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응원봉의 열기가 뜨거웠던 이곳! 경기장이냐고? 놀랍게도 영화관이다. 지난 6일, CGV왕십리를 포함한 전국 37개 CGV 스크린X관에서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2021 월즈’) 결승전이 생중계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게임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날 경기인만큼 그 현장도 뜨거웠다. 아니 활활 타올랐다고 해야 하나. 스크린X로 맛봤던 토요일 밤의 LOL 열기속으로 들어가보자.
2021 월즈 결승전을 보기 위한 첫 걸음!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게임과 담을 쌓아놓고 있었던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토요일 밤에 그것도 영화가 아닌 ‘2021 월즈’ 결승전을 보기 위해 CGV왕십리를 찾을 줄이야. 위드코로나 이후, 극장 로비에 사람들도 북적이는 가운데, 이곳 저곳에서 담원 기아가 우승할 거고, 쇼메이커가 멋진 플레이를 할거라는 등 결승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왔다.
이번 ‘2021 월즈’ 대회는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준결승전에 한국팀인 담원 기아, 젠지, T1과 중국팀인 EDG가 올랐고, 결승전엔 담원 기와와 EDG 각각 올라오며 한중전이 성사되었다. 국가별 대항전이 되어버린 이번 결승전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결과. 모두들 밤 9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던 그 때 입장 문이 열렸고, 다들 백신 QR 및 온도체크를 한 후 차례로 줄을 서서 생중계가 되는 스크린X관에 발을 디뎠다.
결승전이 열리는 아이슬란드 현지 시각에 따라, 다소 늦은 밤 9시에 중계되지만, 오랜만에 관객으로 채워진 상영관에서 모두들 설레는 듯 보였다. 담원 기아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관객들은 입구에서 나눠준 응원봉을 준비하며, 매점에서 구매한 음식과 음료를 먹으면서 기다리는 그 순간 본격 생중계가 시작되었다. (이날 CGV왕십리 4관 스크린X 상영관은 백신패스관이었다.)
결승전에 앞서 오프닝 세레모니 쇼 오픈(Show Open)이 공개되었는데, 라이엇게임즈 장편 애니메이션 ‘아케인’의 스토리가 공개되면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2021 월즈 주제가인 ‘Burn It All Down’과 ‘아케인’ 삽입곡인 ‘Enemy’ 등이 나오며 귀를 즐겁게 했는데, 여기에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를 비롯해 패리스(PVRIS), 베아 밀러(Bea Miller), JID, 덴젤 커리(Denzel Curry)가 실제 출연하며 보는 맛을 살렸다. 이윽고 쇼 오픈이 마무리된 후, 2021 우승 트로피와 혈투가 벌어질 전장인 아이슬란드 경기장이 선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 VS LPL 강자 EDG, 과연 승자는?
이날 참여하는 총 10명의 프로 선수들이 입장할 때 관객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대신해 응원봉으로 마음을 전했다. 실제 경기장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관객들의 열기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전해진 것일까. 모든 선수들은 긴장과 기대가 반반 섞인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각 팀을 대표하는 쇼메이커(담원 기아)와 지에지에(EDG) 선수가 비춰졌을 때 서로 마주보고 있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느껴졌다.
5선 3선승제로 치러지는 결승전에서 첫 번째 경기는 그만큼 중요했다. 승기를 잡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경기. 게임 특성상 실제 게임 운영도 중요하지만, 챔피언을 선택하는 벤픽 또한 매우 중요했다. 1세트는 이를 증명이라도 한 듯, 한타 위주로 간 EDG의 승리였다.
하지만 담원은 기세에 눌리지 않았다. 마치 1세트를 확실한 탐색의 의미로 내줬다는 것처럼, 2세트에는 말자하를 선택한 쇼메이커의 멋진 플레이로, 전령, 드래곤 싸움에서 모두 우세를 보이며, 2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 또한 박빙의 승부였지만 사일러스를 선택한 쇼메이커, 리신을 선택한 캐니언의 예술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가져갔다.
1세트 당시 아쉬움이 가득한 한숨과 실망감을 내비쳤던 관객들은 2, 3세트 담원 기아의 멋진 플레이를 보며 기쁨과 우승을 향한 기대감을 응원봉으로 표출했다. 특히 상대 챔피언을 잡거나 드래곤 전쟁에서 우위를 점했을 때 관객들의 응원봉 물결은 장관이었다. 세트 경기가 끝난 후, 혈전을 벌인 선수들처럼 관객들 또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경기 후 이어진 해설진들의 세트 리뷰 및 다음 세트 프리뷰 방송을 지켜봤다.
이제 우승까지 단 한 세트만 따내면 되는 담원 기아. 하지만 벤픽에서 앞섰던 EDG는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내리 4, 5세트를 가져갔다. 예상외의 벤픽을 통한 작전을 펼쳤던 담원 기아이지만 공격적인 성향과 더불어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EDG의 플레이에 밀렸다. 결국 세트스코어 2:3. 롤드컵의 주인공은 EDG가 되었다.
전용준 캐스터의 구슬픈 목소리로 5세트 GG(‘굿 게임’의 약자)를 외쳤을 때의 허탈감은 모든 관객들이 느꼈을 터. 아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담원 기아에게, 그리고 우승을 한 EDG에게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날 관객석에는 EDG를 응원하는 중국팬들도 있었는데, 이들에게 축하한다면 엄지척을 내보인 한국팬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2021 월즈 결승전이 마무리되어 갔다.
2021 월즈 결승전의 맛을 살린 ‘스크린X’
6일 오후 9시에 시작해 7일 오전 2시까지 약 5시간동안 혈전을 벌였던 이날 경기. 아쉽게 졌지만 이번 2021 월즈 결승전은 실제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듯 생동감이 넘쳤다. 자리를 꽉 채운 관객들의 간절한 염원도 한몫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크린X가 큰 기여를 했다.
작년부터 스크린X를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를 생중계한 CJ CGV는 좀 더 큰 화면에서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e스포츠팬들의 니즈를 반영해 계속해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 스크린X를 통해 만나봤던 이번 결승전은 정면 스크린에서 중계 화면을 관람하는 동시에 좌, 우 스크린에 송출되는 선수 개개인의 직캠 영상, 스탯 데이터를 함께 볼 수 있어 치열한 결승전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각 순간마다 치열한 대결을 펼칠 때 마다 왼쪽 스크린을 통해 선수들의 다양한 표정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고, 오른쪽 스크린을 통해 각 선수들의 스탯 데이터를 확인하며 그 다음 공격 루트나 넥스트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는 등 보는 이들에게 다층적 재미를 전하는 데 충분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번 결승전을 보기 위해 목동에서 왕십리까지 온 한 남성 관객은 오랜만에 많은 관중들과 함께 하는 현장감을 느끼며 관람했고, 스크린X를 통해 비춰지는 다양한 볼거리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내년에도 극장에서 경기를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5일 개막 후, 한 달간의 여정을 끝낸 2021 월즈. 많은 관심을 모으고, 화제를 뿌리며,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개인적으로 CGV 스크린X를 통해 결승전을 관람하는 특별한 경험을 얻었다는 점에서 잊지 못할 기억이 될 듯. 그동안 e스포츠를 집에서 관람했다면, 주저 말고 영화관으로 향해보자. 놀라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