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 전국 대도시 아파트에서 몇 달간 폐비닐, 혼합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거가 중단되는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매일 방대하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 것. 이에 정부는 재활용 관련 규제를 강화했고 소비자, 기업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 또한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과 재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의 패키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박은진 | CJ제일제당 패키징) Sustain.&Process Innov.팀
재사용할 수 없는 페트병은 만들지도 말자!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리 배출된 쓰레기가 모두 재활용 가능한 건 아니다. 잘 버려도 재활용되는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패키지를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CJ제일제당은 환경부와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 협약을 체결해 2019년까지 포장재의 재질 및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협약 체결 이후 CJ제일제당은 제일 먼저 한 일은 페트병 색깔을 바꾸는 것이었다. 올리브유, 카놀라유, 포도씨유의 경우, 기존에는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연에서 수확해 만든 기름의 특성상 생산 시기에 따라 제품의 색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면 제품의 편차는 줄일 수 있지만, 재활용은 어렵다. 유색과 무색 페트병이 섞이면 색 차이를 관리하기 어려워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에 CJ제일제당은 페트병 색을 없애 재활용이 용이한 포장재로 재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패키지를 경량화해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였다. 페트병의 색을 바꾸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재사용까지 용이하게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소비자의 의견으로 버려지던 페트병도 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사용도 줄이고 색도 바꿨으니 재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지만, 실제 CJ제일제당의 고급유를 이용한 소비자의 의견은 달랐다. 제품에 부착된 라벨이 페트병과 잘 분리되지 않아 재활용이 불가능했기 때문. 이에 소비자들은 라벨이 제품과 잘 분리될 수 있도록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비자의 의견에 따라 CJ제일제당은 일부 품목에 사용하고 있었던 수분리성 접착제의 확대 적요에 대해 검토했다. 수분리성 접착제를 사용하면, 라벨의 잔유물이 남아 있어도 페트병의 재활용 공정에서 접착제가 녹아서 라벨이 쉽게 분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수분리성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기존에 비해 제품 생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만할 방법이 필요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디자인으로 해결했다. 라벨이 용기에 좀 더 잘 부착되도록 용기 디자인을 바꾸면서 캡의 모양도 변경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10% 정도 줄였다. 그 결과, 캡 경량화로 플라스틱 50 톤, 용기 경량화로 111 톤 절감하는 효과를 냈고 수분리성 접착제를 사용해 재사용이 용이한 패키지로 재탄생했다.
소비자의 요청으로 시작된 수분리성 점착제 사용은 CJ제일제당의 다른 제품에도 확대 적용됐다. 고급유 패키지를 개발하며 쌓은 기술 및 노하우로 21년 콩기름, 액젓, 드레싱, 물엿, 요리당, 식초, 맛술 등에도 수분리성 라벨을 도입한 것이다. 이로써 더 많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에도 선물이 되는 친환경 선물세트의 개발
고급유를 시작으로 콩기름, 액젓, 드레싱 등의 제품에도 확대 적용된 친환경 패키지. 하지만 CJ제일제당이 친환경 패키지로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50년대부터 선보인 선물세트는 지속적으로 패키지 변신을 시도해왔다.
2000년대 초반에는 고급감과 프리미엄을 메탈(Metal) 광택이 있는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고, 2000년 중 후반부터는 쌀 껍질과 같은 바이오 소재를 활용했다. 2013년에는 쌀 껍질 가공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밀가루 생산 후 남은 껍질을 활용해 자연적인 색감의 패키징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에 동참하고자 재활용 용이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기술 전환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용기 생산 시 플라스틱 잔여분이 발생하는데, CJ제일제당은 이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3년간 기술에 매달렸다. 그 결과, 플라스틱 잔여분을 선물세트 트레이로 가공하는 데 성공했고 재생 소재 함유량 20%까지 높였다. 현재는 이 비율을 높여 5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확보했다.
또, 트레이 자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제품 사이의 간격을 최소한으로 설계한 트레이를 도입했다. 트레이뿐만 아니라 선물세트에 사용되는 다른 포장재 또한 재사용 가능 소재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선물세트를 플라스틱 소재인 부직포에 넣었지만, 이제는 이를 종이 소재로 전환했다.
이처럼 CJ제일제당은 3R(Redesign, Recycle, Recover)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고급유, 선물세트 패키지 리뉴얼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후에도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한 Recycle의 대표적인 사례다.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과 재활용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CJ제일제당. 또 어떤 사례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을지. 다음 시리즈에서 알아보자.
『지난 시리즈 보기』
[특별기획 – 필환경 시대, CJ제일제당은?] ① 순환경제, 환경보호를 위한 중요한 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