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영화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은 버려라! 이제 극장은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론칭한 CJ CGV의 예술ㆍ문화 콘텐츠 브랜드 *ICECON이 대표적인 예.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만난 ICECON)콘텐츠사업팀은 다양한 얼터너티브 콘텐츠(Alternative Contents, 대체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ICECON: 함께 즐기는(Interactive), 개성있고(Colorful), 흥미로운(Exciting) Contents를 의미.
ICECON은 이렇게 시작됐다!
Q. 과거 멀티플렉스에서 컬처플렉스로 진화한 CJ CGV가 이제 얼터너티브 콘텐츠의 집합체인 ICECON을 통해 또 한 번 변화를 꾀했다. ICECON의 론칭 계기가 궁금하다.
박정훈(이하 ‘박’): 시작은 극장 플랫폼의 다변화를 목적으로 영화 외 다양한 영상 대체안을 준비하기 위한 TF팀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강연 콘텐츠가 대체제로서 적합하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이후 작년에 이 사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ICECON)콘텐츠사업팀이 만들어졌고, 강의 콘텐츠 이외에도 라이엇게임즈와 컨택해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을 중계하며 높은 성과를 얻었다. 이후 오페라, 뮤지컬 등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알게 되었고, 이를 접목해 영역 확장을 하며 현재의 ICECON이 되었다.
Q. ICECON은 플레이(PLAY), 스테이지(STAGE), 라이브러리(LIBRARY), 채널(CHANNEL) 섹션으로 나눠 있는데, 각 담당하고 있는 섹션 별 특징과 주요 콘텐츠들을 소개한다면.
박: 플레이 섹션은 주로 e 스포츠나 월드컵 생중계 등 고객 참여형 콘텐츠를 주로 선보인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큰 대회는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에 주로 e 스포츠를 생중계를 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것처럼 라이엇게임즈와 협업하며 롤드컵 생중계를 했고, 이후 펍지와도 손을 잡고 ‘배틀그라운드’ 주요 경기 생중계도 진행하고 있다.
김효진(이하 ‘김’): 담당하고 있는 스테이지 섹션은 말 그대로 극장이 공연장을 대체한다는 콘셉트다. 오페라를 비롯해, 뮤지컬, 클래식, 콘서트 등 생동감 넘치는 공연 실황 콘텐츠를 주로 상영한다. 아무래도 스테이지 섹션의 장점은 영화만큼 콘텐츠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이 섹션의 경우에는 ‘월간 오페라’, ‘월간 뮤지컬’, ‘월간 클래식’ 등 연간 시리즈를 구축해 지속성을 강조, 관객들이 계속해서 찾아올 수 있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있다.
복순주(이하 ‘복’): 라이브러리 섹션은 각종 강연, 북토크 등 지식 콘텐츠를 소개한다. 대표적으로’사이다 강연’ 시리즈가 있는데, 큰 스크린을 통해 관객 모두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이라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클림트 앤 뮤직 콘서트’ 등 명화를 큰 스크린으로 보고, 클래식 연주를 듣고, 정우철 도슨트 등의 전문 해설가의 해설을 듣는 등 시청각을 모두 활용하는 콘텐츠도 기획해서 관객과 만남을 주선했다.
채널 섹션은 각종 방송, 유튜브 콘텐츠 등을 극장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섹션으로, 지난 여름에 선보였던 ‘4DX 공포체험 라디오’가 대표적이다.
Q. 각 섹션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이었나?
박: 앞서 소개했지만 롤드컵 생중계가 대표 콘텐츠인데, 참여형 콘텐츠를 지향한다는 목적으로 스크린X를 접목해 3면 중계를 시도했다. 관객들이 단순히 게임 중계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왼쪽 면에는 미니맵, 오른쪽면에는 스탯데이터(게임 유저들의 실시간 데이터 정보)를 보여주면서 다양한 재미를 전해주는 데 성공했다. 향후에는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3면 중계해 게임 콘텐츠의 강점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싶다.
김: 아무래도 ‘월간 오페라’의 첫 작품으로 소개한 ‘라 트라비아타’가 기억에 남는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콘텐츠를 수입해 작품성과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복: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학살롱’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북토크는 언택트 시대에 맞게 한국과 프랑스 이원 생중계로 진행했고,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극장에서 상영하며 각 지역 관객들과 함께 채팅창을 통한 쌍방향 소통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극장 플랫폼에 맞는 영상을 찾아라!
Q. 극장 플랫폼에 맞는 영상 콘텐츠를 찾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주로 ICECON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수급 하나?
