키징, OTT 플랫폼 회사로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 가지고 있으므로 그에 따른 수익 구조와 매출구성이 다 다르다. 이를 위해 내부의 이견을 조정하고, 각 사업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부 거래처들과 다양한 협상을 한다.

제작사는 고객과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 외부 서비스와 플랫폼에 제작물을 판매하고 거래 대가를 받는 것이며, 무엇보다 작가/배우/감독 등 제작진들과의 좋은 시너지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주 목표다. 자금과 동시제작 처리 능력을 고려하여 거래처는 많을수록 좋다.

반면, 미디어사는 소위 채널과 개별 서비스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을 B2B, B2B2C로 한다. 즉, 고객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 플랫폼(유료방송 등)에 자사 채널/서비스(VOD 등)를 제공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취한다. 채널 시청률 기반의 TV광고와 유료VOD, 네이버/유튜브 등의 무료 영상 클립을 광고 배분 등을 통해 수익을 키우고, 가격 등 콘텐츠 상품 가치를 지속적으로 올려간다.

OTT사는 고객의 유료 가입을 기반으로 수익화를 한다. 무엇보다 유료방송 및 다양한 미디어와 ‘경쟁’ 속에서 커나가는 사업이다보니 독점, 오리지널, 선공개 등이 중요하고 신규 가입자 유치가 가장 중요하다. 그 속에서 본사는 콘텐츠 판매 수익과 티빙 가입자 확대를 동시 추구해야 하는 구조이다.

이런 복합 구조이다보니, ENM에서 IP유통본부는 콘텐츠별 특성에 따라 가장 최대의 효익을 내는 유통방식으로 콘텐츠/상품을 전략적으로 선택/배치하여 IP의 유통 성과를 극대화하는 곳으로 보면 되겠다. 좀 복잡하다.

B2B에서 D2C, 그리고 데이터!

누군가가 가로로 잡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총 56화면이 보여지고 있다. 그 뒤로 멀티비전에서 같은 개수의 화면이 보여지고 있다.

Q. 앞서 얘기했듯이 다양한 요인을 통해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 바뀌고 있는데, 현재 유통 비즈니스에서의 큰 변화들은 무엇인가?

단연, D2C다. 전통적인 콘텐츠 유통방식인 B2B,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를 넘어 코로나19 이후에는 D2C(direct to consumer)가 급부상했고, 전체 산업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콘텐츠 사업자들은 D2C를 고객 확대 가능성을 열어주는 키로써 바라보고, 독자 고객 확보와 그에 따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보고 있다. 그만큼 D2C는 기존 시장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중요 변화 키워드다.

D2C를 전제로 콘텐츠 소비의 변화를 보자면, 이용자의 시청 환경 및 플랫폼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이제 모바일로 지상파 채널을 보려면, ‘웨이브’에 가입해야 하고, CJ ENM과 JTBC 등 채널을 보려면 ‘티빙’에 가입해야 한다. 디즈니 작품을 IPTV에서 더 이상 못 보고, 하반기 국내 런칭할 ‘디즈니 플러스’에서 봐야한다. 거대 중심(TV/극장)이 약화되고, 각 매체별 오리지널이 늘어나며, First Window가 TV/극장에서 각 매체로 바뀌고 있다. 좀 오래걸릴 듯 했던 이러한 거대한 변화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와버린 셈이다.

따라서, 결국 기존 B2B, B2B2C 거래 업체와 D2C를 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경쟁이 되어버리고, 콘텐츠 회사 내부적으로도 핵심 콘텐츠를 어디부터 유통할 것인가를 놓고 복잡한 시뮬레이션도 필요하고 각 부서별 이해관계를 조정도 해야한다.

Q. 이 밖에도 변화 포인트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D2C 다음으로 큰 변화를 꼽으라면, 콘텐츠 업체에겐 엄청 중요해진 ‘데이터 기반의 유통’일 것이다. 즉,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지표를 면밀히 살피고 그를 통해 이용률/시청률/도달률/재방문률을 높이는 것이다. 즉, 과거엔 플랫폼만 독점하던 고객 데이터를 콘텐츠업계에서도 중요하게 보고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는 ‘추천’, ‘AI’, ‘맞춤형’, ‘최적화’ 등으로 대표되는 최신 서비스 트렌드와 밀접하며,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길 바라고 짧은 시간 효과적인 시청을 원하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단순하게 플랫폼 커버리지, 주요 콘텐츠 상품 이용률, 유료 / 무료 VOD 구매율, 채널 시청률, 유튜브/네이버 클립 이용률 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점차 각 지표간 관계 흐름 및 고객의 행동패턴, UI 이동 동선, 다양한 콘텐츠별 이용 패턴을 큰 흐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고객이 최초로 어떤 콘텐츠를 이용했는지, 고객 프로파일 별 이용 데이터는 어떻게 되는지 등 고객 및 콘텐츠의 빅데이터를 어떻게 매니지먼트 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윤, 장도연, 최예나, 비비, 재재가 등장하는 '여고추리반',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조규현, 송민호, 피오가 출연하는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포스터다.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Q. 오리지널 다각화가 심화됨에 따라 각 매체별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전체 사업의 큰 중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넷플릭스의 성공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수익 대부분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면서 ‘독점적인’ 양질의 콘텐츠 IP를 확보했다는 점이다(물론, 비독점적인 양질의 콘텐츠도 다수 확보하는 정책을 병행했지만). 최근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마블/루카스필름/픽사 등), 워너미디어의 HBO MAX(DC/워너브라더스 등)도 그런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ENM 관점에서 보면, 양질의 IP를 확보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유통해서 수익과 브랜드를 확대할 것이냐가 더 중요해졌다. ‘미스터 선샤인’을 tvN에서 안하고, 디즈니플러스에서 했다면? ‘스위트 홈’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납품하지 않고, tvN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했다면? 훌륭한 작품의 확보 이후, 그 매체별 ‘유통’ 순서와 방식, 조건에 따라 최종 수익 및 영향력을 최대로 이끌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해 진 셈이다. 제작 스튜디오(드라마/예능/영화/애니메이션)와 미디어(tvN 등 채널, TV월정액, 유료VOD, 유튜브 클립), OTT(티빙!)의 각 성장 단계별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며 좋은 콘텐츠를 배치/유통하는 것이 ENM 유통본부의 최대 관심사이고 역할이다.

