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배달원의 초인종 소리보다 더 반가운 건 냉동 피자를 넣은 전자레인지 ‘띵동’ 소리다. 최근 집콕 생활이 지속됨에 따라 집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냉동 피자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CJ제일제당은 작년 12월,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선보였다. 이는 외식 수준의 맛과 품질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신혜원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Pizza팀장과 팀원들의 결과물이자 냉동 피자 2.0 시대를 열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혜원 팀장은 피자가 도우, 치즈, 소스, 토핑 4가지 기술 요소의 종합 예술이라며 고메 프리미엄 피자로 냉동 피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거라 말했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에 숨겨진 ‘4’의 비밀?
Q. 지난해 12월, ‘고메 프리미엄 피자'(마르게리타, 콰트로포르마지, 칠리감바스)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2020년 1월, 식품연구소 피자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2015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피자 시장이 성장을 멈추며 급격하게 줄어든 시기다. 성장 초기 당시 가성비 트렌드로 소비자가 많이 유입됐지만, 외식이나 배달 전문점 피자 대비 눅눅하고 딱딱한 도우, 빈약한 토핑 등 맛 품질이 떨어져 재구매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키려면 이러한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전문점 수준의 맛 품질을 갖춘 제품 개발이 필요했다. 입사 후 고추장/된장, 소스, 조미료 등 전통 장류와 요리 소재(Cooking Ingredients)의 연구개발을 주로 담당했는데, 피자는 새로운 영역이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이에 피자를 구성하는 밀가루, 치즈 등 원재료부터 토핑, 도우, 소스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며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말 그대로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위한 ‘피자 어벤져스’가 탄생한 것이다.
Q. 피자 연구는 처음인데, 그 동안 담당했던 분야가 도움이 된 건지?
그간 면, 햇반, 장류, 소스, 조미소재 등의 연구개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피자의 기본 구성 요소 4가지인 도우, 치즈, 소스, 토핑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기술을 고민했다.
우선 기본적으로 우리 전통 장류는 발효를 기본으로 한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을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따라 퀄리티가 결정되기 때문에, 발효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피자 도우 역시 마찬가지다. 밀가루 반죽 내 효모와 전분, 단백질과의 관계, 발효 현상을 어떻게 컨트롤하는지에 따라 도우의 쫄깃함과 맛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전통 장류를 연구하며 쌓은 발효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또한 피자를 처음 베어 먹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첫 맛을 위해 그간 연구해온 소스 및 조미료에서의 풍미 구현 기술도 피자에 접목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Q. 기존 고메 피자 제품과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도우다. 피자의 맛은 도우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기존 고메 피자의 도우는 그 안에 충분한 기공과 수분이 없어 크러스트가 쉽게 단단해졌다. 이러다 보니 ‘냉동 피자 도우는 딱딱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를 바꾸고자 ‘고메 프리미엄 피자’의 도우는 ‘3단 발효 숙성’을 통해 만들었다. 도우를 처음 만들 때 한 번, 만들고 나서 두 번의 발효를 추가로 거쳐 도우 속 효모가 숨쉴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이로써 도우 안에 충분한 기공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조리 후에도 수분 손실을 막을 수 있고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 도우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얇은 도우’다. 생산 측면에서 보면, 얇은 도우는 두꺼운 도우보다 찢어지기 쉽고 맛 품질을 컨트롤하기가 어렵다. 까다로운 과정 탓에 시험 생산을 하면서 수 차례 실패를 경험하며 여러 가지 시행 착오를 많이 겪었다. 현장 테스트 중 현장 작업자들과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부분도 역시 도우였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 품질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고집해야 하는 부분이었고, 결국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Q, 3단계 숙성 도우 외에도 치즈 또한 다른 느낌을 받았다. 치즈에 변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기존 냉동 피자는 이미 갈아서 포장된 상태의 치즈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고메 피자는 통치즈를 갈아서 사용했다. 기존 방식으로 치즈를 사용하면 식품첨가물이 일부 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특히 가공된 치즈는 시간이 지나면서 풍미가 저하되기 쉽다. 반면 ‘고메 프리미엄 피자’는 통치즈를 바로 갈아서 피자 위에 토핑해 치즈의 풍미와 탄력성을 더 좋게 구현할 수 있고, 자연스러운 치즈의 외관도 느낄 수 있다,
Q. 이 밖에도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토핑과 소스 또한 신경을 많이 썼다. 토핑 경우, 프리미엄급 피자에 어울리도록 원물감이 있는 재료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고메 바르셀로나 칠리감바스 피자’는 시즈닝된 새우, ‘고메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는 원형 모짜렐라와 토마토, ‘고메 로마 콰트로포르마지’ 피자는 4가지 종류의 치즈와 씹힘성이 좋은 호박씨, 크랜베리를 사용했다.