박: 영화의 경우에는 콘텐츠를 전달받는 입장이었다면, ICECON 콘텐츠들은 반대다. 우리가 먼저 트렌디 한 영상 콘텐츠를 찾고, 아이디어를 기반한 기획을 한다. 이후 두 가지 방법으로 콘텐츠를 수급 하는데, ‘월간 오페라’처럼 해외 좋은 콘텐츠를 찾아 수입해서 상영한다. 또 다른 방법은 각 기획사 및 소속사에 제안하고 이후 서로의 니즈가 맞으면 우리가 직접 촬영하거나 콘텐츠 IP를 투자하는 등의 과정으로 통해 상영하는 방식을 취한다.
Q. 후자의 방식으로 상영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나?
김: 9월 29일에 개봉한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이하 ‘그대, 고맙소’)가 대표적이다. 7월부터 김호중 매니지먼트, 공연기획사와 함께 협업한 프로젝트로, 8월에 열렸던 김호중 팬미팅 라이브 현장을 담아, 스크린X 버전으로 제작 상영했다. 지난 19일에 8만 8,000명 관객을 돌파하면서 2차 연장 상영을 확정했고, 현재 1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Q. 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상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박: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한 초기 작업이 힘들었다. 일단 인기 IP를 갖고 있는 방송국부터 뮤지컬 제작사, 게임사 등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협의를 했다. 아무래도 오랜 관계를 맺어온 영화사나 배급사의 관계가 아니다 보니 극장 산업의 구조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복: 주로 생중계가 많다 보니 변수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부분도 어렵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학살롱’도 한국과 프랑스 이원생중계라서 각종 기술 담당자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쳐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박: e 스포츠 또한 생중계라서 현장 콘트롤이 쉽지 않다. 예상치 못하는 서버, 음향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유튜브 콘텐츠를 극장 상영용으로 재가공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한 원동력은?
Q. 영화 외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팀으로서 갖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복: 사실 섹션마다 PM(Project Manager)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디어 기획부터 모든 팀원들이 다 붙어서 일을 한다. 파트별로 나눠서 일을 한다기 보다는 ICECON의 모든 콘텐츠가 잘되기 바라는 마음을 갖고 협업을 이룬다는 게 큰 동력이라 생각한다.
김: 우리 팀 모두가 전문가다. 박정훈 님은 영업에 특화, 복순주 님은 영화 배급/마케팅에, 저는 극장 매니저를 경험해 극장 상영 환경 등을 경험했고, 이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다. 이런 지식들이 공유되고, 서로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관객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같다.
박: 영상 제작 경우에도 사전 사사를 하면서 다양한 의견도 나누고 마케팅적으로 고민하면서 어떻게 홍보를 할 수 있을지, 더불어 수급한 영상 콘텐츠를 어떤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제대로 관객들에게 선보여줄 지 함께하는 고민도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Q. ICECON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들지만 그에 따른 보람도 많이 느낄 것 같다.
복: 올 추석에 다양한 영화가 개봉했는데 그 중 우리가 준비했던 방탄소년단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와 ‘그대, 고맙소’가 나란히 박스오피스 최상위권에 올랐던 게 놀라웠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CGV 예매율도 꾸준히 상위권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김: 이 일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엔딩크레딧에서 내 이름을 보는 것이다. 특히 ‘그대, 고맙소’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는데, 추석에 온 가족이 극장에 가서 관람하고 함께 엔딩크레딧을 보며 즐거워했다.
박: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게 가장 보람차다. 특히 ‘그대, 고맙소’ 경우, 극장 상영 이후 부가 판권 수익을 올리며, 콘텐츠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꾀했다는 긍정적 결과를 낸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Q.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 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분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복: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준비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학살롱’처럼 특별한 콘텐츠들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김: 일단 11월부터 ‘월간 클래식’이 문을 연다. 이번에는 1973년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차이콥스키 후기 교향곡 연주를 담은 공연 실황인 ‘레전더리 콘서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상영한다. 월간 오페라와 월간 뮤지컬도 계속되는 등 양질의 시리즈 콘텐츠를 확대할 예정으로 마니아층을 비롯한 많은 관객분들이 극장을 찾아오시길 바란다.
박: 기존 롤드컵 등 다양한 e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술과 공연, 미디어를 결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으니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안전한 관람 환경이 마련된 극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그동안 우리는 극장이란 플랫폼을 한 쪽으로만 소비했는지도 모른다. 플랫폼이 가진 장점이 컸음에도, 우리가 보지 않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하지만 ICECON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매력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콘텐츠는 달라졌지만 극장이 주는 감동은 동일하다. 아니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른다. ICECON, 그리고 다양한 얼터너티브 콘텐츠의 발전을 기대한다.