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CJ ENM 드라마들의 멈출 줄 모르는 흥행 릴레이였습니다.
역대 tvN 최고 시청률 27.3%을 기록한 <눈물의 여왕>을 필두로 역대 월화 시청률 1위의 <내 남편과 결혼해줘>, 누적 디지털 조회수 8억 5천 뷰 돌파하며 디지털 화제성까지 잡은 <선재 업고 튀어>까지. 올 상반기는 CJ ENM 드라마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Extreme 한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그 극단성을 환기시켜주는 코믹 요소와의 단짠 조합이었는데요. Extreme한 설정에 더해진 코믹 한 스푼은 몰입과 환기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도하며 Gen Z들을 사로잡았습니다.
Gen Z를 열광시킨 CJ ENM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지금부터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넘사벽 극단적 등장인물이 주는 몰입감
핵심 특징을 극대화시킨 캐릭터 설정값
극적인 등장인물은 Gen Z가 드라마에 빨려 들어가게 하는 치트키입니다.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 <내 남편과 결혼해줘> 흥행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는데요. 제작진은 각 캐릭터에게 ‘비현실적인 순애보(류선재)’, ‘압도적인 능력캐(백현우)’, ‘극강의 조력자(유지혁)’, ‘악랄하고 찌질한 빌런(박민환)’이라는 극단적인 설정값을 부여했습니다. 이들은 극의 초반부터 극단적인 캐릭터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죠.
Gen Z 사이 신드롬 적인 인기를 구가한 <선재 업고 튀어>의 남자 주인공 ‘류선재’는 솔친자(솔에 미친 사람)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그는 여주인공 ‘임솔’을 첫눈에 보고 반해 15년 동안 그녀만을 한결같이 사랑했으며, 솔이를 위해 죽음까지 감수하죠. <눈물의 여왕>의 ‘백현우’는 또 어떤가요. 그는 뛰어난 외모뿐 아니라 로스쿨 수석 졸업, 대기업 법무 이사 타이틀까지 보유한 완벽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 ‘홍해인’을 살리기 위해 궂은일을 자처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등 자신의 안위를 제쳐두고 그녀에게 닥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치를 뽐냅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유지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외모부터 재력까지 부족한 점 없는 알파 메일(Alpha male)이지만, 사랑을 표현할 줄 몰라 평생 사랑해 온 ‘강지원’을 잃었습니다. 회귀라는 기회가 주어진 후, 지혁의 삶은 오로지 지원의 행복을 위해 돌아갑니다. 그녀가 세우는 복수 계획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여기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은 모두 처리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죠. 요즘의 Gen Z는 과거 인기 있던 이른바 ‘츤데레 남주’가 아닌 ‘비현실적인 순애와 더불어 완벽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남주’ 캐릭터에 쉽게 입덕하는데요. 효율과 이익을 따지는 현실 연애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로망을 이 지고지순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채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빌런 캐릭터 역시 그 악랄함이 극대화되었을 때 Gen Z에게 각광받습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박민환’은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하는 모습은커녕 끝까지 더욱 악랄한 빌런의 모습을 보이는데요. 제작진은 그에게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 서사나 악행의 이유를 덧붙이지 않습니다.
Extreme한 빌런캐로 인해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서사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캐릭터성으로 이미 자극의 역치가 높아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보다 깊은 몰입과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거죠.
2️⃣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밸런스 게임
최악 vs. 최악, 답 없는 선택의 딜레마 속 부각되는 캐릭터성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맞닥트리는 고난과 역경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극단적 선택 상황일수록 드라마의 텐션을 끌어올립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의 인물의 선택과 행동은 그의 사고방식과 가치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렇게 제작진은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탄탄한 서사를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 상황을 끊임없이 부여합니다.
<눈물의 여왕>에서 현우는 해인이 불치병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하면 자신과 사랑했던 기억을 잃지만 살아날 수 있는 상황 vs. 사랑한 기억은 잃지 않지만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극단의 선택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현우는 주저 없이 해인을 위한 선택을 하죠. 시청자들은 현우의 사랑을 더욱 이해하게 되고 ‘백홍커플’의 서사에 대한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 올립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류선재 역시 자신도 위험해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선택의 순간마다 임솔을 구합니다. GenZ가 드라마 속 극한의 선택 상황을 즐기며 캐릭터를 이해하는 건 GenZ가 극악의 난이도인 밸런스 게임을 즐기는 성향과 맞닿아 있습니다. 밸런스 게임은 선택하는 재미를 넘어서 타인의 성격,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GenZ 들이 열광하는 것이죠.
3️⃣ 코믹 요소가 선사하는 과몰입 방지턱
코믹한 모먼트로 환기 장치 마련하기
다만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극도의 긴장감은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제작진은 이러한 지점을 간파해 드라마 속 환기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캐릭터에 코믹 요소를 녹이는 방식으로 말이죠. 드라마틱한 캐릭터성을 기본으로 깔고 여기에 코믹함을 가미하여 극의 긴장감을 해소하죠.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이런 코믹 요소는 숏폼 콘텐츠로 소비하기도 좋아서, 후킹한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뽑아낸 하이라이트 콘텐츠를 좋아하는 GenZ 잠재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코믹 요소는 환기 역할을 넘어서 극대화된 인물의 캐릭터성을 더욱 돋보이게도 만듭니다. <선재 업고 튀어> 속 선재는 솔 앞에만 서면 뚝딱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재의 솔친자 면모를 부각하고, <내 남편과 결혼해 줘>의 민환은 가끔 찌질한 행동을 하면서 빌런의 비겁한 면모를 강조합니다. 이처럼 몰입과 환기의 적절한 핑퐁은 GenZ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마치 단짠의 궁합처럼 말이죠.
4️⃣ 지금까지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 볼까요?
이렇듯 올 상반기 ENM 드라마 성공의 비결은 ‘Extreme한 설정’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능력자인 동시에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지닌 비현실적 캐릭터와 찌질함의 극치인 캐릭터를 대비시키는 식이죠. 그러면서도 주요 캐릭터들의 가족 관계나 디테일한 대사 등에선 현실성을 챙겨서, 마냥 허황되게 보이지는 않게 했습니다. Extreme한 설정을 하면서도 적당한 수위와 균형을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자극의 역치가 높은 Gen Z마저도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이 ‘적절한 균형’ 속에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통하는 치트키, Extreme한 설정을 갖춘 CJ ENM의 드라마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Gen Z의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