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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퀴어> 리뷰 영화 ‘퀴어’의 메인 포스터 2025년, 처음 집필된 지 대략 70년, 발표된 지 40년 만에 소설 ‘퀴어’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전 세계를 동성애 로맨스의 매력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의 연출로 말이다. 처음 구아다니노 감독이 ‘퀴어’를 영화화하는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관객이 제2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설렘을 품었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작품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보다 더 어둡고, 노골적이며, 불편할 수도 있는 동성애 감각들로 가득 차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동성애 서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퀴어 영화를 탐구한 관객들이라면 <퀴어>는 분명 퀴어 영화의 새로운 장을 마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든 구아다니노 감독의 <퀴어>는 논쟁적인 작품임이 분명하다. 원작 ‘퀴어’ 영화 ‘퀴어’의 한 장면, 유진을 향한 사랑을 애써 숨기는 리 영화 <퀴어>에 대해 이해하려면 반드시 원작 소설 ‘퀴어’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구아다니노 감독이 원작 소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원작 속 윌리엄 S. 버로스의 목소리를 스크린 위에 존중을 담아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윌리엄 S. 버로스가 소설 ‘퀴어’를 집필한 시기는 1952년, 퀴어란 단어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일 때였다. 작가는 이 작품 집필을 끝내고도 오랫동안 출간하지 않았다.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담은 기록물이었던 것도 있지만, 집필 직후 술자리에서 아내를 우발적으로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30년 뒤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편집자이자 ‘버로스 연구자’인 올리버 해리스의 세심한 관심 덕분이었다. 그는 버로스의 미발표 원고들을 정리하다 ‘퀴어’ 원고를 발견하고 기타 메모와 노트를 참고하여 글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버로스의 동의를 구해 1985년 세상에 발표했다. 이 당시 미국 사회는 HIV/AIDS 확산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동성애 혐오와 약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만연한 때였다. 함께 여행 간 해변가에서 해수욕 후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리와 유진 ‘퀴어’는 사전적으로 기묘한 또는 괴상한 대상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과거 동성애자를 조롱하고 낙인찍기 위해 사용된 단어였고 오랫동안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HIV/AIDS가 확산되며 수많은 남성 동성애자가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자 1987년 ‘액트업’, 1990년 ‘퀴어네이션’과 같은 급진적 운동 단체들이 등장하며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정부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퀴어네이션은 슬로건을 통해 ‘퀴어’를 더 이상의 모욕적인 표현이 아닌 긍정과 자긍심, 정치적 급진성을 담은 이름으로 전유했다.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는 퀴어다, 이젠 익숙해져라! (We’re here, we’re queer, get used to it)” 그들이 외친 구호는 점차 확산되며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혐오 폭력에 주눅 들지 않고 더욱더 당당히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을 다짐하게 했다. 성소수자 혐오가 가장 극심할 때, 그들을 향한 혐오 표현인 ‘퀴어’를 전면에 내걸고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도, 세상에서도 쉽게 환영받을 수 없는 논쟁적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퀴어네이션이 당당하게 퀴어의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었던 것은 버로스의 소설이 앞서 세상의 혐오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되돌려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터부시된 욕망과 감각들을 받아들이려 몸부림치는 모순 속 주인공 ‘리’의 언어들이 먼저 발표되었기에 다른 성소수자들 또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진정한 최초의 ‘퀴어’ 선언은 버로스의 소설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진정 퀴어한 세계를 경험할 준비가 되었는가?, 영화 <퀴어> 약물 중독으로 괴로워하는 리를 품어 주는 유진 자전적 목소리와 사적 고백으로 가득한 소설과 달리 영화 <퀴어>는 리(다니엘 크레이그)와 유진(드류 스타키)의 관계를 중심으로 멕시코, 남미 정글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한다. 시대 배경과 인물의 직업은 분명히 언급하지 않은 채 유진을 향한 리의 애정과 욕망을 중심으로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원작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한 결과물이었지만, 영화는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이기에 작가의 목소리와 이를 재현하는 자들 사이에 영화적 언어가 새롭게 개입된다. 로드무비, 멜로드라마 같은 영화적 형식들은 자기혐오 속에서 관계의 파편을 겪어야 하는 자기 파괴적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원작의 충동적 언어들이 대중적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리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퀴어’라는 단어다. 지금은 성소수자를 퀴어라고 부르는 것이 혐오 표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지만, 영화 속 배경인 1950년대에는 퀴어가 지극히 혐오 표현이라 성소수자들 스스로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 속에서 리가 자신과 다른 성소수자들을 퀴어라고 부르는 것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퀴어로 규정하는 리의 태도에는 자신을 혐오하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깃들어 있다. 그 분노가 결국 타인과의 관계를 충동적으로 이끌며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리에게 중요한 것은 ‘교감’이다. 타인의 마음을 수용하고 자신의 마음도 수용될 수 있는 교감은 리가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세상을 혐오하면서 동시에 애정을 갈구하는 모순 속에 갇힌 존재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깊이를 <퀴어>는 리라는 캐릭터 속에 깊게 심어 놓는다. 버로스에 대한 감독의 존경심 야헤를 경험한 뒤 초췌해진 유진과 리 감독에게 <퀴어>는 청소년 시절부터 계획해 온 꿈의 프로젝트였다. 정체성의 혼란과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현실 사이에서 자아를 찾던 시기, 버로스의 ‘퀴어’는 그에게 중요한 영감의 자원이었다. 감독은 <퀴어>를 만들 때 단지 소설에만 집중하지 않고 원작자인 버로스를 상상하며 인물 속에 기입해 넣었다. 감독에게 버로스가 서술한 파편적인 언어들은 절대 체제 내의 언어로 길들일 수 없는 ‘퀴어’한 언어였으며, 그 언어야말로 성소수자들 내면의 목소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영화적 언어로 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똑같이 그 언어들이 절대 관습적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일까? <퀴어>에는 다소 실험적인 시도들이 등장한다. 동성애적 욕망을 이중 인화 방식으로 표현한 장면, 환각 속에서 겪는 존재의 분열과 결합을 무용의 언어로 표현한 장면들은 영상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구아다니노 감독이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그로 인해 관객은 조금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인과관계를 통해 서사를 따라가는 관습적 태도에서 벗어나, 각 장면이 던져주는 순간의 감각에 몰입해야 비로소 영화적 시간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퀴어한 언어는 결국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의 언어이기에 절대 균질적일 수 없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안겨준 달콤함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결국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주변부의 언어들을 이해하기 위해 귀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영화 <퀴어> 또한 그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단, 만약 그 언어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에게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마치 리가 영화 속에서 환각을 통해 그러한 세계를 마주한 것처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챌린저스’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신작이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6월 20일 전국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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