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지 않으면 10년 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올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WEFˑ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105개국 4410명의 CEO 중 39%가 “지금처럼 기업을 운영한다면 향후 10년 내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기업에게 비즈니스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위기감이 드러난 대목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맞닥뜨린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국내 경기는 어두운 터널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 경제를 ‘경기 둔화’ 국면으로 판단했습니다. 수출 부진과 기업심리 위축, 내수 회복 둔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하향 조정했고요.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 중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에서도 ‘혁신’으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기업 CEO 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전년 대비 늘렸다”고 답했죠. 사내독립기업(CICˑCompany In Company), 사내벤처 등 혁신 투자와 미래 인재 육성을 통해 새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리멤버가 CJ그룹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입사 2년 차 사원이 팀장을 맡는다고?”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 ‘INNO100’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혁신에 몰입하는 100일’이라는 의미로,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며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담아 도입됐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기존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100일간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만 몰입하게 됩니다. ‘아이디어 제출’→‘제안 PT’→‘100일간 프로젝트 추진’→‘최종 PT’→‘실행전략 수립’→‘사업화 승인’ 순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진행되는 사이클은 ‘린 스타트업*’의 전형입니다.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 최소의 조건으로 시제품을 출시하고 빠르게 고객 반응을 수집해 다음 아이디어에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경영 방법론.
프로그램엔 1기부터 7기까지 총 414건의 아이디어가 제출됐고, 6개 프로젝트의 사업화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MZ 세대인 입사 3~4년 차 직원들의 관심과 호응이 크다는데요, 지난해 4월 출시된 고단백 영양 스낵 ‘익사이클(Excycle) 바삭칩’은 MZ 세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첫 사례입니다. 깨진 쌀과 콩비지 등 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입사 2년 차 사원이 팀장을 맡아, 개발 착수 6개월 만에 완성했습니다.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만 봉을 돌파했고, 지난 2월부터는 편의점 판매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대체유 ‘얼티브’의 라인업도 확장 중입니다. 이 역시 ‘INNO100’ 프로그램에 참여한 MZ 세대 직원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네요. 지난해 6월 출시한 ‘얼티브 플랜트유’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목표 대비 60배 이상(펀딩액 3135만 원) 펀딩 모금액을 달성하는 등 환경과 건강에 관심 많은 젊은 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의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CJ제일제당의 수평적 문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식품사업뿐만이 아닙니다. 바이오 사업 부문의 ‘R프로젝트(Revolution)’와 자회사 Feed&Care의 ‘NBC(New Business Challenge)’ 등 다양한 분야의 사내벤처 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지원자 대부분이 MZ 세대였고요.
지난 3월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신사업화하기 위한 최초의 사내벤처 전용 공간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대치동에 약 300평 규모로 문을 연 ‘INNO Play’인데요. ‘이노베이션이 365일 플레이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CJ제일제당의 혁신조직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입니다. 사내벤처 데모데이(Demo Day)나 스타트업과의 네트워킹 등 외부와의 소통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하네요.
CJ프레시웨이 등 식품 계열사의 사내벤처도 활발합니다. 지난 2021년부터 운영된 CJ프레시웨이의 사내벤처 ‘NFU231’은 외식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외식 컨설팅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사업기획,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직무의 직원들이 모여오는 5월 신규 사업 플랫폼 ‘파잇(PIEAT)’을 오픈할 예정인데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중소 F&B 브랜드의 신메뉴 론칭을 지원하는 서비스라고 하네요.
MZ의 아이디어, 상상을 현실로 만들다
CJ대한통운엔 화주(고객)가 빠르게 견적을 조회하고 통관대행, 보험가입, 카드 결제까지 국제 수출입 물류 전반에 걸친 모든 포워딩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로이스 포워더스(LoIs Forwarders)’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역시 CJ대한통운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다(多)됨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다섯 건의 아이디어 중 처음으로 사업화된 아이템이었습니다.
‘다(多)됨 프로젝트’는 지난 2021년 말 시작됐습니다.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물류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했죠. 프로젝트 팀원이 되면 TF팀으로 발령 내 기존 업무에서 100% 배제하고, 독립적인 업무공간을 마련해 주는 한편 100% 자율근무 제도를 보장해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젊고 열정 넘치는 MZ 세대 임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첫 모집에서 전체 아이디어의 72%인 151건이 사원·대리 등 MZ 세대 임직원들로부터 나왔다네요.
지난 1월엔 2기 모집이 시작됐습니다. 1기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2기엔 지원을 대폭 늘렸다고 하는데요. 외부 스타트업 컨설팅 전문가 등을 초빙해 액셀러레이터 멘토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최종 선정된 3개의 공모작에 지급되는 총상금도 3000만 원으로 1기보다 1000만 원 더 높였습니다.
“도전하는 조직문화, 이게 된다고?”
CJ ENM도 2021년부터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ERIES A’입니다. 재직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유형 콘텐츠, 플랫폼, 커머스 분야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해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기회를 펼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모된 아이디어를 시장 트렌드, 사업 확장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검토하고, 선발팀에게는 사업 지원금과 외부 전문가 맞춤 컨설팅, IP/테크 기반 스타트업과의 기술 매칭 등을 폭넓게 지원합니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물론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 티빙 구성원까지 모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전체 지원자 중 70%가 대리, 사원급이었다고 하네요. 공모된 아이디어를 들여다보니 역시 최신 트렌드에 맞춘 신사업 아이디어가 주를 이뤘다고 합니다.
리멤버가 CJ그룹 사람들을 만나보니 공통적으로 쓰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하고잡이’였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뭐든 하고 싶어하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라네요. CJ그룹에선 “뛰어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며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하고잡이’ 문화가 사내벤처 활성화의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CJ그룹은 올해 상반기 채용을 통해서도 세 자릿수 규모의 인재를 모집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