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따라 소비했다면 올해엔 무엇? 지난 해 소비자 트렌드를 관통한 키워드는 소확행이다. 공신력 있는 트렌드조사팀에서 전망한 이 트렌드가 콘텐츠나 마케팅을 타고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한 덕분에 시장의 흐름도 따라 들썩였다. 콘텐츠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CJ ENM 리서치인사이트팀의 김경진 님은 콘텐츠 시장·소비자의 트렌드를 파악해 제작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CJ ENM의 콘텐츠가 기획 전부터 시청자를 꿰뚫어 보는 이유다.
트렌드 타고 전파되는 콘텐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같은 드라마가 10년 전에도 탄생할 수 있었을까? 얼마 전 종영한 이 tvN 드라마는 AR(증강현실) 게임을 현실에 접목해 시청자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AR 게임은 실제로 접할 수 있을 만큼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낯설지 않지만,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재. 이처럼 콘텐츠도 시장의 흐름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현 시대를 적용하는 동시에 한 발짝만 앞서 나간다면, 시청자가 공감하면서도 신선함을 느끼는 쌈박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김경진 님이 진두지휘하는 CJ ENM의 리서치인사이트팀이 있다. 콘텐츠가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하려면, 그들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콘텐츠가 제작되기 이전에 그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경진 님은 콘텐츠 시장·소비자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조사해 제작진들에게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트렌드 뉴스레터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한편, 사업 분야별로 조사 의뢰가 들어오면 좀 더 세부적인 맞춤형 트렌드 리서치를 지원한다. 영화, 공연, 방송 등 각 분야의 시장 조사부터 출연진 캐스팅에 대한 이미지 조사까지, 리서치 범위도 광범위하다.
트렌드 잡으려면 두 발로 직접 뛰어라
김경진 님은 원래 개발자였다.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시스템 개발 일을 했었다. 그러나 고민 끝에 마케팅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우고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런 경력은 CJ ENM에서 지금의 업무를 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개발자와 마케터 사이의 간극을 그는 잘 안다. 또한 그가 경험한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디지털 마케팅이 지금은 주 시청자들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 요소.
그를 주축으로 트렌드 컨설팅과 소비자 리서치, CRM(고객관계관리) 데이터 분석 등을 경험한 팀원들이 모였다.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여러 사람의 다양한 식견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김경진 님이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다방면에 대한 관심이다.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뭉쳤으니, 각각의 일을 하기 보단 여러 방식으로 고민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콘텐츠 시장·소비자의트렌드는 어떻게 분석하고 예측할까. CJ ENM이 추구하는 콘텐츠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한 발 앞서,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찾아내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김경진 님 역시 그 인사이트를 캐치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란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현재를 잘 아는 수밖에. 그래서 그는 두 발로 직접 뛴다. 인사이트란 책상에 앉아서 많이 본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외부에서 아무리 트렌드라 외쳐도 그것이 나와 동떨어진 것이면 무슨 소용? 직접 느껴야 ‘이것이 정말 트렌드구나’ 할 수 있다.
‘이게 트렌드야!’라고 해도 직접 느끼지 않으면 흘려버리기 쉽죠. 그래서 연결 고리를 만들고, 직접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저희들부터 많이 느끼고 경험해 연결 고리를 찾아야 하죠.
올해의 콘텐츠 시장·소비자 트렌드는?
김경진 님의 새해 첫 프로젝트는 올해의 콘텐츠 트렌드를 정리하는 것. 콘텐츠 트렌드라는 게 따로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소비자 트렌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CJ ENM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는 내부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동시에 공유회를 개최해 발표할 계획이다.
그가 정리한 2019년의 콘텐츠 시장·소비자 트렌드를 요약하자면 ‘모던 패밀리 속의 세분화되고, 정의로운 개인들을 위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특성을 파악한 것인데, 방송을 시청하는 현재의 가족 형태,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심리,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소신을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는 점에 집중한다.
앞으론 콘텐츠를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하려는 니즈가 많아질 거예요.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선 타깃팅하는 비중을 늘려야 하죠. 또, 기존과 달리 지금의 가족 형태는 X세대의 부모와 Z세대 자녀가 함께 사는 형태입니다. 이런 현실 가족을 콘텐츠에 반영하는 것도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
CJ ENM이 늘 새롭게 도전하며 전에 본 적 없는 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이유는 앞을 내다보는 인사이트에 있었다. 시청자들이 이미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할 만한 것도 먼저 찾아주는 것. 이를 위해 제작진들이 피땀 흘려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그들의 식견을 넓혀 시청자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엔 김경진 님과 리서치인사이트팀이 뒤에서 묵묵히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CJ ENM의 다음 콘텐츠가 또 어떤 취향저격!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