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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할까? 홍상수 감독의 스물여덟 번째 장편영화 <소설가의 영화>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동윤 | 영화 평론가 툭하면 영화 보고 운다. 영화의 본질은 최대한 온몸으로 즐기는 것 영화 <소설가의 영화> 메인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 영화가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는 것, 또 그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환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관객이 영화를 통해 만난 환영은 현실이 아님에도 마치 현실의 어떤 부분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영화에 대한 단상들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이번 작품은 영화에 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픽션’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과연 홍상수 감독이 사유하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것인지 <소설가의 영화>를 통해 살펴본다. 설명하는 소설, 보여주는 영화 아끼는 후배를 찾아간 소설가 (출처: 네이버 영화) 소설과 영화는 픽션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반면 소설이 도구 삼는 문자는 머릿속에서 한 번의 해석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영화는 지시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대상을 곧바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소설과 영화는 서로 대립된다. 소설이 다양한 상상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영화는 상상보다는 경험하고 확인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영화 또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본 것을 의심하고 보지 못한 것을 충분히 상상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낸다. <소설가의 영화>는 그러한 상상의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흥미로운 사유의 단서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 소설가 (출처: 네이버 영화) 소설가는 아끼는 후배를 만나기 위해 떠난 길목에서 우연히 아는 지인들을 연달아 만난다. 그들과는 모두 과거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관계였으나, 영화는 이를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단순하고 선명한 대사들을 통해서 그들 사이의 긴장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가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우연한 상황을 통해 이뤄진다. 우연은 영화에서 필연적 요소다. 사건이 인과관계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영화 서사의 기본 충족요건이긴 하나, 적당한 우연은 반전을 야기하며 관객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연은 인과성과 반대되는 요소로, 사건과 사건 사이에 틈새를 마련하여 관객들에게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반전처럼 다가오는 소설가의 우연한 마주침들은 그 자체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적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 단서들이다. 과거로서의 소설, 미래로서의 영화 영화배우를 주연으로 영화를 찍겠다고 선언하는 소설가 (출처: 네이버 영화) 소설가는 아끼는 후배를 만나기 위해 먼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영화감독 부부와 친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호감을 품고 있던 영화배우, 10년 전 가까웠지만 한동안 보지 않았던 시인과 우연히 조우한다. 이들은 소설가의 과거이자 미래다. 소설가는 과거에 분노하고 거리를 둔다. 하지만 영화로 미래를 담고자 한다. 그녀에게 소설은 과거다. 그래서 소설을 계속 쓰는 것이 힘들고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위선과 편견, 의도치 않은 오해로 가득한 과거이기에 그 속에서 어떤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한다는 게 소설가에겐 충분히 버거울 수 있다. 반면에 그녀가 찍고자 하는 영화는 내용도 없고 인물만 존재하는, 하나의 작은 열린 세계다. 모든 가능성이 공존하는 세계로서 현실과 맞닿아 있지만 현실은 아닌, 온전한 작가의 세계를 반영한다. 그래서 작가가 영화를 찍겠다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은 과거와는 달리 자신만의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소설가의 현실 같은 영화 소설가가 만든 영화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홍상수 감독은 영화 말미에 소설가가 만든 영화의 작은 한 조각을 공개한다. 이는 소설가가 만든 영화지만 카메라를 든 감독은 영화배우의 남편이고, 소설가의 영화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소설가가 만들고자 했던 영화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현실 같은 영화다.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아니냐 오해를 받기도 한다. 다큐가 아닌 극영화라고 선언했으나, 분명 소설가는 현실을 어떤 재단 없이 담고 싶어 했다. 과연 소설가가 영화배우와 그녀의 남편인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현실 같은 영화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무엇일지 우린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소설가가 만들고자 했던 영화가 곧 홍상수 감독이 만들고자 한 영화였다는 점. 마지막 순간에 잠깐 보이는 소설가의 영화를 통해서 충분히 유추해 볼 만하다. <소설가의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27번째 장편영화다.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소설가의 영화>는 4월 21일 개봉해 CGV 아트하우스 등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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