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이유는 수십 가지다. 하지만 떠나지 못할 이유가 단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여행을 망설인다. 생업에 묶인 시간, 여행에 필요한 자금, 여행을 계획할 마음의 여유… 때로는 날씨까지.
이런 이유로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오늘은 여행해야 할 단 한 가지의 이유에 집중해 훌쩍 떠나보는 건 어떨까? 앞서 말한 모든 고민은 잠시 접어두자. 생각을 비워주는 ‘나 혼자 여행’부터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하는 추억여행까지. 그 어떤 형태라도 좋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면, 진짜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여행 중인 시재희(여, 28세) 씨의 사흘을 따라가 보자.
🎈Day 1.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feat. 산티아고 순례길)
재희 씨가 선택한 첫 번째 여행지는 산티아고 순례길. 🤔그런데 무언가 좀 수상하다. 지금 당장 순례에 나서는 사람치고는 짐이 너무 가볍다. 거침없이 집을 나선 그녀가 찾은 곳은 용산 아이파크몰의 한 영화관. 능숙하게 티켓을 발권하고 좌석에 앉는다. 곧 상영관에 불이 꺼지고, 이곳은 잠시 혼자여도 좋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된다.
“자 그럼, 이제 슬슬 나에게로 여행을 떠나볼까?”
여행 다큐멘터리 ‘엘 카미노’가 지난 3월 29일 개봉했다. 방송인, 유튜버로 활동하는 손미나 작가가 제작 및 감독을 맡아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직접 걸으며 생생한 과정을 담아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던 그녀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발견한 ‘진정한 자신’은 무엇이었을까? 산티아고 순례길의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경관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관람 포인트.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당신에게 따듯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지난 4월 2일과 8일, 9일에는 관객과 작가가 영화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GV가 진행됐다. ‘쉐프가 있는 영화관’으로 불리는 CGV ‘씨네드쉐프’에선 GV와 함께 다이닝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요리학교 폴 보퀴즈(Paul Bocuse) 출신의 정호석 총괄 쉐프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는 알베르게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메뉴는 양송이 토마토 타파스, 뽈뽀 아 라 가예가, 이베리코 스테이크, 타르트 데 산티아고.
🎈Day 2, 세계 3대 교향악단의 공연을 기다림 없이!
다음 날, 재희 씨가 아침부터 분주하다.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는지 클래식한 의상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녀가 향한 곳은… 이번에도 영화관 앞?! 그곳에는 재희 씨를 기다리고 있는 친구 영화장(여, 28세) 씨가 있다. 화장 씨는 평소 재희 씨와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여행을 즐기는 메이트다.
재희: 화장아! 오래 기다렸어? 어제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오고 정신없어서 연락도 제대로 못했네.
화장: 아니야, 나도 방금 도착했어!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니? 너 말도 없이 언제 다녀온 거야?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럼 지금 공항에서 바로 온 거라고?
재희: 응? 공항이라니! 나는 집에서 왔지~ 어휴, 아침부터 빈에 가려고 한참 준비했잖아.
화장: 뭐? 빈은 또 무슨 소리야. 오늘 좋은 데 간다고 하더니 목적지도 말 안 해주고 너 아까부터 좀 수상하다?!
재희: 아 미안 미안, 내가 말 안 했었나? 우리 오늘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날 거야!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놓치기 전에 얼른 출발하자!
화장: 어…! 자, 잠깐 재희야! 나 여권도 안 가져왔단 말이야!!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의 정기연주회는 표를 구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비회원이 티켓을 구매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후원 회원들에게 티켓을 선판매하고 있지만, 후원 회원의 자격을 얻으려면 최소 10여 년은 대기해야 한다.
명문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의 정기연주회를 영화관에서 감상할 기회가 왔다. 4월 19일부터 빈 필하모닉 VIP 시리즈의 네 가지 공연을 CGV에서 순차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4월 19일부터 29일까지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와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두 거장의 가장 대표적인 레퍼토리인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과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로맨틱’을 감상할 수 있다.
5월 3일부터 13일까지는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의 말러 교향곡 7번을 명료한 지휘로 즐길 수 있다. 5월 17일부터 27일까지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상임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과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을 만나볼 수 있다.
세계 최고령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협연도 펼쳐진다. 6월 7일부터 17일까지 베토벤, 멘델스존의 곡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닐센의 교향곡 5번을 선보인다.
🎈Day 3,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즐겨요, 아트&다이닝
여행 3일 차, 재희 씨가 느지막이 일어나 어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지난 이틀간의 여행으로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모양. 그런데 쉬는 것도 잠시, 식탁에 앉은 재희 씨는 또다시 여행을 선포하는데…
재희 어머니: 재희야, 밥 좀 더 줄까? 요 며칠 좀 바빠 보이네. 약속 있다더니 어디 멀리라도 다녀온 거야?
재희: 엄마, 저 그럼 🥟비비고 왕교자 조금만 더 주세요~ 아 사실 저 지난 이틀 동안 여행 다녀왔거든요!
재희 어머니: 여행을 다녀왔다고? 아니 짐가방도 안 챙기고, 잠도 집에 와서 잤는데 언제 여행을 갔다 온 거야? 집 근처로 다녀온 거니?
재희: 저 엊그제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갔다가 어제는 화장이랑 오스트리아 빈에 가서 오케스트라 공연 보고 왔어요!
재희 어머니: 산티…오스트리…뭐? 갑자기 이게 다 무슨 말이야? 재희야 너 무슨 일 있어?
재희: 말 그대로죠! 아, 말 나온 김에 오늘 저녁은 엄마도 저랑 같이 여행가요~ 어제 빈에 가서 요리를 못 즐기고 돌아온 게 아쉬웠는데 오늘은 엄마랑 둘이 데이트하면서 오스트리아 스페셜 메뉴도 즐겨야겠어요!
재희 어머니: 아니 얘가 점점…! 재희야, 자 여기 왕교자 더 먹어. 든든히 먹고 혹시라도 요즘 힘든 일 있는 거면 엄마한테 꼭 이야기해줘야 한다~?
‘쉐프가 있는 영화관’인 CGV 씨네드쉐프는 최고급 영화관과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아트가이드와 함께 도시를 여행하며 그 도시의 스페셜 코스 메뉴를 함께 즐기는 ‘아트&다이닝’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4월엔 “시대에는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테마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도시여행을 떠난다. 고전부터 현대까지 빈의 다양한 모습을 이색적인 요리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품격 있고 단정한 고전주의 매력과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도시 빈. 아름다운 도시에 깃든 예술과 음악,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트가이드 김성수의 안내를 따라 빈의 상징인 링스트라세 주변에 늘어선 세기말 빈의 랜드마크를 둘러보며, 클래식한 매력의 도시 빈을 느껴본다. 비어슁켄 샐러드부터 자우어브라텐까지 정호석 총괄쉐프와 수제자들의 손길에서 탄생한 코스 메뉴를 즐기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낭만의 도시로 초대된 이방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