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지속적인 구독, 또는 중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일까. 어떤 걸 볼지 쉽게 결정할 수 있으면 구독이 이어진다. 반면 마땅히 볼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일이 반복되면 중단에 이르게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영상·음악·책 등 다양한 장르의 플랫폼을 이용하며 구독과 중단의 경험을 수차례 겪어 봤을 것이다.
결국 플랫폼의 승부는 이용자의 관심과 선택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 열쇠는 당연히 플랫폼을 가득 채운 콘텐츠가 쥐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방향을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만으로는 이용자의 시선을 오래 잡아두지 못한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볼 수 있지만, 서서히 모험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와 달리 친근하면서도, 볼 때마다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콘텐츠는 꾸준히 소비될 수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 다양한 지역과 소재의 콘텐츠가 많이 있지만 익숙하면서도 재미있는 K콘텐츠에 눈길이 쉽게 가는 것도 이 같은 원리다. 넷플릭스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작품 순위에 항상 한국 콘텐츠가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희경|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자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 산업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다.
‘콘텐츠 놀이터’가 한데 모였다
그릇에 담긴 콘텐츠 다수가 국내 이용자 누구나 선뜻 선택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기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킬러 콘텐츠로 한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CJ ENM의 OTT ‘티빙’의 선전은 눈여겨 볼만하다.
티빙은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올 4월 기준 누적 유료 가입자 수는 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앱 신규 설치율은 67%, 월간 UV(Unique Visitors : 한 번 이상 방문한 고객)도 41% 늘어났다. 어려워 보였던 세대별 확장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 50대는 46%, 60세 이상은 33%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습관과 연결된다. 플랫폼이 TV에서 OTT로 확장되더라도 콘텐츠 자체에 대한 소비는 TV를 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해외 여러 지역의 콘텐츠와 좀비물과 같은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은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하지만 중심 소비 패턴은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 TV로 즐겨보던 tvN, Mnet, OCN, JTBC 등의 작품을 OTT에서도 즐겨보는 식이다. 나아가 이 모든 ‘콘텐츠 놀이터’들이 한데 합쳐진 티빙에선 이를 더욱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각 채널들의 강점이 결합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티빙에선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백종원의 사계’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공개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여고추리반’ 등 신작에 대한 관심도도 높게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서유기’와 같은 기존의 인기작을 활용한 프랜차이즈 IP엔 강력한 팬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종연 PD, 나영석 PD 등 CJ ENM이 확보한 700여명의 크리에이터들도 오리지널 콘텐츠와 프랜차이즈 IP를 넘나들며 무궁무진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티빙을 이끌고 있는 양지을·이명한 공동대표, 조성철 최고기술책임자, 이우철 최고제품책임자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호흡하며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플랫폼과 시장의 경계를 허물며 도약
티빙은 다른 OTT 사이의 공백도 파고들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없는 실시간 방송은 티빙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TV와의 경계가 분명하다. TV에 방영됐던 것을 VOD로 다시 볼 순 있지만, 동시간대에 같은 프로그램을 TV 대신 OTT에서 볼 순 없다. 반면 티빙에선 TV와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CJ ENM의 채널과 JTBC 등 다양한 채널을 실시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유로2020’ 등 스포츠 중계에도 나섰다. 이번 시도는 스포츠 중계=TV라는 공식을 해체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티빙은 극장과의 경계도 허물고 있다. 영화 ‘서복’에 이어 ‘미드나이트’까지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하며,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확장하고 상생도 추구하고 있다. TV·극장·OTT의 경계가 허물어진 효과는 숫자로도 증명되고 있다. 티빙의 방송 VOD 콘텐츠 시청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23% 증가했으며, 월정액 영화 VOD 시청은 72% 늘어났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해외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티빙은 내년께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해외 팬들에게도 K콘텐츠는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빈센조’ ‘사랑의 불시착’ 등은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티빙은 이미 그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K콘텐츠를 총집결한 OTT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독과 중단. 이용자들의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구독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한 티빙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절반의 가능성이 아닌 100%에 가까운 확률, 그리고 전 세계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구독은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