소스는 CJ제일제당만의 토마토 베이스 소스와 화이트 소스를 바탕으로, 풍미를 더욱 살릴 수 있도록 제품에 따라 다양한 원물과 바질페스토 등의 향미 원료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소스의 풍미와 신선함을 살릴 수 있었다.
맛과 품질 모두 프리미엄화 시키기 위한 노력
Q, ‘고메 프리미엄 피자’는 기존 냉동 피자 제품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차별화 포인트의 영향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인지 궁금하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 제품을 만들 때의 목표는 전문점 수준의 ‘갓 구운 품질’ 구현이었다. 국내 냉동 피자 시장 규모는 식품업계 추정치로 2018년 1,000억원 가까이 성장했지만, 이듬해 약 75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자체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딱딱한 도우, 소스나 치즈 등 부실한 토핑, 그리고 반죽과 토핑의 부조화 등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단점을 메우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외식 및 배달 피자, 전문점 피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을 설계하고, 기존 냉동 피자 시장에 없었던 씬 피자를 만들어 시장을 확대하고자 했다. 또한, 얇고 쫄깃한 도우에 원물감 있는 토핑, 눈꽃치즈 등 다양한 치즈 종류, 신선한 소스 등으로 고급스럽고 풍부한 맛을 부여한 제품이기에 그만큼 프리미엄급의 품질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Q. 이런 이유가 메뉴 구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배달/외식 피자가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현재 냉동 피자 시장은 콤비네이션, 불고기와 같이 대중적이지만 차별성이 없는 메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신규 메뉴는 꼭 필요했고, 고메 브랜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식탁 위 색다른 경험’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이에 기존 메뉴 중심이 아닌 세계 각국의 유명 도시의 대표 메뉴를 피자에 담게 됐다. 특히 언택트 시대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각 도시의 대표 메뉴를 경험할 수 있고, 메뉴 확장성도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품질을 구현한 만큼 냉동 피자 시장의 확대, 패러다임 변화,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Q. 미국 슈완스 사의 교류 또한 이번 제품의 맛과 품질을 높일 수 있었던 동력으로 작용했는데, 주로 어떤 부분에 도움을 받았나?
아무래도 우리보다 먼저 냉동 피자를 먼저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주로 도우의 배합과 공정에 대한 기술, 공정 최적화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주로 자문을 받았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슈완스와 피자에서 중요한 속성들의 데이터 확보 방법과 과학적 측정 방법, 공정 개선 등의 노하우를 나누며 협력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슈완스의 기술을 서로 교류하며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피자 연구는 현재 진행중!
Q, ‘고메 프리미엄 피자’ 출시 후, 보완하거나 앞으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제품은 냉동 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갓 구운 피자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많은 노력을 했는데, 지금도 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어떤 조리기구를 사용하여 조리하든 배달피자나 전문점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도를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냉동 피자 제품에서 중요한 차별화 연구 부분은 ‘도우의 품질’이라고 본다. 최고 품질의 크러스트를 구현하기 위해 소비자가 피자에 대해 느끼는 니즈와 다양한 기호도를 심층적으로 조사·분석해 끊임없이 크러스트의 품질 진화를 추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Q, ‘고메 프리미엄 피자’ 출시 이후, 기존 고메 피자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인가?
콤비네이션, 불고기, 포테이토 등 기존 고메 피자는 익숙한 메뉴인데다 대중성이 높은 맛이라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동안 CJ제일제당 피자 제품은 OEM 생산이었으나, 이제 진천 블로썸캠퍼스에서 제조하고 새로운 기술도 접목했기 때문에 기존 고메 피자 역시 맛 품질을 전면 리뉴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품질 만족도와 대중성 강한 맛 방향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출시한 3종 이후,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에 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고품질의 냉동 피자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고메 프리미엄 피자는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 맛 품질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향후 냉동 피자도 전문점 피자 못지않게 맛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국내 냉동 피자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육성시킬 계획이다.
‘맛있는 피자’를 찾기 위한 신혜원 팀장의 고민은 계속된다. 냉동 피자의 딱딱한 도우 인식 변경을 위해 연구 과정에서 도우를 버리고 다시 만들기를 계속 반복했던 노력이 ‘고메 프리미엄 피자’를 만드는 힘이었다는 것을 계속 기억하며,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맛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다짐했다. 과연 신혜원 팀장과 팀원의 노력으로 빚어낸 다음 프리미엄 피자는 어떤 맛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