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10.6%(닐슨코리아 집계), OCN 개국 이후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이로운 소문’의 파워는 말 그대로 경이롭다! 극중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악귀를 잡으러 다니는 네 명의 카운터들의 모습은 ‘한국형 히어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매회 선보이는 현란한 액션은 볼거리를 충족시킨다. 이는 권태호 무술감독의 솜씨다. 초능력을 지닌 이들의 액션을 배가시키는 건 단연코 ‘리얼리티’라 말하는 그에게 경이로운 액션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12년 만에 무술감독으로 돌아오다!
Q. ‘경이로운 소문’은 이제 단 2회만 남겨놓고 있다. 이제 작품을 떠나 보내야 하는 순간이 머지 않았는데, 어떤 마음인가?
지난 10일 크랭크업을 했는데,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크다. 히어로 장르로서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큰 사고 없이 잘 끝났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다행히도 드라마가 너무 잘 되어서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었다.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들의 사랑에 감사하다.
Q. 이 작품은 어떻게 해서 참여하게 되었나?
OCN 드라마와는 연이 깊다. 2009년 드라마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에 무술감독 겸 배우로도 출연했는데, 12년 만에 그것도 OCN 드라마로 다시금 기회가 왔다. 2020년 7월에 첫 제의가 들어왔는데, 당시 영화 ‘서복’,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등 다수의 작품을 참여한 뒤였고, 무술감독으로서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유선동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그리고 속전속결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Q. 무술감독을 수락한 후, 어떤 준비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예상대로 동명 웹툰을 정주행 했다. 악귀를 잡는 카운터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세계관, 주요 캐릭터 등을 살펴봤고, 이들의 힘을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했다. 일단 원작에 최대한 싱크로율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드라마 대본에도 명시되었던 카운터 네 명의 특징, 가모탁(유준상)은 파워, 도하나(김세정)은 스피드, 추매옥(염혜란)은 치유, 소문(조병규)는 카운터로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각 캐릭터에 어떤 액션을 부여할지 대략적으로 기준을 잡았다.
Q. 촬영에 들어가기 전 주요 출연진들 모두 트레이닝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서 소개한 캐릭터의 특성을 녹인 교육이 진행되었을 것 같다.
액션 또한 캐릭터를 말해주는 요소로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은 특히 강했다. 일단 안전을 위한 낙법을 다 가르쳤고, 카운터 역할을 맡은 네 명의 배우는 각 캐릭터의 주요한 힘을 토대로 형사 출신인 가모탁 역의 유준상 배우는 유도와 복싱 베이스로 한 펀치와 잡기 기술, 김세정 배우는 발차기, 염혜란 배우는 소림사 액션, 그리고 조병규 배우는 기본 발차기, 손기술은 물론, 고난도 발차기와 턴 차기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악역을 맡은 이홍내(지청신 역), 옥자연(백향희 역) 배우 또한 각 캐릭터에 맞게 액션 트레이닝을 시켰다.
액션보단 리액션에 공을 들이다!
Q, ‘경이로운 소문’ 첫 화 첫 액션 장면은 강렬했다. 카운터들의 역할과 각자가 가진 힘, 지청신과의 악연, 그리고 카운터로서의 소문의 시작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었을텐데, 어떻게 구현하려고 노력했나?
이 액션 장면은 드라마 전체적으로 굉장히 중요했다. 악귀를 잡는 카운터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체의 정체성을 잘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청신과 카운터들의 악연이 시작되는 지점이었기 때문에 철중(성지루)의 죽음 또한 잘 보여줘야 했다. 이를 위해 ‘타노스’와 ‘엑스맨’의 결투라는 컨셉트를 머리 속에 세워 놓고, 각 카운터들의 주요 액션 기술, 지청신의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와이어 액션을 활용했다.
Q. 그러고 보니 초능력을 가진 이들의 액션이라고 하기에는 CG의 힘보다 실제 타격 액션이 주를 이룬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었던 부분이 바로 리얼리티였다.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지만 그들이 행하는 액션 자체가 현실감이 없게 되면 극의 흡입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와어이 액션을 주로 사용했고, 액션보다 리액션에 좀 더 중점을 둔 액션 구도를 짰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유선동 감독님을 비롯한 주요 스탭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했을 때 액션 보다 리액션으로 캐릭터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의견을 냈다. 카운터 자신이 날아다니거나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게 아닌, 중력의 힘을 이겨내는 모습이라든지, 막강한 힘에 타격을 입은 이들의 모습 등의 리액션으로 특별한 능력의 힘을 표현하고 싶었고, 의견 조율 통해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었다.
