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꼰대’요? ‘일 욕심’이라고 해주세요.”
‘월급 받은 만큼 일한다’는 요즘, CJ그룹에는 반대로 일에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 번 업무에 몰두하면 다른 즐거움은 제쳐두고 일에만 온 정신을 쏟게 된다고요.
동기 중 가장 빨리 승진해 ‘93년생 파트장’이 된 CJ대한통운 서진경 님, 드라마 ‘눈물의 여왕’ 자작나무 숲 배경을 만들어 주목받은 CJ ENM 윤아리 님,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개관식 한식 만찬 행사를 기획한 CJ제일제당 박소연 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다들 왜 이렇게 일에 진심인 걸까요? CJ뉴스룸이 콘텐츠 구독 서비스 ‘폴인’과 함께 서진경·박소연·윤아리 님을 만나 답을 들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결국 ‘꼰대’?
Q.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여름휴가, 점심시간, 월급날…. 여러분들은 정말 이런 것들보다 ‘일’이 우선인가요?
서진경: 저는 그래요. 프로젝트 할 땐 제 생활보다 일이 먼저거든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를 걷는 것이었는데요. 지난겨울 휴가 때 드디어 이뤘죠.
휴가 전, 고객 한 분을 모시려고 공을 많이 들이고 있었어요. 연락이 없어서 속이 탔죠. 그런데 브루클린 브리지를 걷던 중 메시지가 온 거예요. 휴대폰 알람이 뜬 순간 “됐다”“앗싸” 소리를 크게 질렀습니다. 오래 꿈꾸던 로망보다 일이 잘 된 게 더 기쁘더라고요. 옆에 있던 친구가 저를 보고 워커홀릭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박소연: 저도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셰프 6명과 250명이 먹을 한식 케이터링 만찬 행사를 기획했는데요. 제가 한다고 손 들고 나선 일이라 책임감이 무거웠죠.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요. 긴장돼서 행사 나흘 전부턴 입맛도 없고. 결국 밥도 안 먹고 일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배가 안 고픈 거예요. 중요한 일에 몰입하면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걸까요? 행사 마지막 날 단체 사진 찍는데 동료들 사진이 전부 잘 나왔더라고요. 밥도 안 먹고 일해서인지 다들 부기가 쫙 빠져서(웃음).
윤아리: 전 협력업체 데이터를 최적화할 때 그랬어요. 시간이 부족해서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는데요. 마감하고 보니 월급날이 이틀 지났더라고요.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날, 기쁜 날은 월급날 아닌가요? 친구들한테 이야기했더니 이상하다고, 공감 못 하는 얼굴이었죠.
Q.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일에 과몰입하는 건가요.
윤아리: 몰입해서 일하면 결과물이 잘 나와요. 반응도 좋고요. 제가 참여한 콘텐츠가 더 유명해져서 “이거 누가 만든 거지?” 하고 찾아봤을 때 제 이름 세 글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죠. 원래 그림 그리는 게 꿈이었는데, 꿈을 이룬 것도 한몫해요.
서진경: ‘일=나 자신’이라는 공식이 성립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누군가 제가 한 일을 평가하면, 그게 곧 저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져요. 회사와 내가 성장하고 싶은 방향이 일치하니까, 일하면서 더 진지해져요.
박소연: 저의 경우엔 ‘확실하게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일의 몰입도를 높이는 것 같아요. 예전 회사에서도 열심히 했거든요. 성과도 잘 냈고요. 그런데도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CJ에 와서는 1년 만에 팀장으로 승진했어요. 직장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인정 중 하나가 승진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일에 진심이 됐죠(웃음). 열심히 하면 회사가 나를 제대로 인정해 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여기 와선 ‘인재를 대우해 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실제로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도로 갖춰져 있기도 하고요.
Q. ‘월급 받은 만큼 일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윤아리: 그 말에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돈이 더 중요했으면 전 다른 길을 갔어야 해요. 3D 아티스트 업계에서 월급이 가장 높은 곳은 따로 있거든요. 그런데 전 제가 참여한 콘텐츠로 대중에게 인정받을 때 성취감이 가장 커요.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 싶고요. 일에서 돈이 전부는 아닌 거죠.
서진경: 저도 ‘돈 받은 만큼 일한다’라는 말은 모순 같아요. 자기 역량을 키우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돈도 많이 벌 수 있잖아요. 그런데 회사가 이 정도만 해주니까, 나도 그만큼만 일한다? 이런 태도는 너무 수동적이에요.
일할 때 원동력이 되는 건 결국 ‘성취감’인데요. 크고 작은 성취를 계속해 나가다 보면 회사에서 내 평판은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내 가치도 높아지고요.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라는 말이 있죠. 저는 ‘PR’과 ‘일’이 분리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본업을 잘하면 결국 자기 PR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혹시, 저 지금 너무 꼰대 같나요(웃음)?
Q. 꼰대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서진경: 친구들을 보면 ‘회사는 회사, 나는 나’로 분리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달라요. 회사는 일하러 다니는 곳이니까,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웃음). 내가 잘되려고 열심히 하는 거고, 내가 잘되면 결국 회사도 성장하니까.
MZ세대 VS 꼰대. 가끔 이렇게 대결 구도를 만들 때가 있는데요. 나이 많으면 무조건 꼰대다? 그건 아니고요.
