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케이블방송사 엠넷 주최의 아시안뮤직어워드(MAMA)(이하’마마’) 시상식을 신설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한국 음악 시상식인데 굳이 바깥(해외)에서 할 필요가 있나”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보다 비용이 몇 배나 들텐데 헛돈 쓰는거 아닌가”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아시아의 그래미’를 표방하는 마마기획제작진의 비전은 남달랐고, 어느덧 10년의 이력을 쌓았다.
홍콩에서 이제 마마는 가장 큰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공항에서 마마 때문에 왔다고 말하면 금새 알아듣고 수속이 원활할 정도였다. 티켓을 구하기위한 팬들의 경쟁은 거의 전쟁에 가깝고, 공연장 밖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서성였다.
마마의 상승과 안착은 말할 것도 없이 한류 대중음악, 즉 K팝의 세계적 광채와 궤를 함께 한다. 지속적인 스타생산력과 팬덤 창출역량을 구축한 K팝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마마는 두 자리 수 역사를 쌓지 못했을 것이다.
10년전 마마의 기획에서 돋보인 대목은 아무도 K팝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 상상할 수 없던 시절에 K팝 중심의 아시아음악의 글로벌 확산가능성에 배팅했다는 점이다. 마마는 K팝과 아시아를 한 덩어리로 묶어냈다. 흔히들 문화적 성공은 미국 혹은 유럽, 즉 구미에서 이뤄져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마는 이 틀을 깼다.
마마는 아시아를 믿었다. 한국이 홀로 미국에서 승리의 깃대를 꽂는 것도 의미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시아 전체 성장이 동반돼야 지속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는 가난한 약소국들의 땅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지난 10년새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2010년 아시아의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20% 수준에서 8년 만에 36%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마마의 아시아중심 세계관은 해가 갈수록 세가 불어나고 있다. 마마 공연 당일에 만난 한 홍콩인은 “K팝과 마마가 한국의 자랑이겠지만 아시아의 영광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마마가 기대한 것처럼 지난 10년은 K팝과 아시아의 융합시너지가 작동한 세월이 아닐까.
물론 아직 어려움은 많다. 시상식 내부를 들여다보면 단 한 번도 한 해의 음악흐름을 제대로 정리해본 적이 없다. 대형기획사들의 수상 경쟁에 시달려 가수 대다수가 참여해 수상자를 축하해주는 ‘전체성’의 미덕은 요원했다. 올해는 3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방탄소년단(BTS)의 천하통일 덕에 이 부분이 좀 가려졌지만 연말시상식의 오랜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K팝이 세계 중심을 향해가려면 이 내부정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또 다른 10년의 과제가 있다면, 이제는 미국에 진출한 K팝이 아니라 ‘아시아의 K팝’으로도 충분해야 한다. ‘세계 속의 K팝’에서 세계는 아시아이다. 마마가 집중하는 향(向)아시아가 더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마마의 10년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