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이 콘텐츠 제작 방식에 AI(인공지능)를 적극 도입한다. 지난 30년간 K콘텐츠 산업을 주도하며 쌓아온 크리에이티브 경쟁력에 AI 기술을 더해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CJ ENM은 지난 30일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K콘텐츠, AI와 만나다: AI 기술이 바꾸는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CJ ENM 컬처 TALK’ 행사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자체 제작한 AI 애니메이션 시리즈 ‘캣 비기(Cat Biggie)’도 이날 최초로 공개했다.

CJ ENM은 단순히 콘텐츠 제작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기획부터 유통 단계까지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AI를 적용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근섭 CJ ENM 전략기획담당은 “콘텐츠 제작 단계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AI 역량을 갖춘 크리에이터를 육성해 ‘글로벌 AI 스튜디오’로 진화하는 것이 CJ ENM의 목표”라며 “콘텐츠 제작 구조의 선진화와 콘텐츠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CJ ENM은 자체 개발해 도입한 두 가지 핵심 AI 시스템을 공개했다. ‘시네마틱 AI’와 ‘AI 스크립트’다.
‘시네마틱 AI’는 CJ ENM이 개발한 통합 AI 영상 제작 시스템이다. 기존에 콘텐츠를 제작할 때 AI를 활용하려면 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보이스 작업을 위해 각각 다른 AI 툴을 사용해야 했다. ‘시네마틱 AI’는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기능을 합쳐 원스톱 솔루션으로 개발된 툴이다.
‘AI 스크립트’는 콘텐츠 트렌드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력 높은 원천 IP(지식재산권)를 발굴하고 적합한 장르와 미디어를 제안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기존 AI의 언어 분석 모델 대비 함축적 의미가 많은 문학적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백현정 AI 사업추진팀장은 “AI 스크립트를 통해 문화적·스토리적·트렌드적 가치가 반영된 최적화 IP를 발굴할 수 있고, 시네마틱 AI로 기존 AI 콘텐츠 제작의 한계였던 캐릭터 일관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인재 육성 전략도 밝혔다. 백 팀장은 “AI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콘텐츠 디렉터(AI CD), AI 콘텐츠 제작 기술을 담당하는 테크 디렉터(AI TD), AI 콘텐츠 상업화를 맡는 비즈 디렉터(AI BD)로 역할을 세분화해 전문 인재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AI로 제작된 신작 애니메이션 ‘캣 비기(Cat Biggie)’가 첫 공개됐다. 게으른 길고양이 ‘비기’가 우연히 만난 병아리 ‘앨리’를 키우며 함께 성장해가는 따뜻한 이야기로, 총 6명의 크리에이터가 5개월 만에 완성해 냈다.
지난 1일엔 유튜브 채널에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도시로 향하는 트럭에서 닭알 하나가 떨어지고, 데굴데굴 구르던 알이 운명처럼 고양이 ‘비기’앞에 멈춰 선다. 호기심 많은 고양이 비기가 앞발로 조심스럽게 알을 건드리며 앨리와의 여정이 시작된다.
공개된 애니메이션은 현실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각적 완성도가 높다. 정교한 배경을 비롯해 동물 털의 질감, 움직임의 자연스러움, 감정 표현의 디테일까지 기존 3D 애니메이션과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캣 비기> 기획 및 제작을 총괄한 백 팀장은 “‘시네마틱 AI’로 캐릭터를 3D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영상 제작 시스템에 학습시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7월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시리즈 30편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연출한 정창익 크리에이터는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따랐다면 기획과 개발 기간을 포함해 20~30명의 인력이 최소 1년 이상 작업해야 했을 프로젝트였다”면서 “고양이와 병아리의 기본 캐릭터 디자인만 수작업으로 진행했고, 그 외 모든 제작 과정은 100% AI 기술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CJ ENM은 올해 중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먼저 올해 말 AI로 제작한 장편 영화 ‘아파트(가제)’가 공개된다. 한국의 정서를 AI 기술로 구현하는데 공을 들였다.
백 팀장은 “해외 AI 툴을 사용하면 해외 문화와 요소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CJ ENM에서는 현재 활용 중인 AI 모델에 한국적 요소를 학습시켜 한국적인 캐릭터와 배경 생성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고퀄리티 씬을 AI 기술로 구현한 글로벌 AI 드라마 시리즈 ‘Legend(가제)’도 올해 말 공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