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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크림’으로 속을 채운 마카롱은 한국 음식일까요? 된장이 들어갔으니 한식 같기도, 모양새와 식감을 떠올리면 전형적인 양식 디저트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한식이라고 생각하는 ‘누룽지’는 어떨까요. 누룽지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한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식은 진화 중입니다. 보통 한식을 ‘우리나라 식재료로 고유의 조리방법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라고 정의했는데, 이젠 그런 전통에서 벗어난지 오래죠.  이런 변화에 발맞춘 팝업 레스토랑이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열었습니다. CJ제일제당의 한식 셰프 발굴·육성 프로젝트인 ‘퀴진케이(Cuisine K)’의 다섯 번째 팝업 레스토랑, ‘이즈(-is)’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젝트의 최종 팀으로 선발되어 이번 달부터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즈’를 이끄는 두 명의 셰프는 아주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 유학 중 한식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귀국해 한식 요리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요. 지난 9일, CJ뉴스룸이 ‘이즈’에서 이승현, 권명희 셰프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퀴진케이 레스토랑 ‘이즈’를 소개해주세요.  이승현 셰프(이하 이) : ‘이즈’는 ‘현재 우리들의 기록’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는 팝업 레스토랑입니다. 현재, 바로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한식’을 메뉴를 통해 이야기하는 공간이죠.  저희는 이력이 조금 독특해요. 저는 호주에서, 권명희 셰프님은 일본에서 유학했어요. 각자 해외에서 요리를 공부하며 얻은 경험을 한식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즈’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이 : 한국에 와서 ‘퀴진케이’라는 프로젝트를 알게 됐어요. 한식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K-스타쥬(Stage)’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 선발됐죠. 덕분에 미슐랭 3스타 파인 다이닝인 ‘모수’에서 일할 수도 있었고요. 그때 퀴진케이의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팝업을 통해 ‘나만의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올여름~가을 시즌 팝업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습니다. 팝업을 열기로 결심하면서 ‘모수’에서 함께 일했던 권명희 셰프님께 동업을 제안했고요.  ‘K-스타쥬’를 거쳤다고 해서 모두 팝업을 열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이번 팝업에 선정되기 위해 권명희 셰프님과 함께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특별 대우’ 같은 건 없었어요.  *K-스타쥬 : 청년 셰프들이 최고 수준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실무 경험과 글로벌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인턴 기회를 제공하는 CJ제일제당 퀴진케이 프로그램. 우리가 생각하는 한식 IS… ‘이즈’ 메뉴만의 특징이나 콘셉트가 있다면요? 권명희 셰프(이하 권) : 이승현 셰프님이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의 콘셉트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한식’이에요. 된장 크림으로 속을 채운 마카롱, 토마토 워터로 만든 전복 물회 등 한식에 대한 저희만의 철학을 요리에 담아냈죠.  저희만의 특징이라면, 요리에 대한 관점을 달리 해보고 싶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흔히 디저트로 먹는 마카롱을 애피타이저로 내거나, 따뜻하게 먹었던 누룽지를 아이스크림으로 만드는 것처럼요.  또 저희는 식재료가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자투리 부분을 최대한 활용해 요리를 만들었어요. 메인 디시인 스테이크를 먹기 전 입가심을 위해 차를 한 잔씩 드리는데요. 역시 자투리 부분을 활용해 우린 차입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한식’이란 무엇인가요?  이 : 한식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이젠 ‘한국인이 만드는 음식이 곧 한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고추장, 김치가 당연히 한식인 것처럼 그걸 활용해 한국인들이 만드는 음식 모두를 이제는 ‘한식’이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권 :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아주 유명한 한식 파인 다이닝의 메뉴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한국인 입장에서 ‘이게 무슨 한식이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정작 외국인들에게는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때 ‘이런 걸 외국인들이 원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예전엔 ‘된장찌개’가 한식이었다면, 지금은 한국인 요리사가 된장을 활용해 만드는 다양한 요리 그 자체가 한식이 된 것 같아요. 