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장은 회사가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만족한 소비자가 보장해 준다.
나의 직장을 보장 받으려면 누구에게 질문을 해야 할까에 대한 대답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곧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상품, 서비스의 종류와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소비자들은 눈앞에 수많은 선택지를 펼쳐 두고 있다. 이들은 매일, 아니 시시각각 무엇을 고를지 생각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질문도 비슷하다. 수많은 콘텐츠와 플랫폼 사이에서 선택의 이유를 묻는다.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움직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티빙이 1월 29일 공개한 ‘여고추리반’은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 중에서도 티빙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김희경|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이자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 산업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다.
영리하고 과감한 선택 ‘여고추리반’
‘여고추리반’은 티빙이 자체 제작한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다. tvN ‘대탈출’, ‘더 지니어스’ 등을 통해 추리형 예능을 국내에 확산시키며 많은 마니아 팬들을 확보한 정종연 PD가 연출을 맡았다. 정종연 PD는 이번 작품에서 이전과 달리 여성 방송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최예나 등 다양한 나이대와 특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티빙이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추리형 예능, 여성 방송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의외의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필연적인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티빙만의 추리물은 다른 장르에 비해 몰입도가 높고 반복 시청이 많다. OTT 이용자들이 주로 보는 대표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드라마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능의 형식을 취했다. 여성을 내세운 것도 마찬가지다. OTT의 이용자 중엔 여성의 비중이 높다. 남성 중심의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참신하게 다가오는 효과도 크다. 최근 넷플릭스가 다수의 작품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티빙도 이를 통해 OTT만의 문법을 익히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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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했어요 계속 나쁘고 왜 그러지 라고 출연 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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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 안 나오면 없다 그리고 거기 상사 장만하고 감속을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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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 입술이 좋아 보이네요 맛있겠다 이 생각하
‘여고추리반’ 작품 자체도 영리하다. 익숙한 배경으로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열어둔다. 우리가 잘 아는 학교에서 사건들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감정 이입을 하며 몰입할 수 있다. 사건의 정교한 확장을 통한 세계관의 완성도 눈여겨 볼 점이다. 처음엔 피자 조각을 누군가 훔쳐 먹은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이후 담임 선생님의 노트북 비밀번호 추리, 추리반에 들기 위한 암호 풀이 등으로 본격 전개된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다음 사건이 궁금해지고 그 바탕에 있는 세계관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빠져들게 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정체성을 만들다
티빙은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통해 서비스를 확장해 왔다. 티빙은 2010년 CJ헬로비전에서 국내 최초 N 스크린 서비스로 출범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했던 2016년 1월엔 티빙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CJ E&M으로 이관되며 본격적으로 사업이 전개됐다. 2017년엔 유료로 제공하던 실시간 TV 채널을 전면 무료화 하면서 이용자들이 더욱 늘어났다. 현재는 CJ ENM 의 채널은 물론 종편 4사, 보도채널 등 35개의 실시간 TV 채널을 티빙에서 즐길 수 있다. 특정 콘텐츠의 전 회차를 연이어 방영하는 200여개의 정주행 채널 ‘TVING TV’, 5만1000여개의 방송 VOD, 1만여편의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이 같은 확장에도 시청자의 선택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명확한 정체성을 만들어야만 했다. 넷플릭스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영상 매체의 문법은 결코 쉽지 않았다. TV를 보다가 괜찮은 작품을 발견하는 것은 일종의 우연성을 갖는다. 반면 OTT 속 콘텐츠는 우연성에만 기대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검색과 선택이라는 시청자의 적극적인 행위를 필요로 한다. 가입, 첫 유료 결제, 나아가 지속적인 이용까지 하는 것은 다양한 소비 중에서도 가장 능동적인 단계에 해당한다.
티빙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 것은 그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걸음에 해당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넷플릭스도 2013년 첫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들며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실험과 연대를 통한 티빙의 무한 확장
CJ ENM은 첫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이전부터 새로운 실험과 연대를 통해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티빙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스튜디오드래곤의 작품들을 동시 방영하며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이로운 소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네티즌 사이에서 많은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독특한 세계관과 차별화된 히어로물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OTT 이용자들의 특성이 잘 반영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JTBC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제작 역량도 대폭 강화했다. 이로써 그동안 TV에서 개별적으로만 이뤄졌던 CJ ENM의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의 제작사 JTBC스튜디오의 역량이 티빙에서 총집결하게 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스터션샤인’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을, 제이콘텐트리는 ‘SKY캐슬’ ‘부부의 세계’ 등을 만든 국내 대표 제작사들이다. 앞으로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티빙의 계획은 이 역량들을 바탕으로 OTT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앞으로 티빙은 어떤 작품들을 보여줄까. 다수의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 받지 못한다.” 선택의 시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그들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와야 한다. 그 작품은 티빙만의 ‘과감한 선택’에서 탄생할 것이다. ‘여고추리반’으로 티빙만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 지금, 앞으로의 과감한 선택들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