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나태주 시인이 만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시인의 만남은 다름 아닌 영화관! 지난 1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 : 럽(詩 : Love)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시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이번 행사에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담은 영화 ‘동주’ 관람과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강연이 이어지며, 그 의미를 더했다. 시를 통해 사랑과 행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와 시의 아름다운 만남!
영화관에서 시를 만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CJ CGV와 (사)한국시인협회의 협업을 통해 마련한 ‘시 : 럽(詩 : Love) 콘서트’는 시 노래 공연, 시 낭송 및 강연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행사다. 최근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CGV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 지난해 11월 시를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던 ‘시집이(CGV) 오다’의 큰 호응을 얻어 시를 사랑하는 관객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되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시 : 럽(詩 : Love)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모두 안전하게 방역 수칙에 따르고, 마스크를 쓴 채로 자리에 앉아 행사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의 첫 시작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가 상영되었다. 개봉한 지 5년이 된 작품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짧게 살다간 젊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그의 삶은 아직도 스크린 너머 감동을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 맞게 극중 중요한 지점마다 동주 역을 맡은 강하늘의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윤동주 시인의 시는 가슴을 더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시’와 ‘별 헤는 밤’ 은 잊지 못한 여운을 남겼다.
영화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싱어송라이터 신재창이 등장, 시 노래를 들려줬다. 이날 그가 부른 두 곡은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나태주 시인의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였다.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인 ‘향수’처럼 두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였는데, 멜로디에 얹힌 시 구절을 듣는 느낌이 새롭고도 좋았다. 영화를 본 터라 ‘새로운 길’을 들을 때는 윤동주 시인을 떠올렸고,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를 들을 때는 나태주 시인을 생각하며,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다.
나태주 시인이 ‘동주’를 보며 눈물을 흘린 까닭은?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어요”
시 노래 공연이 끝난 뒤 마이크를 건네 받은 나태주 시인은 영화 ‘동주’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어렸을 때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고 자라오며 꿈을 키웠고, 한때 병마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을 때 ‘별 헤는 밤’을 읽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던 그이기에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태주 시인은 윤동주 시인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가 지금 잘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젊은 시인으로서 독립운동가로서의 윤동주 시인을 향한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나태주 시인은 윤동주 시인의 대단함을 ‘쉽게 씌여진 시’의 한 구절을 통해 잘 설명했다. 바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중 ‘육첩방’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육첩방은 일본식 다다미방을 말하는데, 윤동주 시인은 다다미방 대신 육첩방으로 표기하며 우리말을 고수했다. 영화 ‘동주’에서도 나오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이 일제 민족 말살 정책이 강행되었던 시기였다. 이때 창씨개명 및 조선어로 된 모든 것을 보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에서 윤동주 시인은 우리나라 말과 언어로 시를 썼다는 점에서 진정한 애국자이며,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태주 시인은 윤동주와 닮은 꼴이 많다는 것을 소개했다. 이름에 ‘주’가 들어가고, 윤동주 시인이 유명을 달리한 해인 1945년에 자신이 태어났으며,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쫓으며 살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히 시인을 반대한 윤동주의 아버지처럼 자신 또한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시 ‘그리움’의 중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는 한 구절을 읊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마음속 갖고 있었던 꿈과 소망을 꼭 이루는 게 중요하며, 자신 또한 꿈이었던 시인이 되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참고로 ‘그리움’은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 삽입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
이날 나태주 시인의 강연 주제는 ‘시가 사람을 살립니다’였다. 최근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직접 자신의 시를 낭송하면서 인생 선배, 시인, 옆집 할아버지처럼 자리에 앉아 귀 기울여주는 관객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연 중 단연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시는 ‘풀꽃’이었다. ‘풀꽃 시인’이라 불리는 그는 이 시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43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교사와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던 터라 꽃 그림을 그릴 때도 ‘자세히 봐라, 오래 좀 봐’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이어 꽃 그림을 보고 예쁘다는 말을 한 아이에게 ‘너도 그렇다’는 말을 했는데, 이를 소재로 시를 쓰고 ‘풀꽃’이라는 제목을 붙인 게 지금껏 사랑을 받은 것이었다고 전했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의 탄생 스토리를 말하며, 이 세상은 ‘나’와 ‘너(모든 사람)’로 되어 있다고 내가 행복하려면, 성공하려면 내가 아닌 너에게 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지막 구절인 ‘너도 그렇다’를 언급하며 ‘나’가 아닌 ‘너’라는 글자를 사용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이날 강연 주제에 맞게 소개한 또 다른 시는 바로 ‘좋은 약’ 이었다. 병마와 싸운 후, 그가 지은 시로,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 하도록 좋은 곳이란다’라는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 ‘좋은 약’이라는 시 내용처럼 병실에 온 아버지의 말이 좋은 약이 되어 병을 이겨냈으며, 그 말을 계속 되뇌었다가 시를 썼다는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만큼 삶은 소중하며, 사람의 말 한마디가, 시 한 구절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 재미있었던 건 정작 그 말을 했던 나태주 시인의 아버지는 병실에서 했던 그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또 하나의 시는 ‘두 여자’ 였다. ‘한 여자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나는 시인이 되었고, 한 여자부터 용납되는 순간 나는 남편이 되었다’. 26살, 운 좋게 시인이 되었다는 그는 시인이 될 때 한 여자의 도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별의 열병이 심해 자살까지도 생각했다는 그는 힘들었던 그 마음을 ‘대숲아래서’라는 시로 표현했고, 그 시로 신춘문예 당선이 되어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가 사람(자신)을 살린 또 한 번의 경험이라 말하는 나태주 시인은 또 다른 여자인 아내에게도 감사함을 잊지 않는 사랑꾼(?)의 모습도 보여줬다.
강연을 마친 나태주 시인은 참여한 관객들이 가져온 책에 사인을 해줬다. 저마다 관객들은 책을 꺼내 긴 줄을 섰고, 나태주 시인은 사인과 더불어 사랑과 행복이 담긴 자신의 시를 적어주며 화답했다. 그 분위기는 마치 시인과 독자의 만남보다는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의 모습처럼 보였다.
첫 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시 : 럽(詩 : Love) 콘서트’는 오는 9월까지 매월 1회씩 (사)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이 직접 관객들과 함께 시로 소통할 예정이다. 그 포문을 멋지게 열어준 나태주 시은은 이날 마지막으로 힘든 시기이기지만 이 세상은 아름답고 또 선물 같은 곳이라 생각하며, ‘선물’이라는 시를 낭독했는데, 그중 한 구절이 아직도 가슴에 맴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