요리에 담긴 셰프의 정체성과 철학이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승현 셰프님은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개관식 행사의 정찬 메뉴 개발에도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메뉴를 통해 어떤 ‘한식’을 선보이고 싶으셨나요? 이 : 제가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메뉴는 한국의 ‘쌈’을 연상시키는 음식인데요. 한국에서 고깃집에 가면 쌈채소가 나오잖아요. 저는 쌈채소들을 마치 부케처럼 감은 뒤 쌈장으로 디핑 소스를 만들었어요. 이 메뉴를 기획할 때 외국인들의 입에서 ‘이게 한식이야?’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한국인들이 고기를 쌈장에 찍어 먹듯 진짜 한식의 느낌도 나야 하고요.  두 분 다 한식을 배우기 위해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하셨다고 들었어요. 두 분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권 :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6년 정도 했어요. 그런데 유학생활 중 우연히 SNS에서 한국의 파인다이닝 사진을 보게 됐는데, 제가 유학 떠나기 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어요. 그걸 보고 무조건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학생활을 통해 배운 것과 한식을 꼭 결합해보고 싶었거든요. 무작정 한국행을 택했습니다. 이 : 저는 호주에 4년 정도 있었습니다. 제가 다닌 요리 학교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각자 자기 나라의 전통음식을 많이 만들어줬어요. 어느 날엔 그 친구들이 저한테 한식을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한식이 궁금하다면서요. 생각해 보니, 제가 한식을 할 줄 모르더라고요. 제가 요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요리 = 양식’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요리사로서의 이승현의 정체성은 뭘까’ 고민하게 됐어요. ‘결국 한국인은 한식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귀국을 결심했습니다.  쉽지 않은 레스토랑 팝업 도전..“기회 자체에 감사” 팝업 레스토랑 ‘이즈’를 열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이 : 팝업을 오픈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사실 그동안엔 주방에서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요. 팝업을 준비하면서는 경영, 마케팅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에서 많이 배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완전히 다른 분야의 미션을 하나 둘 만나기 시작하면서 저희 둘 다 정말 당황스러웠던 에피소드들이 많답니다. 일례로 퀴진케이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메뉴 뿐만 아니라 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문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했어요. 요리만 해왔던 저희가 경영 쪽도 생각해야 하니 어렵더라고요. 하하.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퀴진케이 프로젝트가 가장 크게 도움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권 : 이 프로젝트 자체가 저희 같은 젊은 셰프들에겐 엄청난 도움인 것 같습니다. 팝업을 오픈하는 셰프들은 많지만, 길게 유지하는 셰프는 별로 없거든요. 길어야 일주일, 보통 하루 이틀 정도만 팝업을 열고 마무리해요.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희는 퀴진케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봄과 동시에 오랜 기간 팝업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잖아요. 그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팝업 레스토랑 운영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을까요? 이 : 처음에 제가 원하는 바는 단순했어요. 돈 많이 벌기요. 하하. 그런데 지금은 원하는 게 딱 하나예요. 성공적으로 탈 없이 이 팝업을 잘 마치는 거죠. 생각이 변하게 된 데에는 권명희 셰프님의 영향이 커요. 너무 열심히 하시고 잘해주시니까 운영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날 그간의 날들을 돌아봤을 때 ‘우리의 기록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면서 끝까지 웃으며 마무리하는 게 저의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권 :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렇게 제가 주체가 되어 팝업 레스토랑을 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도 큰 기회예요. 이런 좋은 경험을 발판 삼아 제가 원하는 요리를 마음껏 해보고 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즈’를 찾아주실 고객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이 : 폼 잡고 오는 어려운 파인다이닝이 아닌, 편안하게 오셔서 메뉴에 대해 자유롭게 물어보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는 것도, 먹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시길 바랄게요. 권 : 저희의 공간에서 저희가 선보이는 요리를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메뉴를 다양하게 준비 중이에요. 특히 뻔하지 않은 요리들로 준비했죠. 때문에 다음 달에 또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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