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CJ ENM센터 1층에 번듯한 집 한 채가 지어졌다. ‘House of the Visionary’. 프랑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장 푸르베가 1944년 설계한 모듈식 임시주택 ‘해체할 수 있는 집’이 CJ ENM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집’으로 재구성됐다.
장 프루베는 2차 세계대전으로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신속하게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는 집을 설계했다. 현실의 한계를 허물어 주택을 예술로 만든 그의 시도는 사회 속 예술의 역할을 곱씹게 한다. ‘House of the Visionary’ 역시 이런 영감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를 이끌며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크리에이티브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온 CJ ENM의 지난 30년이 집 한 채에 고스란히 담겼다.
‘가능성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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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칠한 철문 옆에 초인종이 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것과 같은 초인종이다. 영화에선 비가 쏟아지던 날 가정부 문광이 박 사장 저택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 의미심장한 기대를 안고 ‘가능성의 집’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펼쳐진 공간은 장 푸르베의 ‘해체할 수 있는 집’이다. 집 내부는 CJ그룹에서 문화 사업이 태동했던 당시의 상징적인 순간들로 채워졌다.
주택 내부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서툰 붓글씨로 쓰인 ‘스티븐 스필버그’ 현판이 눈에 띈다. 1995년 스필버그 감독이 방한해 CJ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접 자신의 이름을 붓글씨로 쓴 것이다.
그해 CJ그룹은 스필버그 감독이 주축이 돼 설립한 ‘드림웍스SKG’의 공동 설립자로 영상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룹 문화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선발주자가 없는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디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사에 상징적인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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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앞서 CJ ENM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산업에서 No. 1 임팩트를 창출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던 ‘비저너리(Visionary)’ 선정작으로 스무 작품을 골라 발표했다. 이번 전시에서 비저너리 선정작들을 중심으로 CJ ENM의 지난 30년 창조 여정을 조명한다.
‘가능성을 믿는 한 사람이 불안을 넘어 공감에서 영감을 얻으며 경계를 허물고 시대의 아이콘이 되는 이야기’를 콘셉트로 잡고 ‘불안’, ‘공감’, ‘열정’, ‘창조’를 주제로 메인 전시실을 꾸몄다. 비저너리 선정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비저너리 월’과 1.5층 ‘영감의 방’으로 전시를 완성했다.
제1전시실 ‘불안’
‘해체할 수 있는 집’ 왼편으로 첫 번째 전시가 시작된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불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은 불안과 위험을 동반한다. CJ ENM은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이어가며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그 결과 CJ ENM이 만든 영화들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와 소통하는 강력한 창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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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은 불안의 터널을 통과해 온 ‘창작자의 작업실’을 모티브로 꾸몄다. CJ ENM과 함께 한국 영화의 세계적 도약을 이끈 감독들의 창작 환경을 재현했다.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영화 소품, 동선 노트, 촬영 콘티 등을 통해 아이디어가 이야기로 발전해 세계적인 콘텐츠로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2전시실 ‘공감’
제2전시실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 <디어마이프렌즈> <시그널> <유미의 세포들> <유퀴즈온더블록> <나의 아저씨> 등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CJ ENM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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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들어서면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박완이 누웠던 침대가 보인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레트로 소품들과 <신서유기>의 드래곤볼 등 드라마와 예능 속 공간을 그대로 옮겨와 대사 한마디에 울고 웃었던 기억을 소환한다.
예능형 드라마 장르를 개척하고 레트로 열풍을 선도한 <응답하라 시리즈>, 시니어 여행 리얼리티 장르를 개척해 세대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한 <꽃보다 할배>, 삶에 대한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한 <나의 아저씨>. 전시가 소개하는 CJ ENM의 콘텐츠들은 대중문화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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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전시실 ‘열정’
“60초 뒤에 공개됩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방송된 Mnet의 대국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오디션 장르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숨겨진 재능을 발굴하여 ‘일상 속의 나’가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CJ ENM은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재능이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도록 지원해 왔다. 한 사람의 가능성이 문화와 시대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시실에는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스트릿우먼파이터> 등 ’Talent Discovery’의 생생한 순간들이 전시돼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고, 힙합을 대중화하고, 스트릿 댄스를 문화 현상으로 만든 혁신적인 콘텐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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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전시실 ‘창조’
제4전시실엔 K-콘텐츠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공연 제작의 혁신, K-pop과 글로벌 팬의 연결, 한국형 장르물의 글로벌 경쟁 가능성에 대한 증명, 새로운 K-드라마의 정서를 만들어가는 모습까지. 이곳에서 CJ ENM이 만들어온 문화적 아이콘과 신드롬을 경험할 수 있다.
K팝의 문화적 영향력을 글로벌에 전파한 <MAMA Awards>, 국내 최초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으로 제작해 10년간 공연을 이어온 뮤지컬 <킹키부츠>, 케이블 드라마의 고정관념을 깬 한국형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도깨비>, 글로벌 누적 시청 6억 시간을 돌파하며 K-스토리텔링의 독보적인 역량을 입증한 <눈물의 여왕> 등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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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의 역사를 빛낸 비저너리 20선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비저너리 월’이다.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도깨비>의 문을 지나면 지난 30년간 CJ ENM이 개척해 온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비저너리 선정작 20선’이 펼쳐진다.
이 작품들은 한국 영화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며 한국 대중 문화사에서 독창성의 나침반이 되어 왔다.
새로운 챕터의 시작
계단 위 1.5층에 조성된 ‘영감의 방’은 관람객 참여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방문객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남기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으며, CJ ENM의 혁신적 여정을 담은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CJ ENM이 배출한 5세대 대표 글로벌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의 석매튜가 내레이션을 맡은 전시 영상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CJ ENM이 지난 30년간 이룩한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대중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로서 의미가 깊다. 한계를 허물고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 ‘가능성의 집’에서, 관람객들은 CJ ENM의 창조적 여정이 만들어온 특별한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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