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CJ올리브영에 입점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예요. 처음 저희 제품으로 ‘올영픽’ 행사에 참여했죠.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해요. 오프라인에서 고객분들을 처음 만난 날이거든요. 올리브영이라니, 그 행사에 우리가 참여했다니. 성취감이 엄청났죠. 전 직원이 매장을 찾아 멀찍이서 사진을 찍고, 매대 앞을 서성이며 괜히 제품을 정리해 보고… 한 시간을 그렇게 서 있었는데 힘든 줄 몰랐어요. 그때 마음을 늘 생각하려 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CJ올리브영 본사에서 만난 라운드랩 이영학 대표의 말입니다. 라운드랩은 2017년 ‘1025 독도토너’로 시작해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등으로 알려진 클린뷰티 넘버원 브랜드입니다. 최근엔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도 입소문이 나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죠.
라운드랩은 2019년부터 CJ올리브영과 성장 과정을 함께 해온 K뷰티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CJ올리브영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중소 브랜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CJ뉴스룸이 라운드랩 이영학 대표를 만나 브랜드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매일 쓰는 화장품 이름에 ‘독도’ 넣어보면 어떨까요?”
라운드랩의 시작은 ‘1025 독도 토너’였다. 깨끗하고 투명한 용기에 담긴 무색 무향의 투명한 토너. 그때만 해도 색이 없는 투명 용기에 화장품을 담는 경우는 없었다. 백화점에서 화려한 용기에 담아 파는 글로벌 브랜드 제품이 가장 좋다는 인식이 있을 때였다. 제조사는 “투명한 용기에 담으면 불순물이 잘 보인다”며 반대했지만, 이 대표는 제품에 자신 있었다.
“불순물에 대해서는 저희가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썼어요. 저희는 그냥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만 했습니다. 많은 원료보다는 최소한의 좋은 원료, 재활용이 쉬운 100% PET 투명 케이스, 수분리 라벨, 친환경 소이잉크 인쇄 등 친환경 가치를 담으려고 노력했고요.”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원료로 피부와 지구에 이로운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라운드랩의 정체성을 담은 제품이었다.
‘1025 독도토너’ 개발을 시작한 건 2016년이다. 당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땅’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 논란이 됐다. 이 대표와 정서린 공동대표는 언젠가 브랜드가 시장에 자리 잡았을 때 어떤 가치를 알리고 싶은지 고민했다. ‘일상에서 쓰는 화장품을 통해 독도가 우리 땅인 걸 알리면 어떨까?’. ‘1025’는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뜻한다.
“너희가 뭔데 이름에 독도를 쓰느냐는 공격을 받기도 했어요.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도 받았고요. 저희의 진정성을 몰라주시는 것 같아 속상했지만, 결국 진심과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고요. 저희 브랜드 가치와 활동이 알려지면서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훨씬 많이 받고 있습니다.”
깨끗한 한국산 원료들도 라운드랩의 자부심이다. 울릉도 해양 심층수,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거문도 해풍쑥, 양양 소나무, 정선 약콩……. 라운드랩 본사가 있는 춘천에서 초중고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두 공동 대표가 “우리가 아는 원료로 만들자”고 마음을 모은 결과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재료 이름과 투명한 패키지만 보고도 ‘라운드랩’을 바로 떠올린다.
“아이슬란드의 빙하, 핀란드의 자작나무가 유명하죠. 근데 우리 고향에선 이것들이 더 유명하거든요. 우리나라에도 효능이 뛰어나고 좋은 원료들이 충분히 많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올영MD와 협업하는 직원들도 함께 성장… 서로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라운드랩의 성장은 CJ올리브영의 성장기와 맞물리며 최고의 시너지를 냈다. 2019년 CJ올리브영 입점 후 1년과 2023년 1년간의 매출 데이터를 비교해 보니 무려 1000% 성장했다. 지난해엔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한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CJ올리브영 입점 전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물었더니 고민 없이 ‘매출 성장’이라고 답했다. “CJ올리브영과 오래 협업해 보니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고 함께 성장하는 데 큰 의미를 두시더라고요.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균등하게 브랜딩 기회를 나누어주니 저희 같은 중소 브랜드에겐 큰 기회와 힘이 됩니다.”