스크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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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무술감독으로서 가장 잘 구현되었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모든 액션 장면에 애착이 강한데, 아까 소개한 1화 철중 & 지청신의 맞대결 장면과, 5화 도하나&백향희 엘리베이터 격투 장면, 그리고 9화 소문 & 지청신 1:1 맞대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엘리베이터 격투 장면 경우, 백향희의 원래 무기인 손톱과 더불어 하이힐을 무기로, 도하나는 좁은 공간에서도 빠른 스피드와 확실한 타격을 무기로 대결을 펼쳤다. 촬영 날 두 배우와 리허설 후 합을 맞추고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줬는데, 생각 이상으로 결과물이 잘 나왔다.
그리고 소문과 지청신의 1:1 대결에서는 이들의 막강한 힘을 선보이기 위해 확 트인 공간보다 지형지물이 많은 재개발 지역이 더 어울릴 것으로 판단해 로케이션 장소 변경 후 촬영했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와 기억에 남는다.
Q. 멋진 액션 장면들이 즐비한데, 그만큼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액션 종합선물세트였다. 히어로물답게 염력, 초능력을 이용한 액션은 기본이었고, 학원, 조폭 액션 등도 나오기 때문에 여타 다른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최상위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드라마 특성상 스턴트팀이 활약해야 할 난이도 높은 액션 장면이 많았다. 더욱이 과장되거나, CG의 힘을 빌리는 액션을 지양했기 때문에 더 힘든 작업이 이어졌는데, 무술감독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최적의 액션 장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하나가 소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부모님 사고 장면을 목격하고, 지청신이 범인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장면이나 가모탁이 건물 옥상에 떨어지는 장면 등 유독 비가 내리는 장면이 많았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서서 액션 연기를 펼쳤던 배우들과 스턴드맨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아직도 현장에서 가슴이 뛰는 성룡 키드!
Q. 2004년 드라마 ‘무인시대’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스턴트맨, 무술감독으로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 성룡을 너무 좋아했다. 영화 ‘용형호제’ ‘프로젝트 A’ ‘폴리스스토리’ 등 성룡이 출연한 영화를 즐겨봤고, 그처럼 되고 싶어서 우슈를 배웠다. 중3부터 고3까지는 부산에서 선수생활도 하는 등 무술을 가까이 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서울액션스쿨에 합격해서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
Q. 과거보다 촬영 여건이 좋아졌지만, 그런데도 위험한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나?
살면서 후회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사실 한동안 스턴트맨의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살았었다. 피트니스 선수로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고, 2017년에는 한국 대표로 ‘얼티밋 비스트마스터’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해봤는데, 어느 순간 삶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후 가슴이 뛰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곱씹었고, 답은 스턴트맨이었다.
현역으로 뛸 수 있을 때 현장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스승인 허명행 무술감독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감사하게도 2018년 영화 ‘성난황소’에 참여하게 해주셨다. 이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송중기 대역도 하게 되고, ‘범죄도시’ 인도 리메이크 작품인 ‘Radhe’에서 인도 3대 칸이라 불리는 살만 칸(Salman Khan) 대역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장에 참여하는 지금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Q. 어렵게 지금의 자리로 돌아온 후,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무술감독의 역량도 보여줄 만큼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경이로운 소문’처럼 좋은 액션 작품을 한번 더 만나고 싶다. 또 다시 무술감독을 맡게 되면, 이번 작품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만의 색깔을 담은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꾸준히 스턴트맨으로서 다수의 작품에 참여할 예정이다. 나를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는 아껴 두지 않고 많이 보여주고 싶다!
권태호 무술감독이 참여한 작품으로, 코로나19 이슈가 걷히면 올해 극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공유, 박보검 주연의 ‘서복’이다. 허명행 무술감독이 참여한 이 작품에 그는 배우들의 무술 지도를 맡았다. 히어로물과 달리 SF 장르에서 그의 액션은 어떤 느낌일까? 아직 베일에 쌓여있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경이로운 소문’처럼 이 영화에도 그의 열정이 담겨 있을 거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