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장래 희망 직업 1순위로 꼽히는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자신만의 콘텐츠와 이를 담을 수 있는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어 그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레드오션인 유튜브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으니. 그의 직업은 다름 아닌 택배기사?
택배기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금종명 SM은 낮에는 택배기사로, 밤에는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택배아저씨(Taek-A)’는 택배 관련 정보, 직장 VLOG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개설 5개월 만에 구독자 2만 7천여 명을 넘으며 순항 중이다. 있는 영상 촬영부터 편집, 자막 등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작업을 직접 만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시청자와 고객들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난다고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며 택배기사와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그였지만, 4년 전 택배업을 시작했을 땐 적응하기 무척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금종명 SM. 회사 생활을 하며 염증을 느꼈던 그는 퇴사 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당시 CJ대한통운에 근무하던 친한 친구에게 CJ대한통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 택배업으로 선회했다.
2016년 1월, 부푼 꿈을 안고 CJ대한통운에 입사했지만, 생각과 달랐다. 그가 맡았던 배송지역은 서울시 관악구 삼성동. 당시 재개발이 안 된 지역이라 다세대주택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송장에 있는 주소를 한 번에 찾기 힘들었다고. 건물이 나란히 이어진 것처럼 주소도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실제 주소는 뒤죽박죽이 되어 지도를 한참 들여다봐도 헤매기 일쑤였다. 그는 송장 내 적혀있는 지번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일일이 바꿔가며 주소를 익혔다.
택배기사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이유
그는 초보 택배기사로서 고군분투했던 시간이 지나자 점차 노하우가 쌓였다고 말한다. 현재 금종명 SM이 맡은 지역은 관악구 신림8동. 1인 가구와 가족 단위의 고객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연령대가 거주하다 보니 작은 부속품부터, 의류, 생물까지 택배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하루 평균 그가 처리하는 택배는 평균 250~300개. 그는 택배 한 개 당 배송 시간이 5-10분 걸렸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1분에 한 개씩 처리하게 되었다며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그는 지난 4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유튜브 채널 ‘택배아저씨(Taek-A)’을 개설한 것. 그는 처음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유튜브 채널 내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많았지만, 정작 택배기사에 대한 것은 없었다고. 정보가 한정적이다 보니 실제 택배기사의 삶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금종명 SM은 먼저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무는 CJ대한통운 차량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카메라로 택배기사의 일상을 담기 시작했다. 우리가 몰랐던 택배기사의 삶을 보여주었더니 ‘구독’과 ‘좋아요’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택배기사의 하루’라는 제목의 직장 브이로그는 조회 수 45만 회를 기록했고, 댓글은 2,500개가 넘게 달렸다. 흥미로운 점은 악플을 거의 볼 수 없는 것. 매사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그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며 ‘13년 동안 택배기사를 해온 아빠가 생각나 눈물이 났다’, ‘늘 응원한다’, ‘존경합니다’라는 댓글이 주를 이룬다.
모든 영상은 금종명 SM의 손에서 직접 탄생한다. 택배업을 하며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 후반 작업, 업로드까지 진행하는 것. 이쯤 되니 택배기사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할 만큼 시간이 여유로울지 궁금해졌다. 그는 ‘택배기사의 하루’ 영상에서 소개한 것처럼 2년 전, 배송 다변화 도입으로 이전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송 다변화’란 택배기사 2인이 조를 꾸려 교대로 하차 작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1조가 새벽 7시에 출근하여 2조의 물품까지 하차 작업을 진행하면, 2조는 오전 10시에 출근하여 택배 물품을 최종으로 확인한 후 12시에 배송에 나선다. 이때, 1조의 경우 오전 10시~12시 사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배송을 할 수도 있다. 보통 남들보다 택배 물품이 많거나 일찍 퇴근하고 싶은 택배기사들이 1조를,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택배기사들이 2조를 선택한다.
금종명 SM은 2017년 10월 분류 자동화 시스템인 ‘휠소터(Wheel Sorter)’가 도입되며 택배 물품 분류 작업 시간을 줄이게 되었다고. ‘휠소터’에 배송 지역을 설정하면, 택배 물품에 부착된 송장의 바코드를 인식한 후 택배 상자를 배송 지역별로 자동 분류하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번거롭게 택배 물품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만약 ‘휠소터’가 아니었다면 택배기사들이 매우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휠소터’ 도입으로 택배 물품이 자동으로 분류되니까 여유가 생겼죠.
이로 인해 CJ대한통운에 근무하는 택배기사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활동한다. 그렇기에 본인이 맡은 물량을 소화하면 이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휠소터’와 같은 첨단기술과 ‘배송 다변화’라는 시스템의 도입으로 작업 강도가 완화되었고, 이전보다 시간을 더욱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최근엔 택배기사들끼리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 볼링을 치거나 족구를 하며 취미 생활을 한단다.
유튜브 제작으로 건강한 택배문화 조성?
택배기사,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써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금종명 SM. 유튜브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나날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쪽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독학으로 모든 걸 배웠기에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웃긴 장면보다 영상 편집 기술이나 자막을 유심하게 보게 된단다. 또한 초반엔 택배기사들이 충분히 전할 수 있는 가벼운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앞으로는 CJ대한통운 내 주재원, 임직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심화한 콘텐츠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금종명 SM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이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몸은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최근엔 배송하던 중 자신을 보고 달려온 팬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단다. 이를 통해 그는 오히려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택배아저씨(Taek-A)’를 통해
택배기사와 고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전, 금종명 SM의 영상을 보며 ‘CJ대한통운에서 의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에 그는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다라고 했다. CJ대한통운에서 일하게 된 이후 택배기사라는 직업에 무척 만족하게 되었고, 택배기사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이 노력하는 것들이 좋았다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그의 답변을 들으니 ‘진심이 닿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를 통해 건강한 택배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