이 대표는 CJ올리브영 MD들이 입점과 판매뿐 아니라 제품 개발 제안 등 전 과정에서 브랜드와 긴밀히 협업한다고 했다. 라운드랩이 2022년 출시한 ‘포 맨(for man)’ 라인이 대표적이다.
“중소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남성용 화장품 시장이 확대되는 건 알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죠. 그때 올영 MD분께서 ‘독도토너를 사는 남성 고객’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며 제품 개발을 제안했어요. 남자들은 토너·로션을 합친 ‘올인원’ 제품만 쓴다고 생각했는데, CJ올리브영 통계를 보니 토너에 로션까지 쓰는 남자들이 있는 거예요. 덕분에 자신 있게 ‘포 맨’ 라인을 출시했고, 자리를 잘 잡게 되었습니다.”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MD들의 행사 분석력도 강점으로 꼽았다. 단순히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 또는 ‘못 했다’는 피드백을 넘어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다음 행사의 구성까지 제안한다고 했다.
“예컨대 ‘독도토너’가 세일 행사에서 반응이 좋았다면, ‘가격 할인은 반복했을 때는 효과가 없어요. 이번엔 이런 구성으로 승부를 봅시다’ 하고 제안해 주시죠. 데이터가 바탕이 되니 기대했던 것 이상의 효과가 있더라고요. 저희 라운드랩 직원들도 CJ올리브영 MD분들의 일하는 방식을 보고 많이 배웁니다. 정말 빠르고 타이트한 업무 형태인데, 그만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어요. ‘올리브영 어워즈&페스타’ 등 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동기부여가 되고요.”
다른 판매 플랫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는 ‘오프라인·온라인 양방향 최대의 플랫폼’이라는 점을 꼽았다. “약속 장소 근처 어디에나 올리브영이 있잖아요. 잠깐이라도 가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죠. 색조 화장품은 온라인에서도 컬러를 볼 수 있지만, 제형이 중요한 스킨케어 브랜드에겐 직접 체험하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팬데믹 기간엔 주문하면 하루 안에 도착하는 ‘오늘드림 서비스’의 위력을 체감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걱정이 많았어요.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갈 수 없는데 어떻게 이 난관을 돌파할까? 그런데 CJ올리브영이 누구보다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더라고요. 주문한 제품이 한 시간 안에 고객의 집에 도착하는 걸 보면서 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변화를 체감했죠. ‘역시 올리브영이구나’ 느꼈습니다.”
CJ올리브영 글로벌몰 타고 전 세계 80개국으로
이제 라운드랩은 8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가 됐다. 팬데믹 전엔 수출 물량의 90%가 중국이었지만, 코로나 봉쇄로 길이 막혔다. 지난해 1월과 5월 CJ올리브영 글로벌몰 행사에 참여해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은 ‘올리브영에서 2년 연속 1위 한 제품’이란 제목으로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자연스럽게 바이럴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러시아권은 물론 화장품 강국인 북미와 유럽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K-뷰티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CJ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해외에서 성장해요. 중소 브랜드들이 해외에 제품을 알릴 수 있도록 K-뷰티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라운드랩의 올해 1분기 수출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세 배 늘었어요. 올 한 해 전체로 보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거라고 기대합니다.”
라운드랩이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국가는 일본이다. 시도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른 제품군의 리뷰에도 ‘독도 토너 파는 회사’란 댓글이 달렸다. “미래에 글로벌 브랜드로 제대로 자리 잡게 된다면,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란 걸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전 세계 화장대에 ‘독도’란 단어가 자리 잡을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과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