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먹는 즐거움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집게와 쟁반을 들고 갓 오븐에서 나온 빵이 가득 놓인 진열대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며 빵을 담는 순간의 즐거움.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뚜레쥬르에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교촌 고로케’를 출시해 빵집 ‘오픈런’까지 하게 만들었다고. 이처럼 고로케 열풍을 일으킨 이의 정체는? 올해로 5년 차 뚜레쥬르 상품기획을 맡고 있는 김성희 님!
뚜레쥬르와 교촌치킨이 만난 이유?
Q. ‘교촌 품은 뚜쥬 고로케’가 브랜드 론칭 이래 최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출시 당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예상했다.(웃음) 제품 출시 전 시식 품평회에서부터 “닭 한 마리를 먹는 것 같다”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든 선호도의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교촌 고로케는 불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소비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라며 출시를 했는데, 품절대란이 일어 매장 오픈 전부터 대기하는 ‘오픈런’ 고객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매장으로 예약 문의를 하는 고객도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판매량이 생산량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 벌어져 주 5일 생산 체계를 주 6일로 늘리기도 했다. 생산 팀에는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상품기획자로서는 아주 뿌듯하다.
Q. ‘교촌 품은 뚜쥬 고로케’가 히트를 기록중이다. 상품기획자로서 그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연 ‘맛’이다. 교촌시리즈, 레드시리즈의 비법 소스부터 고로케 안을 풍성하게 채운 닭고기, 바삭한 식감을 내는 쌀 크런치 토핑까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으로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맛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제품의 비주얼인데, 치킨을 연상시키는 교촌 고로케는 브랜드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취식 편의성에 재미까지 더한 기발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치킨 박스를 연상시키는 패키지도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한몫했다. 실제로 ‘빵집에서 치킨을 파느냐’는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로 재미있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Q. 직접 먹어보니 치킨과 고로케가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맛이더라. 초반에는 독특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치킨 고로케,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든든하면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빵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그래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조리빵 신제품 기획을 시작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치킨’ 브랜드와 협업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강렬하고 독보적인 맛을 자랑하는 ‘교촌치킨’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교촌 측에서도 처음에는 의외의 협업 제안에 놀랐지만 그간 빙그레 메로나, 디즈니 등 여러 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사례를 보고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됐다.
뚜레쥬르의 신제품은 이렇게 탄생한다!
Q. ‘교촌을 품은 뚜쥬 고로케’처럼 최근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대세다. 이번 제품도 그런 흐름 속에서 탄생한 건가.
확실히 브랜드 간 협업 사례가 이전에 비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뚜레쥬르에서도 불과 2년 사이 메로나 아이스박스, 나난 케이크, 겨울왕국 케이크 등이 다수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뚜레쥬르에서는 이렇게 출시되는 제품이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화제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면 제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뚜레쥬르는 수 개월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맛 품질에 공을 들인다. 이번 협업 제품을 선보였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것도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제품을 비롯해 뚜레쥬르에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빵을 출시한다. 보통 어떤 과정을 거쳐 출시되는지 궁금하다.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10개 이상의 유관 부서가 머리를 맞댄다. 신제품 기획단계에서는 상품팀 및 마케팅팀이 시장조사, 상품기획 등을 주도하고, 영업 부서는 고객 및 가맹점의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다. 제품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제품개발팀과 상품팀이 맛과 디자인을 개발하고, 디자인팀에서는 제품 패키지 및 장식 요소를 개발한다. 제품 품평회를 거쳐 출시가 확정되면 제품 생산 방식, 마케팅, 영업, 홍보 전략 등을 수립한 후 고객에게 선보인다.
Q. 정말 하나의 제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부서의 협업이 필요한 것 같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품기획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더 궁금해진다.
신제품 기획부터 개발, 출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지만, 신제품 기획에 조금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제품 기획 첫 단계에서는 데스크 리서치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편인데 베이커리뿐 아니라 외식, 카페, 과자, 빙과 등 식음,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통해서 제품 관련 아이디어를 얻는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기획 방향을 수립하고 나면 유사한 제품이 있는 가게를 찾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빵을 직접 맛본다. 그냥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콘셉트, 외관, 패키지, 진열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포인트를 잡고,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기획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거다.
베이커리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기획자
Q. 상품기획을 하려면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 소비자들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비를 하지만, 시즌에 따라 꾸준히 인기를 끄는 특정 상품군이 있어 이를 참고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식사빵 및 조리형 간식빵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기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식사빵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조리형 간식빵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Q. 올해로 뚜레쥬르 상품기획을 맡은 지 5년 차다. 지금까지 많은 제품을 기획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출시한 모든 제품이 자식 같은 존재지만,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이라면 단연 교촌고로케다. 단일품목으로 출시한 그 어떤 제품보다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제품 출시가 가장 필요했던 조리빵 카테고리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값지다. 더불어 R&D의 좋은 제품 개발, 구매의 원재료 소싱, 생산의 밤낮 없는 생산, 영업의 적극적인 판매전략 등이 잘 어우러져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Q. 현재 어떤 베이커리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상품기획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한 시즌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봄이 다가오는 시기이지만, 9월에 출시할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 시즌 제철 식재료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즌 원재료를 이용한 맛있고 건강한 빵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상품기획자로서 맛은 물론,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는 뚜레쥬르의 대표제품들을 기획하는 것이 목표다.
기쁜 건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던가. 빵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새로운 빵을 만들고, 소비자들과 함께 맛있는 빵을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게 자신의 기쁨이자 보람이라는 김성희 님. 앞으로도 맛있게 구워낸 빵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그 날까지 김성희 님의 고민은 계속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