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시간을 확인했다. 영화가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탁자 앞에 둘러앉은 네 명의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관계이며 왜 한자리에 모였는지,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혹은 무엇을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서 저토록 필사적으로 서로를 관찰하고, 그러면서도 시선을 피하고, 울 것 ...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수많은 대사들의 향연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고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는 듯하지만, 관객들에게 높은 파고의 긴장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하는 그의 연출력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 작년 한 해 동...
소설가가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할까? 홍상수 감독의 스물여덟 번째 장편영화 <소설가의 영화>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 영화가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는 것, 또 그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환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관객이 영화를 통해 만난 환영은 현실이 아님에도 마...
2020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페인 앤 글로리>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스크린에 투사하면서 영화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고백했다면, 2021년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패러렐 마더스>에서는 스페인 근대사에 대한 그의 정치적 태도와 책임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수많은 한국의 TV 일일 드라...
한국에서 다이애나 스펜서는 여러모로 미지의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만큼 한국에서도 그녀의 존재를 모르는 이는 그리 많지 않겠으나, 정작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언론이 밝힌 몇 가지 사실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스펜서’는 그런 의미에서 ...
니콜라스 케이지의 필모그래피는 무려 105편에 이른다. 할리우드에서도 단연 다작배우로 손 꼽힐 만하다. 그러나 출연작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 배우의 속셈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작품의 주/조연을 거쳐 마침내 1996년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석...
과연 좋은 보스의 자격 조건은 무엇일까? 직원을 가족처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 눈앞에 보이는 직원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런 직원의 속마음을 헤아려주는 사람? 직원의 가족문제까지 해결해주기 위해 앞장서서 발 벗고 나서는 사람? 말만 들어서는 세상에 이런 보스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지만...
2019년 봄,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 상영을 앞두고 있던 ‘원 세컨드’는 별안간 출품 철회 의사를 밝힌다. 공식적인 이유는 ‘기술적 문제’. 중국 당국의 검열이 작동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았지만 진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1년 반이 지난 2020년 가을, ‘원 세컨드’는 중국금계백화영화제 개막작으로 선...
개봉 당시 프랑스에서 800만 관객을 동원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극장에서 사랑받았던 영화 ‘아멜리에’가 20주년을 맞이해 국내 극장가에 귀환한다. 재개봉의 묘미는 긴 시간을 사이에 두고 같은 영화를 받아들이는 세상의 변화를 살피는 데 있기도 한 법. 20년 전 프랑스는 물론 ‘뉴욕타임즈’, ‘타임’ 등의 ...
술에 대한 찬양은 예술사에서 이미 오래 반복된 주제였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저마다 애정했던 술 브랜드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술은 예술가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벗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되는 법. 과한 음주는 결국 중독으로 이어져 생활을 파괴하기에 적당히 즐기는 것이 중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