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빽빽한 고층 건물을 등지고 한참을 달리자, 풍경은 단숨에 달라졌다. 해저터널을 지나 도착한 치바현(県)에는 초록빛과 한 박자 느린 공기가 가득했다. 키사라즈시(市)에 들어서고 얼마 뒤, 거대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연간 1조 원 규모에 달하는 일본 냉동만두 시장을 겨냥한 CJ제일제당의 치바 신공장. 아직 낯설지만, 곧 일본에서 K-푸드 성장을 이끌 새로운 무대가 될 공간이다.


치바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바람
축구장 여섯 개 크기의 부지에 들어선 공장은 연면적만 8,200m2. CJ제일제당이 일본에 원재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해낼 수 있는 거점을 세운 건 처음이다. 국내 식품기업으로도 일본에 세운 최초의 자체 생산시설. 방금 막 라인을 타고 나온 만두들이 곧 치바를 넘어 일본 전역으로 향할 것이라 생각하니, 현장의 기운이 더욱 분주하게 느껴졌다.
막 문을 연 공장은 바닥이며 벽면, 복도의 공기마저 ‘새것’의 기운이 가득했다. 준공식 하루 전이라 그런지 부지런히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활기를 띠게 했다. 복도를 지나니 일본에서 판매 중인 비비고, 미초 제품들이 정갈히 전시된 공간이 보였다. 곧 여기엔 치바 공장에서 생산될 현지 맞춤형 제품들이 더해질 것이다.

치바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력 제품은 *비비고 왕만두 고기야채. 여기에 왕만두 라인업을 늘리고, 현재 한국 제조 중인 수교자와 현지 인수기업인 교자계획에서 생산하는 생교자까지 치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벽면의 빈자리에서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해 현지 시장에 더 깊이 스며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비비고 왕만두: 비비고 왕교자의 일본 제품명으로, 일본식 ‘교자’와 다른 비비고만의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왕만두’라는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다.
현지의 입맛에 맞추다
방진복을 착용하고 강한 바람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에어샤워를 통과하니, 정교한 스테인리스 기계와 라인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아직 가동 초기라 하나의 라인만 돌아가고 있었지만, 품질을 체크하는 직원들의 눈빛은 예리했다. 작은 만두가 일정한 간격으로 성형기를 빠져나올 때마다, 한 알 한 알의 상태를 확인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원료가 입고되면 제면 과정을 거쳐 탄탄한 만두피가 얇게 뽑혀 나오고, 16가지의 갖가지 채소와 고기를 섞어낸 만두소와 만나 성형기를 통과한다. 이번 치바 공장의 의미는 이 공정의 완결성에 있다. 생산지원부장 명민강님은 “과거에는 OEM 생산이나 한국제조 제품을 들여와 검수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원재료를 선별하고 세척하는 전처리까지 현장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다”며 “훨씬 세밀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맞춤형 조정도 빠질 수 없다. 현지에서는 만두를 찌면서도 바닥을 바삭하게 굽는 ‘무시야키(蒸し焼き)’ 조리법이 일반적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포인트다. 공장 한편에서 만두소를 믹싱하던 연구원 양강민님은 “그래서 만두소도 육즙이 풍부하게 살아나도록 조율한다”고 말하며 “현지 소비자들도 일본에서 만든 비비고라는 점에 더 신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짧게 덧붙였다.

유통의 불씨를 지피다
이곳에서 생산된 만두는 일본 전역으로 흘러 들어간다. 실제로 비비고 만두는 이미 이온(AEON), 코스트코, 아마존, 돈키호테, 이토요카도 등 주요 채널에 자리를 잡았고, 최근에는 편의점 진열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매장의 한 직원은 “처음엔 호기심에 집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일부러 찾아와 두세 봉지씩 가져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일본 대형 유통사 이토추상사와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를 거느린 종합상사와 손을 잡으면서, 비비고 만두의 유통 무대는 한층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봉지 만두가 완성되기까지 약 3시간 30분. 짧지 않은 과정 속에서 실감한 건 ‘단순한 냉동식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수많은 단계와 검증, 그리고 현지 직원들의 자부심이 쌓여야만 비로소 소비자 앞에 설 수 있다. 치바 공장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지만, 이곳이 만들어낼 바람은 작지 않다. 치열한 일본 만두시장 한가운데서 K-푸드의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낼 새로운 교두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