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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배추와의 공통점 중 하나를 찾자면 바로 겉과 속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배신감’이 들지만, 배추의 경우엔 다르다. 겉과 속이 달라야 좋은 배추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 CJ프레시웨이 농산팀 조원일 MD(Merchandiser)는 칼 한 자루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배추밭에 가면 무조건 잘라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 남자! 홍길동 뺨치는 이동 능력으로 전국 방방곡곡 작물 신선도를 확인하며,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전하기 위해 발로 뛴다. 최근에는 오렌지배추 때문에 제주도에 살다시피(?) 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농산물 MD, 시작은 호기심으로부터 배추 도사, 무 도사라 불리는 CJ프레시웨이 조원일 MD 지난 2015년 CJ프레시웨이에 경력 입사한 조원일 MD. 사내에서 그의 별명은 배추 도사, 무 도사다. 그만큼 배추와 무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다. 이처럼 배추, 무에 특화된 지식을 쌓게 된 건 과거 경매사 이력 덕분이다. 1998년 가락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을 가까이했다. 매일 눈으로 보고 어떤 놈(?)이 좋은지 확인했던 시기를 겪으며 자신도 모르게 경험치가 쌓였다. 이후 컴퓨터공학과 학생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아예 전공과 무관한 경매사에 도전하게 된 것. 일하다 우연히 보게 된 경매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제가 원래 호기심이 강한 편인데, 경매사 활동하는 분과 자주 이야기를 나눠보니 1차 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점에 마음이 움직였죠. 1차 상품 유통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CJ프레시웨이로 오게 되었어요. 경매사가 되기로 한 그는 가락시장 도매 법인에 들어가 농산물안정가격법 등 관련 경매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매일 농산물을 보고 시세에 맞는 가격을 책정하며, 공급과 수요의 가교 역할을 해냈다. 특히 채소 기준 지표로 보는 배추에 신경을 썼다. 배추 시세가 오르면 무, 양배추 등 다른 채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란다. 시장에 들어온 후 농부만큼 산지 특성과 작물을 알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재미에 빠졌던 그는 어느 순간 농산물이 팔린 이후의 유통에 관심이 쏠렸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에 중도 매입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식자재 유통 영역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싶단 생각을 품게 됐다.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고 유통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는 CJ프레시웨이의 문을 두드렸다. 제주도에서 부는 오렌지 바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위치한 오렌지배추 계약재배지 MD는 재배된 농산물을 구매하고 유통, 판매하는 것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 조원일 MD는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최적의 농산물을 전달하기 위한 마음으로 자기 일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바로 계약재배다. 기업이 직접 농가와 계약을 맺어 농산물을 재배와 유통까지 보장하는 시스템. 산지에서 고객에 이르는 유통 단계를 최소화함으로써 시세 차이 발생으로 인한 농가 피해는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 지속해서 계약재배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최근 조원일 MD는 제주도 계약재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월동철인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제주도의 주 농산물은 ‘월동무’다. 생산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공급과잉으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제주 농가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가의 시름은 깊어져 갔지만, 가뭄의 단비 같은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찰나에 입사해인 2015년 겨울 제주에 내려간 조원일 MD는 농가의 고민을 듣고 대체 작물과 계약재배 제안을 했다. 