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발레리노가 되길 강요받았던 존재, 모어. 그/녀의 존재는 사회적 언어로 쉽게 정의될 수 없다. 발레를 전공한 드래그 퀸으로서 가장 보수적인 클래식부터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최전선 모두를 섭렵한다. 사회는 그/녀를 남성으로 규정하지만, 본인은 그 어떤 젠더 규범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로...
영화 용어에서 오마주는 특정 영화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오마주는 절대 대상이 되는 작품을 감추지 않는다. 누가 봐도 그 작품인지 누구의 것인지 선명히 알 수 있도록 밝히고 오히려 관객들이 이를 알아봐 주길 원한다. 결국 오마주의 주인공은 표현의 대상이 되는 작품, 그 자체다. <명왕성...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수많은 대사들의 향연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고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는 듯하지만, 관객들에게 높은 파고의 긴장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하는 그의 연출력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작년 한 해 동...
소설가가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할까? 홍상수 감독의 스물여덟 번째 장편영화 <소설가의 영화>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 영화가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는 것, 또 그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환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관객이 영화를 통해 만난 환영은 현실이 아님에도 마...
한국에서 다이애나 스펜서는 여러모로 미지의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만큼 한국에서도 그녀의 존재를 모르는 이는 그리 많지 않겠으나, 정작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언론이 밝힌 몇 가지 사실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스펜서’는 그런 의미에서 ...
과연 좋은 보스의 자격 조건은 무엇일까? 직원을 가족처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 눈앞에 보이는 직원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런 직원의 속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 직원의 가족문제까지 해결해주기 위해 앞장서서 발 벗고 나서는 사람? 말만 들어서는 세상에 이런 보스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지만...
술에 대한 찬양은 예술사에서 이미 오래 반복된 주제였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저마다 애정했던 술 브랜드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술은 예술가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벗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는 법. 과한 음주는 결국 중독으로 이어져 생활을 파괴하기에 적당히 즐기는 것이 중요한...
올해도 코로나19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극장가는 힘든 여정을 이어왔다. 이런 와중에도 소중하고 빛나는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나면서 누군가에는 소중한 행복을,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줬다.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경험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 2021년, 영화 보는 게 일인 세 명의 큐레이터 또한...
제74회 칸영화제는 두 가지 이유로 큰 화제를 낳았다. 1993년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28년 만에 여성 감독인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점, 그리고 그 작품이 폭력적인 장면을 과도한 수위로 재현하여 수상 자체에 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은 흥미롭게도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세계. 모든 풍경은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이뤄져 있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인물들은 마치 만화 속 존재들처럼 묘사되는 세계. 그래서 마치 현실과 철저히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또 한 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의 이면을 꼼꼼히 드러내는 이질적인 세계. 바로 웨스 앤더슨의 작품 속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