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치자면 일일연속극, 스포츠로 치자면 마라톤에 더 가깝다? CJ대한통운 프로젝트 2팀 소속 해외물류 담당자인 이아름드리 님은 앞 예시처럼 긴 시간과 거리를 요하는 일을 한다. 그가 최근 담당한 투르크메니스탄 해외 물류 건만 보더라도 4년 동안 이 일을 맡았다고. 긴 시간 동안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끝에 그가 마주한 건 무엇이었을까?
‘프로젝트 물류’라는 새로운 도전!
‘CJ대한통운=국내 택배’라는 고정관념은 지워라. CJ대한통운의 활동영역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넓혀가고 있다. 2018년 9월, CJ대한통운에서 중국 장지아강에서 우즈베키스탄 카르시까지 6개월 동안 총 1만 7,000km 1,763t 초중량 플랜트 기자재를 운송하는 프로젝트 물류 건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소식만 들어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건처럼 해외활동 영역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프로젝트 물류’. 플랜트, 산업단지 등 대규모 공사에 필요한 모든 중량화물 및 기자재를 공사일정에 맞춰 육상, 해상, 항공 등을 통해 현장으로 공급하는 일을 말한다. 2011년 CJ GLS 인턴을 거친 후 공채로 입사한 이아름드리 님은 택배 관련 업무를 하다가 2013년부터 프로젝트 2팀 소속으로 온 뒤 이 업무를 담당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업무, 중량 화물 등을 운송한다는 점에서 프로젝트 물류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던 셈. 그는 건설사에서 화물 출고 준비 완료 통지 및 운송 요청이 오면 물류 현황 리스트 체크를 통해 운송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게 각 나라별 세관, 트랜지포트에서 원하는 양식에 맞춰 서류를 준비하는 등 하나씩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특히 자신의 첫 프로젝트 운송 건은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무역항 도시 담맘(Dammam)에 직접 가서 화물 하역 및 운송 과정을 눈으로 담았다. 외국인의 경우 포트(Port) 입장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2~3주 정도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해 정식 승인 절차를 밟는 노력을 기했다. 정식 승인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투르크메니스탄 운송, 변수와의 전쟁!
이아름드리 님과 이름도 낯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연이 시작된 건 2015년부터였다.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가 가능한 현대엔지니어링이 투르크메니스탄 국영가스공사의 수주를 받아 석유화학플랜트를 짓게 된 것. 이미 정유, 석유화학 등 총 26개국 36개 이상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있는 CJ대한통운이 물류 담당을 맡았고, 이아름드리 님이 속한 프로젝트 2팀은 약 4년 동안 플랜트 공사에 투입되는 기계, 설비, 자재 등 종합 운송 관련 일을 맡았다.
철골부터 책상까지 모든 걸 운송했다고 보면 됩니다.
사전 준비를 마친 후 본격적인 운송 시작은 2015년 4월부터였다. 건설의 뼈대가 되는 철골을 매주 컨테이너 50~100대(40피트 기준)씩 보내기도 했고, 이후 다양한 건설 자재물, 화학물, 심지어 책상, 의자까지 건설에 필요한 A~Z까지 모두 보냈다.
문제는 이동 경로였다. 자재 제조사(Vendor Shop)가 각 나라에 위치하다 보니 건설현장까지 보내는 루트도 다양했고, 선적 방법이나 기간도 다 달랐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출발하면 수에즈 운하를 거쳐 터키 이스타불, 볼가·돈 운하,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멘바시, 그리고 도착지인 키얀리 지역까지 ‘배 → River Vessel → 트럭’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거쳐 약 3개월간의 물류 대장정이 이뤄진 것. 이처럼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오는 물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건 이아름드리 님의 몫. 특히 중요한 운송 길이었던 볼가·돈 운하의 경우, 11월 중순 경이면 수로 입구와 출구를 막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운송이 되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운송 과정도 주시했다.
보통 초중량물 육로 운송의 경우, 해당 정부 허가를 받아 다리를 보강하거나 전선을 끊고 다시 잇는 등 운송 시 장애물을 없애기도 한다. 다행히 투르크메니스탄은 항구에서 도착 지점이 40km 밖에 떨어지지 않았기에 변수가 적었다. 하지만 협소하고 번번이 모래로 뒤덮인 도로 사정 때문에 컨디션 점검은 매일 했다고.
점검해야 할 사항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각 포트마다 필요한 서류 준비에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화물 하나당 과할 정도의 상세 정보를 요했다. 바인더 하나를 보낼 때도 재질, 사이즈, 수량, 색, 제조국, 제조년도, 스펠링 등을 파일에 상세히 적어야 했던 것. 팀 내에서 한 꼼꼼한 성격이라 자부했던 그도 서류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자재를 옮겼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화물은 바로 GTG(가스 터빈 제너레이터)였다. 우즈베키스탄 초중량 플랜트 기자재를 대표하는 게 촉매제 용기였다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에는 GTG 3기 운송이었던 것. 중요한 물품이며, 다른 자재보다 무게도 무겁고 크기도 커 신경을 많이 쓴 그였다. 특히 CJ ICM의 도움을 받아 배에 실었을 때의 하중과 높이를 미리 계산해 안정적인 운송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 부속 자재 또한 기준 하중에 맞춰 나눠 싣고 그에 따른 서류 준비를 하는 등 이 작업만 해도 약 7개월이 걸렸다.
긴 여정을 통해 그가 얻은 것은 무엇?
모든 일이 그렇지만 투르크메니스탄 프로젝트 경우 이아름드리 님 혼자서 결과물을 냈다기 보다는 팀워크의 힘으로 4년여의 긴 여정을 끝마칠 수 있었다. 프로젝트 2팀 인원은 총 31명. 투르크메니스탄 프로젝트 경우, 주요 인원을 포함해 가장 많이 바빴을 때 참여한 인원은 8명이었다. 이들은 본사 사무실을 비롯해 국내외 고객사 출장 및 파견을 다니며, 원활한 운송을 위한 체크 리스트 작성, 서류 준비, 주요 정보 전달,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왔고, 이 모든 노력이 합쳐져 큰 사고 없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역시 국내 고객사 파견 시 동료들과 협업을 이뤄 힘듦을 이겨냈다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는데, 그 중 하나가 ‘유연성’이다. 지역 전문가로서 같은 지역을 맡기도 하지만 새로운 대륙, 나라를 맡는 경우도 많다. 나라가 바뀔 때 마다 통관법, 문화, 고객사 파트너의 성격 등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공부는 기본, 변수를 줄일 수 있는 유연한 대처법을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프로젝트 물류를 해보고 싶은 후배들에게도 이 부분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해외 업무이다 보니 외국어 능력도 중요할 터. 그는 업무 시 실질적인 외국어 비중은 절반 정도 된다고 말한다. 이중 해외 고객사와 이메일로 의견을 내놓고 조율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외국인의 이메일을 분석하며 해외 업무 시 이메일 작성법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더불어 2년 동안 전화 영어도 병행하면서 외국어 능력을 높이려는 자신만의 노력도 소개했다.
4년 동안 긴 여정의 끝에서 그와 동료들은 안전하게 모든 일을 끝마쳤다는 안도감과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 또 다른 긴 여정의 시작을 준비중인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전 세계에 CJ대한통운의 이름이 알려질 때까지, 세계 NO.1이 될 때까지,
다양한 나라에 초중량 물류를 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아름드리 님은 다앙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겸손을 잃지 말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때로는 포용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가지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모두 함께 발을 맞춰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드리나무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라’라는 뜻을 가진 그의 이름. 어쩌면 이 일은 그의 운명이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