대파, 오렌지배추 등 조원일 MD의 제안으로 계약재배를 하고 잇는 유희종 농가 대표 처음에는 문전박대 당했어요.(웃음) 그래도 계속 찾아가서 계약재배 제안과 대파, 양배추 등을 심어보자고 설득했죠. 저의 진심을 알아주셨는지 지금은 너무나 반가워하세요. 대파, 양배추에 이어 작년부터 신경을 쓰고 있는 작물은 ‘오렌지배추’다. 말 그대로 배추 속살이 오렌지색처럼 붉은빛이 나는 배추다. 종자연구법인 ‘CJ브리딩’에서 개발한 이 배추는 일반 배추보다 항산화 성분인 ‘프로라이코펜’이 다량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아삭한 식감, 그리고 사계절 재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경북 봉화 등 전국 10여 곳에서 시험 재배를 통해 축적한 오렌지배추 데이터를 가지고 제주도에서 재배해 보자고 역으로 제안했다. 기존 배추에 비해 크기가 작은 오렌지배추 특성상,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밀식 재배(빈틈없이 빽빽하게 심는 방법)를 택했고, 생식용이나 겉절이용으로 적합하게 알배기 배추 형태로 상품화하자고 제안했죠. 오렌지배추 출하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일원에서 약 1만㎡에서 재배된 오렌지배추는 약 75t 규모로 2018년 12월말부터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갔다. 조원일 MD의 제안을 수락해 오렌지배추를 생산하고 있는 유희종 농가 대표는 작목 전환을 통한 새로운 농산물 수확과 안정적 활로를 통한 수익 확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농가의 기쁨은 곧 MD의 기쁨. 이런 게 바로 농가 상생의 현장이 아닐까. 부지런함과 끝없는 고민은 MD의 경쟁력! 산지에 도착한 그의 머릿속은 체크! 체크! 오로지 체크! 조원일 MD의 하루 시작은 날씨 체크다. 특히 겨울철에는 농작물 피해의 직격탄인 폭설, 한파 특보가 내리지 않았는지 꼭 확인한다. 만약 계약재배 지역에 날씨가 좋지 않다면 농가 연락망을 통해 작물 상태를 점검한다. 매번 계약재배 작물을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MD 특성상, 일주일에 길어야 이틀 정도 집에 들어간다. 운전하며 전국을 돌아야 하기 때문.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 목포, 하동, 부산, 칠곡, 인제 등 각각의 계약재배 농가를 다니다 보니 평균 2,000km를 달리는 건 예삿일. 몸은 힘들지만 일일이 배추, 무를 칼로 베어 속까지 자세히 확인하고 계약재배지 말고도 주변 밭을 확인하며 작물 상태와 종자 점검도 잊지 않는다. 이런 그의 업무 패턴을 통해 배추, 무 등 작물 수급 여파가 생길지에 대한 예측까지 이어지고,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것 같은 경우 미리 물량 확보를 해놓는다. 2016년 7월이었을 거예요. 삼척시 하장면 고랭지 배추 단지를 갔는데, 소나기가 내린 후 배추 상태가 안 좋더라고요.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바로 물량 확보에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객사로부터 다급하게 배추 공급 요청이 왔고, 바로 도움을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곳 저곳 다니며 자신만의 ‘경험치’를 쌓고 있는 조원일 MD는 농산팀 내 산지파트장로서 팀원들에게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그가 후배들에게 매번 강조하는 건 부지런함과 성실함, 그리고 계약재배를 통한 농산물을 어떻게 유통할 것이냐는 ‘끝없는 고민’이다. 팀원들과 함께 고민해 좋은 결과물 내고 싶어요! MD에게 부지런함은 기본이죠. 이제는 끝없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렌지배추를 농가에 역 제안해서 새로운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했던 것처럼요. 이런 고민을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MD의 업무 영역을 넓히고 더 나아가 탄탄한 전문성으로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제주는 관광명소이겠지만, 조원일 MD에게는 기회의 땅이자 꿈의 그라운드다. 그는 더욱 많은 고객들이 제주 지역에서 출하되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계약재배 농가와 작물 품종 수를 늘릴 계획이다. 말 그대로 산지 플랫폼을 구축해 제주도를 CJ프레시웨이와 농가의 상생의 장(場)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 이를 위해 올해는 농가 조직화를 견고히 다져 상생 구조를 굳건히 하고, 오렌지배추와 신품종 감자 등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을 다질 예정이다. 확실한 목표 아래 거침없이 달려갈 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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