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에 숨은 효자가 있다? 햇반, 비비고 등의 식품 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이 바로 그 주인공.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매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속적인 R&D 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다. 헌데 일반 소비자 관점에선 ‘바이오’ 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기에 사업의 성장세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3월, CJ제일제당 BIO기술연구소 R&D 토크가 열렸다. 다소 생소한 이 사업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CJ제일제당은 식품기업? 글로벌 바이오 기업!
4조 8,889억. 2018년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문(그린 바이오+생물자원) 매출이다. 같은 기간 식품 사업부문 매출이 5조 2,718억원이었다는 점에서 그 비중과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그 동안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바이오 사업은 B2C가 아닌 B2B, 기업과 기업간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우리가 먹고 있는 상당히 많은 식품에 CJ제일제당의 바이오 기술이 들어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바이오 사업 분야는 크게 레드, 화이트, 그린의 세 분야로 구분된다. 레드 바이오(Red Biotech)는 의약, 제약 관련 사업을,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는 화학, 환경, 에너지 관련 소재를 말한다. 그리고 그린 바이오(Green Biotech)는 농, 식품 등 생물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분야다.
식품 영역은 조미소재, 조미료 등의 핵심원료인 아미노산과 핵산, 농업 영역은 사료의 핵심원료 아미노산이 포함된다. 즉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조미료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먹었다면, 혹은 사료를 먹은 돼지고기를 먹었다면, 결국 CJ제일제당 바이오 기술력의 결과물을 섭취한 셈이다.
이러한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의 시작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SG 사업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 CJ제일제당은 1977년 식품 맛소재 핵심원료인 핵산을 생산했고, 1984년 BIO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1991년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중국(2005), 브라질(2007), 미국(2013) 등 해외 생산거점을 구축했으며, 라이신, 쓰레오닌, 트립토판 등 다양한 식품용, 사료용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있다.
사료용 아미노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오랜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하는 CJ제일제당의 그린 바이오 사업은 지금도 순항 중이다. 2018년 매출액은 2조 7,157억원으로, 5년전 보다 1조 2,375억원 증가했다. 특히 라이신, 트립토판, 핵산, 발린, SPC(농축 대두단백) 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 확보를 토대로 매출의 약 95% 이상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린 바이오 사업 매출을 살펴보면, 사료용 아미노산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 수요가 많다. 해외에서 사료용 아미노산을 찾는 이유는 다름아닌 가축 생육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미노산은 사료에 포함된 콩, 옥수수 등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지만 이를 통해 가축 성장에 필요한 필수 요소 모두를 공급받기는 어렵다. 이에 부족한 요소를 채울 수 있는 아미노산 첨가 사료를 먹인다. 아미노산은 체내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생체물질로 면역강화, 피로회복 등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닭, 돼지의 경우, 단백질 향상으로 인한 생육 촉진을 위해 꼭 먹여야 한다. 이를 통해 가축에 단백질 과잉 공급을 억제하고 영양 균형을 맞추는 이로움을 얻는다.
사료용 아미노산의 대표 제품은 라이신(Lysine)이다. 가축 생육에 꼭 필요한 아미노산 중 하나인 라이신은 사료용 아미노산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CJ제일제당은 중국을 비롯해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에 라이신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생산능력과 시장점유율 모두 글로벌 1위에 올라있다.
김소영 CJ제일제당 바이오기술연구소장은 “각 지역마다 공장이 있기 때문에 가장 근거리에서 고품질의 라이신을 제공할 수 있고, 운송비 절감으로 인한 효과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영 소장의 말처럼 글로벌 거점을 통해 생산된 CJ제일제당의 라이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 밖에 쓰레오닌, 트립토판, 메치오닌, 발린 등 5대 아미노산을 생산하며 경쟁사 대비 우월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 중에 있다.
친환경 공법과 영역 확장, 올해 3조 매출 노려
CJ제일제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5대 사료용 아미노산을 친환경 발효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중 의미 있는 결과물은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 첫 생산한 L-메치오닌(L-Methionine). 아미노산은 합성 아미노산인 D형태와 천연 아미노산인 L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동안 생산했던 메치오닌은 합성과 천연이 혼합된 DL-메치오닌이다. 이 제품은 5단계 화학 합성 공정을 거쳐야 하기에 맹독성 물질이 나와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은 10여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곡물 원당을 원료로 한 친환경 발효공법 생산에 성공했다. 이 공법은 친환경적 원료 생산과정, 부산물 재활용 가능, 그리고 DL-메치오닌보다 우수한 품질 등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2017년 약 3조 8,000억원이었던 글로벌 메치오닌 시장 규모가 2022년 5조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CJ제일제당은 올해 말레시시아 L-메치오닌 공장 증설 작업을 마무리해 총 8만톤 규모 생산을 준비중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투자를 통해 L-메치오닌이 라이신, 트립토판, 핵산, 발린, SPC(농축 대두단백)에 이어 6번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L-메치오닌과 더불어, 기존에는 산분해 공법으로 폐수와 폐가스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시스테인(Cysteine)과 최근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주목 받고 있는 사료용 아미노산 히스티딘(Histidine)도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위한 CJ제일제당의 노력은 계속된다. 올해도 약 800억원을 들여 R&D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바이오 사업의 핵심이라 불리는 지적재산권 보유도 2015년 2,112건에서 2018년 2,974건으로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사업의 영역을 사료 및 식품 조미소재 아미노산 중심에서, 식물성 단백질, 식물 영양, 프로바이오틱스, 플라스틱 생분해 같은 친환경 시장 등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김소영 소장은 “곡물, 당을 원료로 한 친환경 공법으로 제품이 생산되고, 그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리사이클링 사업을 실현하고 싶다”며,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바이오 영역에서 글로벌 넘버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오랫동안 바이오 사업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뿐만 아니라 그 근원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의 성과도 놀라움을 전했다. 이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친환경 바이오 사업 영역 확장을 밝힌 CJ제일제당. 남몰래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이로움을 전하겠다는 의미 있는 시도를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