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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수상하다. 낮에는 택배기사지만, 저녁이 되면 화도(畫刀, 그림용 나이프)를 쥔 화가로, 시심(詩心) 가득한 시인으로 변신한다. ‘택배기사 = 힘들고 늦게 끝나는 직업’이란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자신만 노하우로 ‘워라벨’을 실천하는 CJ대한통운 중구지점 남대문 집배점 원성진 님을 만났다. 택배, 제2의 인생 시작점 낮에는 택배기사 밤에는 화가! CJ대한통운 중구지점 남대문 집배점 원성진 님 그가 남대문 집배점에서 택배업을 시작한 게 2017년 2월이다. 경남 진주에서 홀연단신 서울에 올라와 택배기사를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인쇄 관련 회사였다. 이직한 회사에서 마케팅총괄기획팀장을 맡아 글로벌 기업과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역량을 펼쳤다. 하루 2~3시간 잠을 잘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렇게 치열했던 10년을 보내고 개인사업을 하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위해 모든 일을 접었다. 3년간의 돌봄에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이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자신의 삶을 위해 살지 못했던 아버지가 가여웠고, 미안했다. 한 가지 다짐을 했다. 가족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겠다고 선언했죠. 그리고 혼자 서울로 올라왔어요.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마음이 앞섰을까? 마음이 동하는 일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여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든 일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었지만, 그 간의 경험에 기대어 하기로 마음먹었다. 꼭 필요하다는 화물운송종사자격증을 취득했고, 1.5톤 화물차량을 이끌고 남대문 집배점에 첫 출근 도장을 찍었다. 시간 절약을 목표로 한 루트 개척자? 효율적 시간 관리를 통한 신속·정확 배송이 그의 장점. 2년이라는 짧은 경력이지만, 원성진님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신속·정확한 배송을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 물류량이 적은 월요일을 제외하면, 오전 8시 30분에 택배터미널에 도착해 보통 저녁 6시에 일을 마친다. 터미널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송장, 반품 정리, 그리고 당일 택배 물품 수량 체크다. 택배 물품을 실은 뒤, 오전 9시 30분에 1차 배송을 하고, 12시에 들어와 점심을 먹는다. 이후 2차 배송을 끝내면 대략 4시 30분. 정리 및 마무리 작업을 하면 6시 종료시간을 알린다. 평균 물류량이 450개 정도 되는 화요일을 제외하고 평균 6시 안으로 작업을 마친다고. 처음부터 6시 안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초기엔 아침 7시 터미널에 도착해 밤 8~9시에나 작업을 마치기 일쑤였다. 당시 택배량은 하루 평균 250개였다. 익숙하지도 않았고, 노하우가 없어 당시엔 꽤 힘들었다. 2017년 10월 분류 자동화 시스템인 ‘휠소터(Wheel Sorter)’가 도입되며 온전한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던 택배 상품 인수 작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오전 내내 배송 구역 상품을 빼내는 것에만 몰두하던 이전과 달리 오전 배송이 가능해 진 것. 컨베이어에 흘러가는 택배 박스를 지정된 구역으로 밀어 지역별로 자동 분류하는 ‘휠소터’ 이를 계기로 자신만의 최단 시간 배송을 위한 최적 루트가 탄생했다. 우선 자신이 맡고 있는 4개 구역에 거점을 만들어 택배 물품을 보관하고, 이를 다시 카트에 담아 사전 고객과 약속한 장소에 물품을 놓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인사하며 물건을 전달하는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 물건을 놓는 걸 우선시했다. 그는 이를 자신만의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 전략이라 말한다. *퍼미션 마케팅: 허용마케팅. 소비자가 제공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특정 대상을 목표로 하는 광고를 받을지를 물어보는 마케팅 유형 시작부터 순탄한 건 아니었다. 고객의 항의와 불만이 이어졌다. 일일이 고객을 찾아가 자신의 업무 방식을 통한 시간 단축이 자신이 아닌 고객을 위한 것이라는 걸 설득했고, 신속·정확하게 물건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간이 흐르며 고객의 니즈에 맞게 택배 물품이 전달되며 신뢰가 쌓였다. 지금은 주민들과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하는 사이가 됐을 정도. 아기가 있는 집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 앞에, 어른신이 있는 집은 문자를 보내기 보다 직접 가져다 드리는 등 맞춤별 전달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화가로, 시인으로! 꿈을 이루다! 가장 궁금한 것 하나!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그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평균 500~600만원. 트럭 하나만 있으면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개인사업인 셈이다. 정직하게 땀 흘려 버는 돈의 가치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에게 택배업은 또 다른 의미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바로 ‘워라벨’ 실천이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퇴근 후 그는 화가가 되고, 그의 원룸은 작업실이 된다. 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택배업을 시작한 이후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던 것. 진주작가회의 회원으로 예전부터 시를 써왔지만, 글이 아닌 다른 것을 찾았고, 늦게 나마 캔버스에 자신의 꿈과 이야기를 채색하게 되었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은 시선을 사로잡는 강한 색채와 화도(畫刀)를 사용한 거친 터치, 그리고 관계 맺음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작년 4월에는 1년여 동안 그린 작품을 서울 코소(COSO)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CJ대한통운 본사 로비에서 전시된 자신의 작품을 직원들에게 설명중인 원성진 님 올해는 지난 18일부터 ‘바람의 춤’이라는 주제로 CJ대한통운 본사 로비에서 1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첫날부터 직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후문. 이어 3월말에는 작년과 같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그림 전시회와 더불어 같은 날 시집 ‘맴돌다가’도 출간했다. 내년에는 틈틈이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열 계획이라고. 그의 다짐처럼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나가는 비결이 궁금해졌다. 그런데도 일을 할수록 아쉬움은 크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후반 작업 때까지 긴 시간 동안 업무를 하지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등 매개체 역할을 도맡아 하다 보니 뭘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고. 인정받고 싶어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탰다는 건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그에게 보람찬 순간을 전하는 엔딩크레딧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택배업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오늘도 달립니다! 택배라는 개인사업에 대해 전문성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시간 효율성을 더 증대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래야 저도, 고객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 말미 원성진 님은 취미로 시작한 일이 직업과 관련해 특별해지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택배기사가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열었다기 보다는, 50대 평범한 남자가 퇴근 후에 틈틈이 그림을 그렸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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