Q. 최근 콘텐츠 유통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 사업 내 중요 지표들도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떤가?

앞서 이야기한대로, 코로나19 이후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객의 이용 패턴을 알아야 양질의 콘텐츠를 좋은 조건으로 제공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판매 조건, 시청률 정도만 봤다면, 이젠 유료 구매 후 첫 콘텐츠는 뭔지, 타깃 별로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2030 여성 고객이 정말 드라마를 가장 좋아하는지 등 좀 더 디테일한 데이터를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티빙을 포함하여 우리 ENM 콘텐츠를 판매한 플랫폼사에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고, 서로 고객의 분석 리뷰를 나누며 콘텐츠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과거보다 고객 접점을 더 키우고 고객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CJ ENM의 방안은?

CJ ENM IP유통본부 유통전략담당 김종백 님이 아이보리 색 라운드 소파에 앚아 종이를 들고 뭔가를 말하고 있다.

Q. 과거와 달라진 유통구조에 의한 최선의 대응책이 곧 수익 창출로 가는 지름길이라 보는데, 그 방안이 궁금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 가지 큰 틀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CJ ENM이 D2C를 어떻게 성장시키면서 기존의 스튜디오나 미디어 모델에서의 수입도 확대하고, 충돌 없이 키울 것인가가 중요 포인트다. 이 세 가지 사업 부분을 각자의 목표에 따라 성장시키면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한 유통전략을 갖는 게 현재 가장 큰 숙제이고, 실행하고 있는 과제이며, 앞으로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티빙 경우, 양질의 유료 가입자를 국내에서도 많이 확보하고, 그에 기반해서 글로벌 커버리지를 빨리 확보해 성장 동력을 얻어야 한다. 현재 티빙은 CJ ENM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사업의 성장과 병행하여 D2C 등 미래 성장 모멘텀의 가속도를 잘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Q. 오는 11월 국내 상륙 예정인 디즈니플러스를 시작으로 HBO MAX 등 해외 OTT 플랫폼이 가세하면서 미디어 유통 시장의 큰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이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지.

일단 스튜디오 BM 측면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에 자사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외 제작 진출 가능성도 커짐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 미디어 사업, OTT 사업 측면에서는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세 가지 사업 모두 함께 성장해야 하므로 각 과정, 조건마다 잘 협의하고 각 목표치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글로벌 OTT기업의 국내 진출은, ENM에게 단기적으로 국내 TV SVOD 매출에는 위협이나, 장기적으로 스튜디오 관점에선 글로벌 제작능력을 검증 받고 큰 규모의 매출과 글로벌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OTT인 티빙 관점에서는 국내외에서의 성장 저해와 경쟁 요인이 되기도 하므로, 이 과정에서의 유통 전략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OTT에 얼마나 많은 양의 콘텐츠를 제공하느냐, 어떤 타겟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는 미디어/OTT 사업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CJ ENM IP유통본부 유통전략담당 김종백 님이 회색 의자에 앉아 손을 모으고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Q. 오랫동안 미디어 사업 관련 일을 해오고 있는데, 최근 변화에 따라 일에 어려움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경쟁 전략이다. 해외도 마찬가지겠지만, 국내 사업도 엄청 치열한 경쟁 체제이다. 과거 B2B중심 체제에서 D2C 다변화 구조로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거래처가 경쟁사가 되기도 한다. 거대 통신사인 IPTV와 글로벌 OTT는 이미 ENM의 큰 거래처다. 이런 거래처와의 경쟁 속에서 티빙은 커 나가야 한다. 각 콘텐츠 오리지널 성과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고객 서비스 만족도(시청률/이용률/매출)를 최대화하는 것, 그것을 통해 각 사업부별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내는 경쟁전략을 실행해 내는 것, 그게 ENM의 유통본부다.

미디어 종사자 모두가 마찬가지이겠지만 퇴근 후, 주말에도 뭔가를 봐야 한다. 드라마, 예능, 영화 등 CJ ENM 제작한 콘텐츠는 물론, 최근 뜨는 타사 경쟁 콘텐츠도 다 봐야 마음이 놓인다. (웃음) 그래서 얻은 건 노안. 하하

Q. 정말 재미로 보는 것과 일로 보는 건 정말 다를 것 같다. 앞으로도 쭉 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는 더 많이 봐야 할 것 같다. (웃음) 그래야 각 사업 BM별 목표 달성과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CJ ENM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매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촉매제가 된 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 그에 따라 종사자들은 그에 맞춰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김종백 님 또한 뉴 패러다임에 맞게 각 사업의 지속 성장을 꾀하기 위한 대응과 방법을 모색 중이다. 타 경쟁사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 치르며, 양질의 콘텐츠로 고객을 사로잡고 더 나은 수익 창출을 위한 그의 고민과 과업은 계속될 터. 새로운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정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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