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드는 순간 느껴지는 묵직함, 얇지만 쫀득한 식감의 만두피, 큼직한 고기와 애호박이 씹히는 그 순간 — 입안 가득 육즙이 퍼지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이건 단순한 만두가 아니야.”
지난 3월 출시한 비비고 ‘육즙가득만두’에 대한 제 시식평인데요. 감탄을 부른 이 맛의 설계자는 누구일까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 만두 한 알을 완성하기까지 수십 번의 테스트와 수많은 실패를 거쳤다고 합니다. 제품 출시까지 꼬박 2년. 다른 제품보다 두 배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네요. ‘한 입의 완성’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조율해 낸 사람들, CJ제일제당의 강보경, 소완섭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만두에 불만 있어?
대한민국 냉동만두 시장은 이미 충분히 성숙한 시장이에요. 2013년부터 1위의 자리를 지켜온 비비고 왕교자를 비롯해 수많은 제품이 자리 잡은 상황, 신제품을 준비하며 고객의 불만이나 니즈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사실 고객들은 지금 제품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새로운 니즈를 찾기보단, ‘만두’라는 제품 자체에 소비자들이 진짜 기대하는 핵심 속성이 뭔지 들여다봤죠.”
2023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얻은 결론은 두 가지였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그리고 ‘고기나 채소의 식감이 살아있는 원물감’. 두 속성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의 기본 컨셉이 되는 골든 스탠다드(Golden Standard)를 정의했어요. 투명하게 내용물이 비치면서 원재료가 씹히고, 육즙이 고이는 진짜 만두다운 만두!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이 두 연구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육즙이 뭐라고… 만두소부터 만두피까지
‘식감이 살아있는 원물감’을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보다 큼직한 속재료였어요.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성형’의 문제였습니다. 기존 톱니형 성형기는 원물 주입과정에서 재료들이 쉽게 갈리거나 으깨지는 구조라 원하는 질감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신설비 도입이 필요했어요. 큼직한 재료를 손상 없이 담아내고 또 그걸 양산화할 수 있는 형태로 완전히 설계를 바꾸는 일이 필요했죠.”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새로운 설비 도입은 생산공정 전체를 바꿔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연구원들만의 의지가 아니라, 유관부서와 경영진까지 설득해야 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설비를 써야 한다’가 아니라, 이로써 구현 가능한 제품군의 확장성과 가능성까지 함께 입증할 수 있어야 했어요.”
설득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 도입된 건 바로 칸막이형 성형 설비. 재료를 단순히 주입하는 것이 아닌 밀어내는 방식으로, 원물감을 살리는 첫 기술적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속재료를 살렸다면, 이제 그 재료들을 제대로 감싸안을 수 있는 ‘만두피’가 필요했어요.
“원물이 클수록 만두피가 버텨야 하는 압력이나 텐션이 훨씬 커져요. 피가 너무 두꺼우면 원물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 얇으면서도 탄탄해야 했어요.”

‘한 입에 꽉 차는’ 만두 컨셉에 맞춰 만두의 중량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피는 쉽게 터지지 않으면서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3cm’의 높이도 잘 유지해야 했어요. 정밀하게 설계된 조건을 충족해야 했죠.
“피가 잘 늘어나야 높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글루텐 함량이 높으면 불투명해져요. 투명하면서도 신장성이 좋은 만두피를 찾기 위해 밀가루 배합을 수십 차례 바꿨습니다.”
큼직한 원물은 수분을 더 잘 머금어요. 만두소의 수분이 만두피로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며, 육즙 함량 25%라는 수치를 달성했습니다.
“이전에도 육즙을 올리려는 시도는 꾸준히 해왔어요. 이번 제품은 육즙 함량을 늘리는 걸 넘어서, 냉동만두 제형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시도한 셈이죠.”
제품 출시 전 진행한 *관능평가에서도 제품 전반의 맛 기호도는 5점 만점에 4.3점을 받았어요. ‘만두 명가’ CJ제일제당의 수많은 제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였죠.
*오감을 이용하여 제품의 질을 판단하고 소비자 기호 충족, 제품의 개선 및 품질 등에 관한 결론을 얻어내는 하나의 평가과정
중국과 일본에서 쌓은 경험
2023년 3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무척 고된 여정이었을 것 같아요. 만두 한 알에 담긴 난제들을 풀어낸 배경에는 두 연구원의 글로벌 경험이 있었는데요. 소완섭 연구원은 중국 연구소에서 8년간 근무한 베테랑, 강보경 연구원은 일본 만두부터 베트남 스프링롤, 플랜테이블 만두까지 두루 개발한 감각의 설계자예요.
“중국에는 속재료가 살아있는 딤섬류가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감을 그대로 살린 만두’를 상상하게 됐어요.” – 소완섭 연구원

“일본 제품은 전반적으로 식감이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씹는 순간 흘러나오는 촉촉함’ 같은 디테일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 강보경 연구원
2년여의 연구는 ‘육즙가득만두’로 이렇게 끝난 걸까요? 그럴리가요! 긴 시간 연구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인사이트와 실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이끌 또 다른 제품들이 대기중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만두를 끓이다 보면 가끔 터질 때가 있잖아요. ‘육즙가득만두’는 10분을 끓여도 멀쩡해요. 저는 만둣국으로 제일 많이 먹어요”
강보경 연구원이 전하는 ‘육즙가득만두’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 제품 포장지에 넣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 해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비비고 사골곰탕에 물 100ml를 더해 끓인 뒤, 만두를 넣고 10분’. 오늘 저녁, 끓일수록 진가는 발휘하는 ‘육즙가득만두’를 넣은 든든한 사골만둣국!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