어려도 일 욕심 많은 사람,
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꼰대라 불리죠.
꼰대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꼰대인가?’ 스스로 검열하곤 했는데요. 지금은 저 스스로 ‘꼰대’란 단어를 ‘일 욕심 있는 사람’이라고 이해해요. 그래서 꼰대라는 말 들어도 괜찮아요. 그냥 ‘나, 일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어요.
박소연: 저도요. 일하다 가끔 ‘나 너무 꼰대 같나?’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96년생 저희 팀원들 보니까 저랑 비슷해요. 저희 상무님은 늘 “칼퇴 하라”고, 팀원들이 야근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세요. 그런데 다들 맡은 일을 잘 못 놓아요. 진경 님 말처럼 꼰대와 나이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사수의 아바타, 팀의 ‘믿을맨’ 되기까지
Q. 일이 언제 가장 재밌나요?
윤아리: 내 일에 한계가 없을 때, 그때 가장 신나요. 원래 미술을 좋아해서 그림을 오래 그렸어요. 시공간의 제약이 컸죠. 그런데 컴퓨터로 제작하는 그래픽 작업은 한계가 없어요. 마음만 먹으면 제가 표현하고 싶은 걸 전부 표현할 수 있으니까.
파주에 ‘버추얼 프로덕션 스테이지’라고 벽면 360도, 천장을 모두 대형 LED 스크린으로 꾸민 CJ ENM 스튜디오가 있어요. 드라마나 영화에 필요한 배경을 스크린에 띄우는 건데요. 화면에 제가 만든 3D 배경이 가득 찰 때. 압도되면서 마치 그 현장에 진짜 서 있는 기분이 들어요.
박소연: 새로운 걸 할 때요. 똑같은 방법으로 일하는 걸 힘들어해요. “다른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고민하자”가 저의 원칙 중 하나입니다. 물론 새로운 걸 하다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뭔가를 배울 수 있거든요. 남들이 걸어간 길을 똑같이 가는 건 재미없잖아요. (웃음)
서진경: 일의 기준을 제가 만들 때 재밌어요. 지금 하는 업무의 90%가 새로운 일이거든요. 한국에서 외국으로 물건을 보내거나, 외국에서 국내로 들여올 때 중간 역할을 하는 게 저희 팀 일인데요. 처음 해보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뉴질랜드 갈 때 사람이 탈 수 있는 비행기는 많아요. 그런데 택배 보낼 ‘화물’ 비행기는 거의 없어요. 이걸 성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죠. 가격도 새로 책정하고, 고객과 항공사가 만족할 기준점을 찾아야 돼요. A부터 Z까지 전부 알아본 뒤 새 기준을 세워 일을 성사시켰을 때의 뿌듯함. 엄청 커요.
Q. 나의 무기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소연: 팀원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요. 개인별 강점을 진단하는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라는 책에 ‘최상화 능력’이라는 개념이 나와요. 저는 팀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게끔 매치하는 걸 잘하더라고요. 피드백할 때도 그 사람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향을 생각해 말하는 편이고요.
윤아리: 저는 손이 빨라요. 저희 팀은 영화, 드라마 외에 음악 사업부, 홈쇼핑과 협업할 일이 많은데요. 모든 일이 그렇듯, 마감 시간은 늘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한계를 정해요. 그리고 마감까지 최대한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죠.
서진경: 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가 더 잘하냐’의 차이잖아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여러 사람과 협업하다 보니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더라구요.
가끔 일을 하다 보면 상사의 이야기도 모호할 때가 있죠. 그걸 팀원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면 어떻게 될까요? 상사가 무엇을 지시하는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일만 눈앞에 떨어진 기분이 들겠죠. 당연히 좋은 퍼포먼스도 안 나오고요.
상사와 주변 관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 확인한 뒤 → 우리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걸 제가 잘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Q. 일하면서 성장했다고 느낀 적은요?
윤아리: 3D 그래픽이라는 것 안에도 여러 파트가 존재해서 예전에는 동료와 일을 나눠 했는데요. 지금은 혼자 여러 파트를 담당해요. 처음엔 좀 무섭더라고요. ‘혼자 다 할 수 있나?’ 걱정이 많았어요. 계속했더니 스킬이 쌓이더라고요. 지금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어떻게 이 일을 해야 할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바로 그려져요.
서진경: 지금 제 팀장님이 입사 초기 사수셨는데요. 범접할 수 없는 능력자세요.(웃음) 입사 초기에 저는 사수의 아바타처럼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지시하시는 대로 일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팀장님이 “서진경이 그렇게 말하면, 그게 맞는 거지”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 의견을 말했는데 그대로 밀고 나가도 된다고, 믿어주신 거죠. 사수 아바타였던 제가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오다니…(웃음).
‘동료 = 경쟁의 대상?’ 말 안되는 이유는?
Q. 동료들과 갈등을 겪을 땐 어떻게 하나요?
서진경 : 팀에서 갈등 상황은 언제 생길까요? 역할이 모호할 때 마음이 상해요. ‘다른 사람보다 내 일이 더 많은 거 아닌가?’ 싶을 때요. 그럴 땐 그 일은 그냥 제가 해요. 그러면 팀 전체에서 내 일, 남의 일 구분 없이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동료와 ‘경쟁한다’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냥 제 일을 열심히 해요. 각자 자기 일을 잘하면 아무 문제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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